北, 계엄엔 침묵하고…노동신문 "북·러조약 발효" 보도

정영교, 이유정 2024. 12. 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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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평양에서 정상회담 뒤 서명한 조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5일 오전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파장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대신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북·러 관계를 군사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북·러 조약)의 공식 발효 소식을 전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사태로 한·미 간에 이상 기류까지 생성되면서 북·러 간 '불량 동맹'이 당분간 더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이날 북·러 조약 비준서가 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교환됐다고 2면에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규 북한 외무성 부상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각각 비준서 교환의정서에 서명했으며 "조약 제22조에 따라 비준서가 교환된 2024년 12월 4일부터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밝혔다.

신문은 북·러조약과 관련해 "쌍무관계를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 올려세우고 공동의 이익에 부합되게 지역과 세계의 안전 환경을 굳건히 수호하면서 강력한 국가를 건설하려는 조로(북·러) 두 나라 국가 지도부의 원대한 구상과 인민들의 염원을 실현해 나갈 수 있게 하는 법적 기틀"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공개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모습. spravdi 페이스북 캡처

또 "양국 인민들의 복리를 도모하고 지역정세를 완화시키며 국제적인 전략적 안정을 담보하는 힘 있는 안전보장 장치"라며 "지배와 예속, 패권이 없는 자주적이고 정의로운 다극화된 세계질서 수립을 가속화하는 강력한 추동력으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러 조약을 체결했다. 푸틴은 지난 10월 14일 조약 비준안을 제출했고, 러시아 하원(국가두마)과 상원(연방평의회)은 지난 10월 24일과 11월 6일에 각각 만장일치로 이를 가결했다. 김정은도 지난달 11일 국무위원장 정령으로 조약을 비준하고 이에 서명했다.

조약 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 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해 지체 없이(without delay)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with all means in its possession)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shall provide)"고 규정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이 전장에서 수거한 북한제 무기를 확인한 결과,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는 122mmㆍ152mm 포탄,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 등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불새-4. 연합뉴스

이는 정부 안팎에서 북·러 간 군사 협력이 당분간 더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근거다. 실제로 외신과 정보 당국, 우크라이나 정부의 평가를 종합하면 북한은 러시아 측에 170㎜ 자주포·240㎜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초대형방사포 등 단거리미사일(SRBM)과 대전차 미사일 체계 불새-4 등 신형 무기를 넘겨주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북·러 양국이 이번 조약 발효를 근거로 뒤늦게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정당화하는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편 북한 관영 매체는 이날 오전까지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이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힌 만큼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다른 나라의 소요사태나 민중 봉기와 같이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사건의 보도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온 데다 두 국가론 이후 남한 내 사건에 대해 발빠르게 직접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하더라도 남측 민간단체의 집회내용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수준으로 다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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