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환' 사진까지 떴다…"尹탄핵 찬성하라" 與의원에 문자 폭탄
" 본회의장에 공수부대가 투입된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국민들이 불안해서 잠을 못 자고 있다. 본회의를 참석해서 투표에 참여해달라. "
철도노조 파업으로 정신없는 출근길 와중에도 직장인 정모(35)씨는 국민의힘 의원 8명에게 이같은 문자를 보냈다. 그는 “여당에서 8표만 있으면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 효과가 커서 이번에도 재시도했다”고 말했다.
5일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을 상대로 “탄핵을 찬성하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가 연이어 발송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탄핵 찬성을 촉구하는 문자를 보내자는 게시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줄지어 올라오면서다. 공개된 전화번호를 확인해보니 실제 의원들이 사용하는 전화번호였다. 한 게시글 작성자는 “국민들의 뜻을 따르라고 국민의힘 의원들한테 문자하는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밝혔다.
탄핵 문자폭탄은 “탄핵 불가”를 당론으로 내세운 국민의힘 결정에 대한 반발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 당시에도, 탄핵에 미온적이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탄핵 문자 폭탄을 받았다. 리얼미터가 지난 4일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찬반’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73.6%였다. 69.5%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3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에게 문자를 보낸 김모(30)씨는 “내란죄가 의심되는 대통령을 옹호하는 여당의 행태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한 여당 의원에게 문자를 보낸 대학생 박모(23)씨는 “정치적 의사표현은 민주시민의 의무다. 탄핵하지 않고 방관하면 국민의 대리자가 아니다”고 밝혔다. 최모(29)씨는 “민주주의를 위협한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며 “여당이 대다수 국민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여당을 압박하는 예문도 공유되고 있다. “한나라당 때부터 적극 지지하며 믿어왔는데 더 이상 못 참겠다” “국가내란죄에 해당하는 윤석열을 지지하는 당을 다시는 한국 정계에서 보고 싶지 않다” 등이었다. 예문을 공유한 이모(43)씨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은 오히려 여당을 자극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여당 의원을 설득할 수 있는 문구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자동으로 메시지가 전송되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내란죄로 처벌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합성한 이미지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1980년 비상계엄을 주도했던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군복에 윤 대통령의 얼굴을 넣는 형식이었다. 명찰엔 ‘윤두환’이라고 적혀있었다.
지나친 문자 공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5일 SNS를 통해 “문자 폭탄이 갑자기 날아들고 있다”며 “허위 정보에 낚여서 식칼 사진 보내고 육두문자 보내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더라도, 협박성 내용이 담겼다면 협박죄로 입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언론 공지를 통해 “개인정보인 국회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무단 사용해 조직적·집단적으로 문자를 발송하는 위법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불법적인 행태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찬규·노유림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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