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은행 영업점…특화점포 대안될까 [가봤더니]
김동운 2024. 12. 5. 06:01
시니어 특화 점포, 규모는 작아도 ‘특화’ 이름 걸맞아
‘디지털 특화 점포’ 고령층 이용 어려워…“안내 직원 반드시 배치해야”
“집 주변에 가까운 은행이 여기밖에 없어.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 친절한 곳도 여기뿐이고…이런 데가 있으면 고맙지”
신한은행 신림동지점에서 만난 김 모씨(71세)는 해당 영업점에 대한 고마움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김 씨뿐 아니라 해당 지점에는 나이 든 장·노년 고객들이 유난히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시니어 특화 점포’라는 특성에 맞게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은 모양새다.
국내 은행의 영업점이 5년 사이 1200여 곳 사라졌다. 은행들은 영업점을 줄이는 대신 ‘특화점포’를 통해 금융 소외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상은 ‘반반’이다. 직접 방문한 특화점포 가운데는 금융 소외자를 위한 서비스가 잘 마련된 곳도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포도 눈에 띄었다.
시니어 특화점포, 규모는 작아도 ‘특화’ 이름 걸맞아
금융소외자들을 위한 배려가 가장 많이 느껴지는 특화점포는 ‘시니어 특화점포’였다. 시니어 특화 점포는 노년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업무들을 고려해 △큰 글씨 안내, 난청 어르신 글 상담 서비스, 쉬운 말 ATM 등 시니어 맞춤 디지털 기기 도입 △단순 업무 처리를 위한 스마트 키오스크 설치 △사용지원 전담 매니저 배치 등 고령층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편하도록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신림동 지점은 가장 성공적인 ‘시니어 특화 점포’로 꼽힌다. 신림동 지점은 고령층이 인지하기 쉽도록 바닥에 색깔 유도선을 설치한 것을 비롯해 큰 글씨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여기에 안내 직원이 배치돼 있어 고령 금융소비자들이 직접 스마트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신림동 지점에 입장하면 로비 매니저가 먼저 맞아준다. 방문 목적을 전달하면 △단순업무 △예금·적금 △대출·외환·투자 등 총 3곳으로 창구를 나눠 대면업무를 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특히 눈에 띄는건 ‘단순 업무’ 창구다. 신림동지점 관계자는 “이곳은 타 지점 보다 송금, 인출 등 단순 업무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이를 반영해 해당 업무들을 ‘단순업무’로 묶고 예·적금 가입과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탄현역 출장소’는 다른 영업점들보다 휴게 공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마치 ‘사랑방’같은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장·노년층이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여기에 일반적인 영업점과 다르게 시니어 특화점포에서는 안내 화면에 번호만 크게 출력된다. 시력이 안좋은 고객들을 위한 배려다. 대기번호를 안내하는 방송도 타 영업점 대비 크다. 난청 등 어르신들을 배려한 것이다.
‘디지털 특화 점포’, 이용할 줄 알면 참 좋은데
시니어 특화점포 이외에도 은행들은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춰 ‘디지털 특화 점포’를 곳곳에 개설하고 있다. 디지털 특화점포에는 일반 ATM(자동화기기)과 ‘스마트 텔러 머신(STM)’, ‘디지털 데스크’가 설치돼 있다.
디지털 특화점포의 핵심은 ‘디지털 데스크’다. 디지털 데스크는 입출금 업무를 시작으로 △체크카드 발급 △예·적금 개설 △대출상담 및 실행 △IRP(개인연금) 상담 등 일반 영업점 창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업무 대부분이 가능하다.
각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은 노브랜드(No Brand)·이마트24 △신한은행은 GS리테일 △하나은행은 BGF리테일(CU) △우리은행은 이마트에브리데이 등과 협업을 통해 디지털 특화 점포를 배치했다.
기자가 방문한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과 ‘신한은행 GS리테일혁신점포 광진화양’도 디지털 특화 점포 중 하나다. 대부분의 업무를 진행할 수 있지만 모두 ‘셀프’로 해야 한다. IRP(개인퇴직연금) 업무를 위해 번호표를 직접 발급하고, 디지털 데스크를 이용해 화상 통화로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다만 두 점포 모두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거나 디지털 데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금융소비자라면 무인으로 운영되는 특화점포에 방문하더라도 무리 없이 업무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장·노년 금융소비자들의 경우 경험이 없는 이상 이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지털 특화 점포를 방문한 고객들은 대부분 ATM 기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에서 만난 이 모씨(55세)는 “여기서 디지털 데스크로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니 창구 업무가 필요하다면 인근의 은행을 방문하는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단체에서도 디지털 특화 점포는 고령자 교육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사무처장은 “실제 영업점 창구를 가장 많이, 자주 이용하는 연령층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라며 “이들이 디지털 특화 점포를 스스로 이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굉장히 안이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 점포들이 초기 몇 개월만 직원들을 배치하고 그 이후부터는 무인으로 운영하는데, 이는 은행의 포용금융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며 “은행들의 점포 축소가 어쩔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면 고령층 이용자들이 디지털 창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무인 점포에 안내원을 한 명이라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디지털 특화 점포’ 고령층 이용 어려워…“안내 직원 반드시 배치해야”
“집 주변에 가까운 은행이 여기밖에 없어.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 친절한 곳도 여기뿐이고…이런 데가 있으면 고맙지”
신한은행 신림동지점에서 만난 김 모씨(71세)는 해당 영업점에 대한 고마움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김 씨뿐 아니라 해당 지점에는 나이 든 장·노년 고객들이 유난히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시니어 특화 점포’라는 특성에 맞게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은 모양새다.
국내 은행의 영업점이 5년 사이 1200여 곳 사라졌다. 은행들은 영업점을 줄이는 대신 ‘특화점포’를 통해 금융 소외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상은 ‘반반’이다. 직접 방문한 특화점포 가운데는 금융 소외자를 위한 서비스가 잘 마련된 곳도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포도 눈에 띄었다.
시니어 특화점포, 규모는 작아도 ‘특화’ 이름 걸맞아
금융소외자들을 위한 배려가 가장 많이 느껴지는 특화점포는 ‘시니어 특화점포’였다. 시니어 특화 점포는 노년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업무들을 고려해 △큰 글씨 안내, 난청 어르신 글 상담 서비스, 쉬운 말 ATM 등 시니어 맞춤 디지털 기기 도입 △단순 업무 처리를 위한 스마트 키오스크 설치 △사용지원 전담 매니저 배치 등 고령층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편하도록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신림동 지점은 가장 성공적인 ‘시니어 특화 점포’로 꼽힌다. 신림동 지점은 고령층이 인지하기 쉽도록 바닥에 색깔 유도선을 설치한 것을 비롯해 큰 글씨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여기에 안내 직원이 배치돼 있어 고령 금융소비자들이 직접 스마트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신림동 지점에 입장하면 로비 매니저가 먼저 맞아준다. 방문 목적을 전달하면 △단순업무 △예금·적금 △대출·외환·투자 등 총 3곳으로 창구를 나눠 대면업무를 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특히 눈에 띄는건 ‘단순 업무’ 창구다. 신림동지점 관계자는 “이곳은 타 지점 보다 송금, 인출 등 단순 업무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이를 반영해 해당 업무들을 ‘단순업무’로 묶고 예·적금 가입과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탄현역 출장소’는 다른 영업점들보다 휴게 공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마치 ‘사랑방’같은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장·노년층이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여기에 일반적인 영업점과 다르게 시니어 특화점포에서는 안내 화면에 번호만 크게 출력된다. 시력이 안좋은 고객들을 위한 배려다. 대기번호를 안내하는 방송도 타 영업점 대비 크다. 난청 등 어르신들을 배려한 것이다.
‘디지털 특화 점포’, 이용할 줄 알면 참 좋은데
시니어 특화점포 이외에도 은행들은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춰 ‘디지털 특화 점포’를 곳곳에 개설하고 있다. 디지털 특화점포에는 일반 ATM(자동화기기)과 ‘스마트 텔러 머신(STM)’, ‘디지털 데스크’가 설치돼 있다.
디지털 특화점포의 핵심은 ‘디지털 데스크’다. 디지털 데스크는 입출금 업무를 시작으로 △체크카드 발급 △예·적금 개설 △대출상담 및 실행 △IRP(개인연금) 상담 등 일반 영업점 창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업무 대부분이 가능하다.
각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은 노브랜드(No Brand)·이마트24 △신한은행은 GS리테일 △하나은행은 BGF리테일(CU) △우리은행은 이마트에브리데이 등과 협업을 통해 디지털 특화 점포를 배치했다.
기자가 방문한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과 ‘신한은행 GS리테일혁신점포 광진화양’도 디지털 특화 점포 중 하나다. 대부분의 업무를 진행할 수 있지만 모두 ‘셀프’로 해야 한다. IRP(개인퇴직연금) 업무를 위해 번호표를 직접 발급하고, 디지털 데스크를 이용해 화상 통화로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다만 두 점포 모두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거나 디지털 데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금융소비자라면 무인으로 운영되는 특화점포에 방문하더라도 무리 없이 업무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장·노년 금융소비자들의 경우 경험이 없는 이상 이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지털 특화 점포를 방문한 고객들은 대부분 ATM 기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에서 만난 이 모씨(55세)는 “여기서 디지털 데스크로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니 창구 업무가 필요하다면 인근의 은행을 방문하는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단체에서도 디지털 특화 점포는 고령자 교육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사무처장은 “실제 영업점 창구를 가장 많이, 자주 이용하는 연령층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라며 “이들이 디지털 특화 점포를 스스로 이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굉장히 안이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 점포들이 초기 몇 개월만 직원들을 배치하고 그 이후부터는 무인으로 운영하는데, 이는 은행의 포용금융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며 “은행들의 점포 축소가 어쩔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면 고령층 이용자들이 디지털 창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무인 점포에 안내원을 한 명이라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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