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정말 효과가 있는가

2024. 12. 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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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쿠미대 졸업식장에서 기도의 열매를 맛본 졸업생들이 축복과 환희를 만끽하고 있다. 황성주 회장 제공


암이 발생하려면 유발인자와 촉진인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유전자 변이, 면역 저하, 산성 환경 등 많은 과정을 거쳐 서서히 암이 발생한다. 물론 감기나 독감의 경우는 몸의 균형이 무너질 때 짧은 시간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병원균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원인은 반드시 결과를 낳는다. 이런 관점에서 기도의 효과는 좀 복잡한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매우 긍정적이다. 그리고 성경적 기도 응답의 핵심은 ‘구하면 반드시 준다’는 점이다. 다만 ‘언제 어떤 형태로’로 주어질지는 주님만이 아신다. 기도에도 ‘성령의 감동’이라는 유발인자와 ‘환경의 압박’이라는 촉진인자가 작용한다. 분명한 것은 기도라는 생태계는 많은 요소가 결합된 ‘복잡계’라는 것이다

기도에 대해 처음으로 눈을 뜨게 해준 책이 오 할레스비의 ‘기도’이다. 저자는 하나님 자녀의 신분으로 드려지는 모든 기도는 ‘예, 아니오, 기다리라’의 3가지 형태로 응답된다는 확실성(마 7:7~11)에 대해 확고한 논리를 제시했다. 이후 적지않은 기도 응답 체험은 모두 이 명쾌한 논리를 따라 믿음으로 기도했던 결과물이었다. 이 책을 통해 ‘예’로 응답되지 않는 경우에 주님의 특별한 호의와 더 큰 배려가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문제는 “네게 무엇을 하여주기를 원하느냐”(막 10:51)는 말씀처럼 자기독백이나 종교적 주문이 아닌 ‘확실히 기도했는가’이다. 그리고 야고보서 4장 2~ 3 절의 말씀처럼 기도의 동기 점검도 중요하다. 어떤 형태든 인간의 허영심과 자기 증명은 사탄의 노리개가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기도에 대해 눈뜬 것은 군의관 1년차 시절 절박하게 드렸던 기도와 관련 있다. 그것은 기도 응답의 ‘연결성’이었고 이를 통해 기도가 응답되고 지체되는 입체적 구조, 즉 기도의 고차방정식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됐다. 당시 나는 다음 발령지가 수도권이 돼야 하는 상황에서 길이 막히자 ‘아예 청와대로 가게 해 주세요’라고 3개월간 기도했다. 그래서 결국 대통령 전용병원(서울지구병원)에 발령을 받게 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기도 응답은 나에게만 임한 게 아니었다. 나의 인사 이동에는 또 다른 간절한 기도 응답의 배경이 있었다.

그 기도의 주인공은 바로 의사로서 최초로 중장 계급장을 달았던 김록권 중령이다. 당시 군의관으로 서울지구병원 진료부장이었던 김 중령은 군에 와서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변화됐는데 병원 내 사병들을 위한 교회를 설립하고 아침마다 의사들과 경건 모임을 가졌다. 또 수요일 점심에는 병원장을 비롯한 병원 직원과 보안사 핵심 요원들이 함께하는 성경공부를 인도했다. 그런데 김 중령이 다른 야전병원 병원장으로 승진 발령이 나면서 자신을 대신할 영적 리더가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사건으로 하나님의 거대한 섭리의 네트워크와 기도의 복합성을 이해하게 됐다.

세 번째는 기도가 ‘씨앗’이라는 것이다. 이는 대학 시절 기도노트에 적은 ‘수채화 같은 꿈과 생각, 소원의 형태로 드려진 믿음의 기도들이, 작은 규모지만 10년이 지난 후부터 현실화하는 것을 목도하면서다. 아내가 사윗감을 위해 22가지 기도제목을 심고 기도하다 그 열매를 맛봤는데(이중 21가지가 일치했다) 이는 ‘기도에의 모험’의 저자 캐서린 마셜이 아들 신부감을 위해 책갈피에 편지처럼 넣어둔 씨앗기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되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막 4 : 28 ) 이 말씀처럼 ‘씨앗→싹→이삭→곡식’이라는 성숙과정을 통해 기도가 응답됨을 깨닫게 됐다. 씨앗 기도의 특징은 싹이 트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땅을 파지 않는다는 점이다. 땅을 파면 성장 환경 변화로 싹이 죽어 버리기 때문이다. 서두름과 조바심은 믿음의 가장 큰 적이다.

넷째로 기도는 ‘강청함(간청함)’이다. 바로 불퇴전(不退轉) 기도의 새로운 이해이다. 나는 70년대 말 김준곤 목사라는 영적 거장이 금식하며 매달리던 민족복음화, 세계복음화의 비전에 매료됐다. 그에게 기도는 생애를 건 비전이었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불씨였다. 그는 남은 생애동안 끝없이 부르짖었다. 그는 영원한 청년이었고 항상 모든 것이 이루어진 것처럼 생생하게 비전을 내뿜었다. 그 꿈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40여년 지켜보았는데 그것이 강청함의 기도였고 불씨의 기도였다. 예수님은 끈질긴 기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말씀하고(눅 11장, 18장) “벗 됨을 인하여서는 일어나 주지 아니할찌라도 그 강청함을 인하여 일어나 그 소용대로 주리라”(눅 11:8·개역한글)는 말씀을 통해 관계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선포하셨다. 불씨는 꺼지기 쉽기에 끝없이 불피우기를 시도하며 살려야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불씨가 꺼지지 않는 한 언젠가는 불이 붙게 돼 있다.

나는 아프리카의 진주라 부르는 우간다에 와 있다. 앞으로 10여개국을 더 다닐 예정이다. 아프리카 복음화를 위해 지난 30여년 동안 절망의 땅을 다니며 10억 영혼 구원(BSH)의 작은 기도 씨앗을 심은 것에 감사하며 나라별로 기도의 불씨를 살리려 애쓰고 있다. 아프리카는 더 이상 어둠의 땅이 아니다. 상처와 고통의 땅이 축복과 환희의 땅으로 바뀌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기도가 쌓였을까를 묵상해본다. 순교자의 피와 선교사들의 땀, 중보자들의 눈물로 인해 맺은 기도 응답의 열매다.

현재 아프리카에는 거듭난 그리스도인만 3억을 추산할 정도로 영적 대반전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 아프리카는 ‘기도는 반드시 응답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륙이다. BSH 운동을 하면서 이 말씀을 끝까지 붙들고자 한다. “하물며 하나님께서 그 밤낮 부르짖는 택하신 자들의 원한을 풀어 주지 아니하시겠느냐 그들에게 오래 참으시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속히 그 원한을 풀어 주시리라 그러나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 하시니라.”(눅 18:7~8)이다.

황성주 이롬·사랑의공동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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