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차상위계층에겐 ‘기댈 언덕’, 위기에 놓인 이웃에겐 ‘생명줄’
교회를 중심으로 반경 십리(약 4㎞)에 몸과 마음의 아픔, 외로움,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웃이 없게 하겠다는 목표로 경기도 용인제일교회(임병선 목사)가 시작한 ‘십리 프로젝트’가 사랑을 나누는 전령사로 뿌리내렸다.
교회가 십리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교회 근처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과 맞닿아 있다. 2021년 11월 교회에서 2㎞ 떨어진 경전철 김량장역에서 한 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이 프로젝트를 결단했다. 적어도 교회 주변에선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 셈이었다.
2022년 1월 닻을 올린 ‘십리 프로젝트’는 생명을 살리는 사역이다. 용인제일교회의 사랑 나눔 사역은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으로 소문이 났다. 이미 교회는 십리를 넘어 더 먼 곳까지 온정을 전하고 있다.
지역 사회와 소통해 온 십리 프로젝트는 지난달 21일 국민일보(사장 김경호)가 선정한 '2024 기독교브랜드 대상'에서 사회공헌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2일 교회에서 만난 임병선(52) 목사는 “기독교브랜드 대상 수상을 계기로 십리 프로젝트가 더 넓고 더 따뜻하게 이웃을 섬길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면서 “교인들도 이웃을 섬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늘 보람이 크다”고 설명했다.
십리 프로젝트는 극단적 선택 위기에 있는 이웃을 살리고 굶주린 주민의 배를 불리는 사역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생명을 살리는 전화(1855-4620)’를 운영하고 있다. 24시간 상담을 위해 밤에는 10명의 교역자가 당직도 선다. 도움이 필요한 주민에게 전화가 오면 교인들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간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다. 현장으로 출동한 목회자와 교인들은 이웃과 눈을 맞추고 이들의 얘기를 들어주며 위로한다. 때로는 식사도 함께한다.
교회 로비에는 식료품 창고도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쌀이나 반찬 등이 늘 마련돼 있다. 배고픈 이들이 언제든 와서 자유롭게 가지고 갈 수 있다. 몸이 불편한 이웃을 위해선 ‘사랑 나눔 봉사팀’이 배달도 간다.
교회는 난방비가 없어 추위에 떠는 이웃을 위해서 난방비 지원도 하고 있다. 교회 반경 십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겠다는 사역은 하루가 다르게 입소문이 났고 교인들도 교회 주변의 30만명 가까운 이웃을 돌본다는 자부심이 상당히 크다.
출범 3년째를 맞은 십리 프로젝트는 그사이 더욱 체계적으로 자리 잡아 왔다.
임 목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웃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긴급전화는 여전히 생명 살리기의 최전선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자살 예방 프로그램도 시작했고 온라인 게임이나 SNS에 과몰입하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세미나도 열고 있다”면서 “사랑나눔팀도 매주 두 차례 교회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고 기업들도 관심을 두고 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역의 차상위계층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기댈 언덕’이 됐다. 십리 프로젝트 봉사자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계층을 구청과 주민센터 등을 통해 소개받은 뒤 직접 찾아가 필요한 것들을 채워준다.
임 목사는 “초창기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도와야겠다는 열정만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체계가 잡혔고 봉사자와 후원자는 물론이고 이용자들까지 모두 늘었다”고 밝혔다.
용인제일교회는 십리 프로젝트뿐 아니라 또 다른 분야에서도 명성을 얻고 있다. 교회가 주민들의 사랑방이 된 것이다. 2019년 건축한 새 예배당 ‘글로리센터’는 복합 문화 공간과도 같다. 교인만을 위한 예배 공간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사용하는 열린 공간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는 키즈카페부터 풋살장과 피시방, 극장, 방송 스튜디오, 편의점까지 마련돼 있다. 주일에 유치부실로 사용되는 공간은 주중에 주민들의 댄스 연습실로 사용된다. 유년부실은 풋살장이고 초등부실은 체육관, 청소년부는 소극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교회 마당 한쪽에 별도로 지은 예식장은 교인보다 주민들이 더 많이 사용할 정도다. 이미 예식업계와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들 사이에선 용인제일교회 예식장이 사진이 잘 나오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주말이면 교회로 가족 나들이 오는 주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자녀들은 키즈카페와 피시방에서 놀고 부모들은 교회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곳곳에 마련된 소파에서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교회에 부임한 지 12년이 된 임 목사는 ‘섬과 같은 교회’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대 같은 교회’를 제안했다.
그는 “사실 대부분 교회가 여러 모양으로 지역을 돌보고 있다”면서 “이런 소통이 있어야 섬이 아닌 등대 같은 교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십리 프로젝트가 이처럼 잘 자리 잡은 건 무엇보다 네이밍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전국 교회들도 지역사회 봉사를 위한 활동에 좋은 이름을 부여하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가진다면 주민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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