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무비자와 反간첩법 사이 중국여행

남호철,문화체육부 2024. 12. 5. 00: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무비자 입국'의 문을 열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1일 우리나라 일반 여권 소지자 무비자 정책 실시를 일방적으로 밝혔다.

무비자 입국으로 다소 편해질지는 모르지만 중국은 여전히 여행하기에 편하지 않은 나라다.

다만 비즈니스, 관광, 친지 방문 및 경유 목적 외의 방문 시에는 중국 입국 전 비자 취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중국이 우리나라에 ‘무비자 입국’의 문을 열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1일 우리나라 일반 여권 소지자 무비자 정책 실시를 일방적으로 밝혔다. 적용 기간은 지난달 8일부터 내년 말까지다. 이어 22일에는 당초 15일이었던 무비자 기간을 30일로 늘렸다. 한국이 중국의 무비자 대상국에 포함된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중국 비자의 경우 저렴한 일회용(단수) 단체 비자라 해도 6만원, 통상 10만원이 넘는 발급 비용이 들고 발급 기간도 일주일가량 걸린 것에 비춰볼 때 한시적이긴 하지만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친지 방문, 비즈니스를 위한 단기 방문에 시간 및 금전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어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한·중 양국 간 인적 교류 규모는 총 1036만명이다. 방한 중국인은 602만명으로 전체 방한 외국인 중 34.4%를 차지하며 1위였다.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전체 출국자 수의 30.6%인 434만명으로 비중이 두 번째로 높았다. 과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는 중국이었지만 최근 일본으로 바뀌었다. 중국으로선 연간 2000만명에 이르는 한·일 관광객 왕래를 의식했을 수도 있다. 국내 여행업계에서는 중국 여행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비자 발급 등 번거로운 과정 없이 비행기 표만 사면 당장 떠날 수 있게 됨에 따라 ‘심리적 거리’가 크게 줄면서 과거 50∼70대 중장년층이 비자 발급 대행 서비스가 가능한 패키지 여행을 떠나는 상품이 주로 많았지만 이번 조치로 중국 여행에 무관심하던 20∼40대의 중국 여행이 많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비수기임에도 예약률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중국 여행 수요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무비자 입국으로 다소 편해질지는 모르지만 중국은 여전히 여행하기에 편하지 않은 나라다. 중국의 유명 관광지마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혼잡스러운 상황에서 중국 여행을 가더라도 시간 낭비는 피할 수 없다. 서방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접속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중국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한시적 단기 비자 면제 조치 시행 이후 중국으로 입국하려던 한국 국민이 입국을 거부당해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유는 ‘입국 목적 불분명’으로 전해졌다. 불편을 넘어 조심해야 할 것도 있다. ‘반(反)간첩법’이다. 간첩죄 기준이 지나치게 선언적이고 포괄적이어서다. 판단 기준인 ‘국가 안전과 이익’ 등에 대한 개념 정의가 없어 중국 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법 적용이 가능하다. 실제 지난 5월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체포·구금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지난 7월부터 외국인의 개인 전자기기를 불심 검문할 수 있는 규정도 시행되면서 신경 쓰이는 일이 더 생겼다. 한국 정부도 유의 사항을 전했다. 공개된 자료라도 중국 당국이 국가안보 관련성을 주장할 수 있는 문건·지도·사진·통계 등은 저장하거나 출력해 휴대하지 않는 게 좋다. 또 위성항법시스템(GPS) 장치를 기반으로 하는 위치 앱은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지형 정보를 취득하는 것으로 오인받을 수 있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국 영토·인권·지도자·종교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지속 표현하거나 관련 게시물을 인터넷에 게재하는 등 중국 당국을 자극할 수 있는 활동도 자제해야 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반간첩법이 있지만 무비자 입국의 편의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지혜롭다. 다만 비즈니스, 관광, 친지 방문 및 경유 목적 외의 방문 시에는 중국 입국 전 비자 취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