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광화문에 모인 1만 시민들 "반란수괴 윤석열 체포하라"

유지영 2024. 12. 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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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민사회단체 '내란죄 윤석열 퇴진' 촉구 집회...7일까지 매일 광화문에서 촛불집회

[유지영, 김성욱, 권우성 기자]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시민촛불’ 집회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노동자,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권우성
"나라가 통째로 넘어갈 뻔한 정말 끔찍한 밤이었다."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 계엄 선포에 밤잠 이루지 못한 시민 1만여 명이 퇴근길 집이 아닌 거리로 뛰어나왔다. 광화문 인근에 모인 시민들은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면서 "반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하라"라고 외쳤다.

4일 오후 6시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퇴진광장을 열자! 시민촛불' 집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에 항의했다. 오후 6시 집회를 시작했을 무렵 시민들은 수백 명 수준이었으나 곧 1만여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퇴근을 마치고 삼삼오오 광화문으로 모여들었다.

"도저히 믿기 힘든 참담한 상황 목격"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시민촛불’ 집회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노동자,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권우성
 4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 시민들이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시민들은 손에 촛불이나 손피켓을 쥔 채로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4.4km를 걸었다. 버스나 건물 내부에 있던 시민들은 행진하는 시민들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으면서 환호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서 왔다"라고 외쳐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승훈 시민사회연대회의 위원장은 제주도에서 온 시민에게 "오늘 이 집회가 비행기값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집회가 될 거라 의심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이 위원장은 집회 무대 위로 올라 "어젯밤(3일) 한숨도 못 주무신 시민들이 너무 많다. 우리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참담한 상황을 목도하게 됐다"라면서 "국회에 무장을 한 특전사들이 총을 가지고 난입하는 상황을 보기도 했지만, 그들이 국회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냈던 시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집회 도중인 오후 7시 무렵 이번 비상 계엄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나라를 지키라고 국방부 장관을 시켜놨더니 비상 계엄으로 국민들을 협박하고 이제는 도망친다고 한다. 강도가 강도짓을 하고 붙잡히니까 강도를 은퇴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

"진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걸 보여주겠다"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시민촛불’ 집회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노동자,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집회 현장에서 만난 진아무개(여·22·서울 강남구)씨는 "어제 계엄령 뉴스를 보고 너무 무서워서 새벽 5시까지 잠을 못 잤다"라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신만 권력이 있는 게 아니라 진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목소리를 보태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아무개(남·20·서울 마포구)씨 또한 "어제 밤 학교 도서관에서 계엄령 뉴스를 보고도 정작 밖에 나가 행동하지 못한 게 스스로 부끄러워 오늘 광화문에 나왔다"라면서 "평상시에는 이견이 있다면 담론장에서의 토론을 통해 좁혀가면 되지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불의는 곧바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4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 시민들이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촛불집회에서 '탄핵 이후'를 고민하는 시민도 만날 수 있었다. 남궁아무개(남·20·서울 동작구)씨는 "비상계엄 소식을 학교 학생회실에서 접했는데, 전혀 논리적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윤석열은 계엄령도 못하는 구나' 싶었다"라며 "박근혜 탄핵 이후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지 못해 결국 윤석열 정권이 탄생한 것처럼, 이번 탄핵도 단순히 탄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 사회에 대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을 찍었다는 한 청년 남성이 발언을 신청해 무대 위에 올라 참여자들로부터 환호와 야유를 받기도 했다. 그는 "나는 오늘 내가 저지른 실수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지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나는) 윤석열을 찍었고, 그 결과가 잘못됐다. 6공화국 최악의 국정농단과 쿠데타가 발생하고 말았다"라면서도 "촛불은 불면 꺼진다고요? 다시 붙이면 그만이다"라고 외쳤다.

7일까지 매일 광화문에서 촛불집회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시민촛불’ 집회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노동자,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권우성
한편, 두 명의 쌍둥이 아들을 군대에 보냈다고 밝힌 이미현씨도 무대에 올랐다. 이씨는 자신의 아들이 일주일 뒤 제대가 예정돼 있었지만 기약 없이 연장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포항에서 근무하는 첫째 아들은 '전쟁이 날 것 같다'며 '죽지 않을 테니 엄마는 도망가서 한국에 돌아오지 말라'고 했다"라면서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는 자식이 군대에서 죽을까 봐 두렵고, 군대에 간 아들은 부모가 전쟁으로 죽을까 봐 두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5년짜리 임기면서 대한민국이 자기 것인 줄 알고 불법 계엄을 선포하고 귀한 아들을 앞장세워 나라를 망하게 한다. 엄마로서 이 자리에 서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4일 집회 참석 인원들은 당초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바리케이드로 막고 있던 남영역 사거리에서 종료됐다. 시민사회단체는 4일을 시작으로 7일까지 매일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내란죄를 저지른 윤석열의 퇴진을 요구하고, 국민주권을 실현하며, 사회대개혁을 위한 퇴진광장을 열겠다"라고 밝혔다.

4일 윤석열 퇴진 집회는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광주광역시의 5.18민주광장, 충남의 천안터미널, 대구·경북의 대구CGV한일 앞 등 전국 30여 곳의 퇴근길 광장과 사거리·로터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4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 시민들이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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