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안정 얘기하다 계엄령... 뭐 하는 짓인가"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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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마이TV의 ‘[계엄 실시간] 국회 앞에 나타난 계엄군’ 유튜브 영상 캡처본. 장갑차 사이로 오토바이를 탄 배달 기사가 지나가는 모습이다. |
| ⓒ 오마이TV |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3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이 발표되고 국회 앞에 계엄군이 나타난 그 시간에 배달을 보낸 사장님은 뉴스를 보면서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아침이 밝고 일각에선 이 일을 '해프닝'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충정은 이해하나 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이었다"고 말했다.
해프닝(happening)이란 '우연히 일어난 일. 또는 우발적인 사건'을 뜻한다. 과연 자영업자들은 어젯밤의 비상계엄을 '해프닝' 정도로 여길까?
망원역 인근 11곳 가게 사장님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4시까지 잠 못 잔 사장님,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이젠 아예 가게 문 닫아야 하나' 걱정하는 사장님, '어떻게 대통령이 경제를 무너뜨리냐'며 '내 주식 어떡하냐'는 사장님까지. 그들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화'가 났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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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저녁 서울역 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4.12.3 |
| ⓒ 연합뉴스 |
그는 "오늘 아침에 가게 문 여는데 너무 피곤하더라. 어제 새벽 남편이 거의 전쟁 날 분위기라고 하길래 '내가 재난문자를 꺼놔서 알림이 안 왔나?' 싶어서 확인했는데 그거는 안 오더라"며 "가뜩이나 경기도 어렵고 모두가 심란한 상황에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민생 안정' 애기하다가 계염령을 한다는 것이 너무 앞뒤가 안 맞지 않나. 오늘 '가게에 손님 안 오면 어쩌지' 이런 생각하면서 왔다"고 말했다.
반려견 사료 및 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아무개(33, 여)씨는 어이가 없었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계엄령을 봤던 입장에서 '내 세대에 계엄령을 실제로 볼 수 있다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진지하게 안 받아들인 것 같다. 이제 제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는데 그만큼 너무 옛날 일이라고 생각했고, 교과서에서만 보던 거니까,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5년 째 카페를 운영 중이라는 박아무개(37, 남)씨가 잠든 시간은 새벽 4시였다고 한다. 그는 "무슨 사태가 벌어질지 몰라 4시까지 뉴스를 보고 잤다. 윤석열은 워낙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유혈 사태까지 벌어지는 거 아닌가 싶어서"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경제를 어떻게든 안정시키려고 해야 하는데 어떻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경제를 무너뜨리냐. 대통령이 저러고 있으니까 답답하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박아무(60대,여)씨는 "뉴스 보다가 화나서 그냥 11시께 잤다. 무슨 전쟁 난 것도 아니고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이렇게 맘대로 하는 법이 어딨나"라며 "그런데 우리는 그냥 TV 보고 열변 토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힘이 없잖아요"라고 씁쓸하게 답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60대 남성 A씨는 "장난치는 줄 알았다. (대통령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 아무것도 모르고 가만히 있는데 계엄령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10년 째 백반집을 운영한다는 류아무개(30대 중반,여)씨의 가게에는 비상 계엄령 관련 뉴스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류씨는 "너무 화난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너무 앞과 뒤가 다르다"고 화를 내며 말했다. 5년 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윤희진(35, 여)씨는 "처음엔 딱히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주가 떨어지는 게 가장 화가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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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영업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망원역 인근 상권 모습 |
| ⓒ 권우성 |
"지금처럼 장사 안 된 적 처음이다. 코로나 때보다 훨씬 더 심하다. 지금 가게 접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개선할 여지가 없으니까 그냥 모든 게 다 바뀌었으면 좋겠다."
30년 째 국밥집을 운영한다는 60대 여성 A씨도 가게 한쪽에 있는 TV에 나오는 뉴스를 보고 있었다. A씨는 "속상하죠.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어젯밤에 뉴스 보고 잠들었다가 오늘 가게에도 내내 뉴스 틀어 놓는데, 마음이 많이 안 좋다"며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만약 오늘 가게 문이라도 못 열었으면 어쩔 뻔 했나"라고 했다.
5년 째 김밥집을 하고 있다는 이은영(52, 여)씨는 "장사 준비하려고 3시 30분에 기상하는데 뉴스 보자마자 너무 무서웠다"며 "지금 이게 공포감 유지하는 것밖에 더 되나요? 나라가 국민에게 겁을 줘도 되나요?"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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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한 시민이 태극기를 들고 있고 너머로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
| ⓒ 권우성 |
5년 째 카페를 운영한다는 박아무개(37, 남)씨도 "해프닝이라고 말해선 절대 안 된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며 "이게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해프닝으로 보기에 사안이 너무 크지 않나. 저는 대통령이 계엄령을 들고 나왔길래 새벽 4시까지 기다리면서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걸 해프닝이라고 어떻게 볼 수 있나"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이번 계엄령은 마치 어린애가 땡깡 피우는 것 같다"며 "'나 대통령이니까 다들 까불지 마. 나 계엄령 카드 있으니까 다 뒤집어 엎는다'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악인 것 같다"는 그의 말에는 잔뜩 화가 실려 있었다.
"원래도 윤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없었는데, 해프닝이라는 말로 더 화가 난다. 이제는 탄핵이 됐든 뭐든 조치를 취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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