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명백한 내란,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박성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계엄군이 점령을 시도한 국회앞에서 시민들이 집결해 계엄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이 국회 담장에 올라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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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상으로도, 계엄법상으로도 전혀 효력이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정상적인 국무회의 심의를 거쳤는지도 확인되지 않았고 지체 없는 국회 통고는 포고령을 통한 지체 없는 국회 해산으로 대신했습니다. 선포시 얘기해야 하는 시행일시, 시행지역도 빠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예산 삭감을 두고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행정부를 감시하는 국회가 정부 예산을 삭감한 것에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있을지언정, 계엄 선포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여긴 이들은 없었습니다. 사실상 대통령의 망상적 언동에 불과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본청 출입을 막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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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의 비상계엄조차 하지 않은 정치활동 일체 금지 등 내용적으로도 위헌적이지만 더욱 놀라웠던 건 "처단"이라는 단어의 사용이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처단이라는 단어의 뜻은 '결단을 내려 처치하거나 처분함'입니다. 처치라는 단어의 뜻은 '처리하여 없애거나 죽여 버림'이고 처분이라는 단어의 뜻은 '처리하여 치움'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엇보다 최우선해야 할 국군이 말 그대로 국민을 대상으로 목숨까지 위협한 협박을 저질렀습니다. 이는 결코 국군의 일원이라고 볼 수 없는 명백한 내란행위입니다.
완전무장한 계엄군과 대치한 맨손의 시민들... 단 한 사람 때문에 벌어진 일
수많은 이들이 야밤에 계엄군이 헬기까지 동원해 완전무장한 채로 국회로 진입하는 걸 실시간으로 목격했습니다. 방탄 헬멧과 방탄복,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과 휴대전화 카메라만 든 맨손의 시민들이 국회의사당에서 일촉즉발 대치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봤습니다.
흔히들 군인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이는 국민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군인의 특수성 때문에 나오는 얘기지, 그것 자체가 군인이라는 직업의 본질은 아닙니다. 국민에 위해를 가하라는 명령은 죽음을 무릅쓰고 행해야 할 명령이 아니라 죽음으로써 거부해야 할 명령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일선에 나선 계엄군들은 비록 일부 인원들이 국회 창문을 넘어 진입하는 등의 행위는 저질렀으나 물리력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 계엄군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이후 시민에게 '죄송합니다'라며 수차례 고개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저도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한 사람입니다. 군인 시절, 유사시에 나라를 위협하는 적군에 맞설 상황에 대해 자주 우려했습니다. 이제 군인들은 적군이 아닌 내 부모와 형제, 친구와 애인에 맞서는 상황 또한 우려해야 합니다. 단 한 사람 때문에 말입니다.
▲ 4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 본관앞에서 ‘윤석열 퇴진 촉구 동국대학생 122명 시국선언’이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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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적 계엄을 선포해 군을 이용, 국회를 장악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한국은 성공한 쿠데타도 내란죄로 처벌한 나라입니다. 실패한 쿠데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대통령은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 불소추 특권을 누리지만 내란죄만은 예외입니다. 내란죄는 미수범도 처벌하는 법이고 형사소송법 제221조는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라고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을 비롯해 이번 위헌 계엄에 가담한 이들은 내란죄 현행범으로서 당장 체포해야 마땅할 구성요건을 모두 갖춘 셈입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스스로의 말을 빌리자면,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범법자로 전락했습니다. 이제 자신의 죗값을 받을 시간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다른 많은 국민 또한 외치고 싶을 한 마디를 그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윤석열 당신은 더 이상 내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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