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선포로 민주주의 짓밟힌 지금, 환경부 댐 추진할 때인가
[박은영 기자]
▲ 숨막혔던 3일-4일 밤.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이 뜬 눈으로 이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을 것이다. |
ⓒ 박수완 |
아이들과 '어서 자라'고 실랑이를 하던 평범한 밤이었다. 남편이 말하길래 그게 말이 되냐고 받아치며 포털사이트 뉴스를 열어보았는데 진짜였다. 이게 현실인가 싶어 SNS와 뉴스들을 검색하며 눈을 의심했지만 사실이었다. 늦게까지 깨어있던 큰 아이가 "엄마, 전쟁나는거야?" 묻기에 다독이며 재우면서도 이게 사실인가 싶었다. 아마 그날 밤, 국회로 군인들이 모이고 유리창을 깨부수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 본 국민들은 이런 비현실적인 감정을 공감할 것이다.
잠을 설치고 달려온 금강 천막농성장은 이런 소동이 있었던 걸 모르는지 조용하다. 평온한 강가엔 큰 기러기가 도열하며 내려 앉았고 강은 여전히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애끓고 있던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국민들의 목소리는 이제 더 크게 책임져야 할 일들을 말할 것이다. 이 소리를 정부는 또 귀 막고 거부할 것인가.
▲ 지천댐반대집회의 모습 |
ⓒ 지천댐반대대책위 |
지난 2일 저녁, 지천댐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200여 명이 청양문화원 앞 사거리에 모여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주민들은 댐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며 추운 날씨를 견디며 집회에 참여했다. 이 날 집회는 수몰될 마을 주민들의 발언, 청양 지천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영상 상영 및 공연 등 주민들이 지천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이미 (댐으로) 수몰된 지역 분들이 하나같이 말한다. 속지 말라고. 다 잃어버린다고."
▲ 지천댐반대집회의 모습 |
ⓒ 지천댐반대대책위 |
▲ 낙동강유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안) 공청회. 경찰들이 공청회장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
ⓒ 임도훈 |
▲ 낙동강권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안) 공청회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모습 |
ⓒ 서옥림 |
▲ 금줄을 만들고 있는 얼가니새 |
ⓒ 박은영 |
얼가니새(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가 볏짚을 몇 단 들고 나타나 새끼를 꼬기 시작했다. 전국 환경지킴이들이 모여 진행할 생명위령제에서 쓸 금줄을 만들기 위해서다. 자리를 잡고 앉아 능숙하게 새끼를 꼬는 폼이 한두 해 해본 솜씨가 아니다. 금강을 비롯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삶터를 보호하고, '삿된 것들'이 모두 물러가길 바라며 금줄을 치고 생명을 위로하는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금강을 지키기 위해 해 온 이 투쟁은 자연을 거스르는 삿된 마음, 삿된 것들과의 싸움이었다. 우리는 금강 곁에 천막이라는 큰 촛불을 세웠고 여러 연대들이 불꽃이 되고 심지가 되어 지금껏 타오르고 있다. 그러니 쓸모없어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다 타 없어질 때까지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이다.
지금 우리는 여기에서 '삿된 것들'을 우리의 삶과 분리하기 위해, 200여 일이 넘는 시간을 엮어 거대한 금줄을 쳐내고 있다. 세상이든, 자연이든 거스르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이 '삿된 것들'을 쳐내고 언젠가는 뭍에 오를 날을 우리 또한 기다린다. 지금은 이 어두운 시간조차 희망의 금줄로 잘 엮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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