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선포로 민주주의 짓밟힌 지금, 환경부 댐 추진할 때인가

박은영 2024. 12. 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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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소식 218일-220일차] 생명을 거스르는 삿된 것 막는 금줄을 치자

[박은영 기자]

 숨막혔던 3일-4일 밤.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이 뜬 눈으로 이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을 것이다.
ⓒ 박수완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다는데?"

아이들과 '어서 자라'고 실랑이를 하던 평범한 밤이었다. 남편이 말하길래 그게 말이 되냐고 받아치며 포털사이트 뉴스를 열어보았는데 진짜였다. 이게 현실인가 싶어 SNS와 뉴스들을 검색하며 눈을 의심했지만 사실이었다. 늦게까지 깨어있던 큰 아이가 "엄마, 전쟁나는거야?" 묻기에 다독이며 재우면서도 이게 사실인가 싶었다. 아마 그날 밤, 국회로 군인들이 모이고 유리창을 깨부수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 본 국민들은 이런 비현실적인 감정을 공감할 것이다.

잠을 설치고 달려온 금강 천막농성장은 이런 소동이 있었던 걸 모르는지 조용하다. 평온한 강가엔 큰 기러기가 도열하며 내려 앉았고 강은 여전히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애끓고 있던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국민들의 목소리는 이제 더 크게 책임져야 할 일들을 말할 것이다. 이 소리를 정부는 또 귀 막고 거부할 것인가.

속지마라, 다 잃는다... 수몰 위기 주민들의 애타는 마음
 지천댐반대집회의 모습
ⓒ 지천댐반대대책위
"사랑해요 지천, 지켜줄게 지천"

지난 2일 저녁, 지천댐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200여 명이 청양문화원 앞 사거리에 모여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주민들은 댐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며 추운 날씨를 견디며 집회에 참여했다. 이 날 집회는 수몰될 마을 주민들의 발언, 청양 지천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영상 상영 및 공연 등 주민들이 지천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이미 (댐으로) 수몰된 지역 분들이 하나같이 말한다. 속지 말라고. 다 잃어버린다고."

자유발언에 나선 주민들은 하나같이 '날벼락이 떨어진 기분'이라며 이렇게 토로했다. 발언에 나선 주민 A씨는 대청댐, 보령댐으로 수몰된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엄청난 보상을 해줄 것 처럼 말하지만 결국 고향도 다 잃고 얻는 것이 없을 거라고 반대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한 댐 건설로 마을이 수장되면서 그동안 지어온 농사일과 동고동락 해 온 마을공동체가 산산이 부서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주민 발언자 B씨는 "청양을 희생시켜 청정자연을 함부로 난도질하지 마라"고 외치며 "물관리 계획을 제대로 바로잡고 물관리부터 똑바로 잘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천댐반대집회의 모습
ⓒ 지천댐반대대책위
주민들은 어두운 상황에서 열리는 집회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노래와 촛불파도타기 등으로 집회를 즐기며 힘을 모아냈다. 주민들의 뜨거운 투쟁의 힘으로 결국 지천댐은 무산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져 왔다. 충남도와 환경부는 이제라도 주민들의 목소리부터 제대로 듣고, 진짜 기후위기 대응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무도한 정권에 더 이상 기댈 생각하지 말고 주민들의 손을 잡길 바란다.
공청회장 겹겹이 둘러싼 경찰
 낙동강유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안) 공청회. 경찰들이 공청회장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 임도훈
오늘(4일) 이 난리 속에서도 낙동강권역 하천수자원관리계획(안) 공청회가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1차 공청회가 무산되고 다시 열리는 2번째 공청회다. 금강권역 공청회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경찰병력을 공청회장 앞에 배치하고 불법에 위협적인 공청회를 열고 있다. 겹겹이 경찰에 둘러싸여 들리지도 않는 발표를 하며 강행하는 모습이 이제 불쌍하기까지 하다. 어젯밤 국회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영락없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다.
환경부는 지금 국민들이 왜 윤석열 정부에 분노하는지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마치 윤석열 정부의 이번 계엄선포처럼,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완강히 듣지 않겠다고, 거부하거나 고발하는 식으로 댐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낙동강권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안) 공청회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모습
ⓒ 서옥림
윤석열 정부의 계엄사태로 민주주의가 훼손된 이 와중에, 주민들 짓밟아가며 해야 할 만큼 댐 건설이 중요한가. 공안 정국을 만드는 환경부 장관과 이런 말도 안되는 일에 항명 하나 없이 따르고 있는 공무원들 모두 공범이다. 이런 불법, 폭력적인 공청회는 모두 무효다. 환경부 장관이 이 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하고 관계 공무원들을 징계해야 한다. 엉터리 기후대응댐 삽질 계획을 당장 중단하라.
 금줄을 만들고 있는 얼가니새
ⓒ 박은영
"초등학교 때 해보고 40년 만에 해보네~"

얼가니새(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가 볏짚을 몇 단 들고 나타나 새끼를 꼬기 시작했다. 전국 환경지킴이들이 모여 진행할 생명위령제에서 쓸 금줄을 만들기 위해서다. 자리를 잡고 앉아 능숙하게 새끼를 꼬는 폼이 한두 해 해본 솜씨가 아니다. 금강을 비롯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삶터를 보호하고, '삿된 것들'이 모두 물러가길 바라며 금줄을 치고 생명을 위로하는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금강을 지키기 위해 해 온 이 투쟁은 자연을 거스르는 삿된 마음, 삿된 것들과의 싸움이었다. 우리는 금강 곁에 천막이라는 큰 촛불을 세웠고 여러 연대들이 불꽃이 되고 심지가 되어 지금껏 타오르고 있다. 그러니 쓸모없어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다 타 없어질 때까지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이다.

지금 우리는 여기에서 '삿된 것들'을 우리의 삶과 분리하기 위해, 200여 일이 넘는 시간을 엮어 거대한 금줄을 쳐내고 있다. 세상이든, 자연이든 거스르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이 '삿된 것들'을 쳐내고 언젠가는 뭍에 오를 날을 우리 또한 기다린다. 지금은 이 어두운 시간조차 희망의 금줄로 잘 엮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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