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수술장 모습 그대로… 메드트로닉, 오송 ‘로봇 수술 연구·교육 센터’ 열어

전종보 기자 2024. 12. 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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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인사이드]
지난 3일 충청북도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에서 열린 메드트로닉 ‘로봇 수술 연구·교육 센터’ 개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메드트로닉코리아 직원이 로봇 수술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메드트로닉 제공
1980년대까지 수술은 배를 가르는 개복(開腹) 방식이었다. 1990년대엔 수술 부위에 작게 구멍을 뚫는 등 이른바 ‘최소 침습’ 수술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이런 흐름은 2000년대 들어 ‘로봇 수술’로 변화·발전했다. 로봇 수술은 한층 정교해진 최소 침습 수술을 통해 합병증 위험을 낮추고 수술 후 입원 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최근엔 그 기술력이 진일보했으며, 의료계에서도 기기를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문제는 좋은 장비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다루는 방법을 배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병원마다 장비를 두고 실습·교육을 하기엔 비용, 시간, 공간, 인력 등 여러 면에서 효율이 떨어지고,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병원에 비싼 로봇을 ​덜컥 들여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외국 의료기기 기업인 메드트로닉이 큰 돈을 투자해 한국에 직접 연구·교육 센터를 지은 것도 이 같은 연유다. 의료진은 신기술, 기기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별도 공간이 마련돼 좋고, 기업 입장에서는 이곳을 이용하는 의료진이 많아지면 장기적으로 로봇 수술 저변이 확대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 3일 충북 오송에 문을 연 메드트로닉 ‘로봇 수술 연구·교육 센터’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외과 의사를 양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최신 로봇보조수술기들 들어서… 모든 외과 수술 연구·교육
메드트로닉은 지난 3일 메드트로닉 이노베이션 센터(MIC) 오송 캠퍼스에서 ‘로봇 수술 연구·교육 센터’ 개관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메드트로닉 전 세계 로봇사업을 총괄하는 라짓 카말 사장과 메드트로닉코리아 유승록 대표,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회장, 계명대학교 조치흠 의무부총장 겸 동산의료원장. 대한외과학회 이강영 이사장, 대한내시경복강경로봇학회 형우진 이사장,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 김대연 회장,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 오창현 보건산업진흥과장 등이 참석했다. 유승록 대표는 “로봇 수술 연구·교육 센터 개관을 통해 MIC 오송 캠퍼스는 현대 임장 현장에서 요구되는 모든 플랫폼을 교육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며 “로봇 수술 저변을 넓히는 것은 물론, 개별 환자에게 적합한 맞춤형 연구교육 또한 가능하다”고 말했다.

메드트로닉 로봇 수술 연구·교육 센터에는 4개의 수술실과 ‘휴고’를 비롯한 메드트로닉의 최신 로봇보조수술기들이 들어서있다. 다양한 질환에 로봇 수술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는 물론, 기존 복강경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연계를 통한 종합적 외과 수술 연구·교육도 가능할 전망이다. 메드트로닉은 향후 로봇 수술을 집도할 신규 의료진 외에도 전임의, 전공의, 간호사를 대상으로도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다. 유 대표는 “앞으로도 국내 의료진, 학계, 산업계, 정부 등과 협력하며 더 나은 치료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 유승록 대표이사 / 메드트로닉 제공
◇메드트로닉, 국내에 515억 이상 투자… “의료진 기술 공유하는 허브 역할도”
이번 투자로 메드트로닉의 의료기기 연구개발과 의료 술기 교육훈련 분야 국내 누적 투자액은 총 515억원을 넘어섰다. MIC 오송 캠퍼스는 메드트로닉이 전 세계 6개국에서 운영 중인 8개 MIC 캠퍼스 중 한 곳으로, 2013년 첫 개관 당시에는 국내 최초 의료기기 연구·개발, 의료 술기 교육훈련 시설이자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첫 외국인 직접 투자 사례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연간 3400명의 보건의료인이 MIC 오송 캠퍼스를 찾고 있으며, 대한외과학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이곳에서 전공의 필수 교육 과정도 진행 중이다. MIC 오송 캠퍼스 김경민 센터장은 “MIC 오송 캠퍼스는 국내 의료기기 분야 최초 학술 연구·트레이닝 센터로서 큰 의미를 가진 시설”이라며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에서 유치한 최초의 성공적 외국 자본 투자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고 말했다.

MIC 오송 캠퍼스에는 ▲혈관 조영 장비와 시뮬레이터를 구비한 ‘중재 시술 실습실’ ▲11개 수술대와 복강경·내시경 장비, LED 라이트, HD모니터 등의 수술 장비를 갖춘 ‘외과 수술 실습실’ ▲C-arm, O-arm,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 최신 방사선 촬영 장비를 활용해 정형외과·심장 수술 교육이 가능한 ‘복합 수술 실습실’ ▲응급·호흡기 처치를 위한 교육이 가능한 ‘시뮬레이션 실습실’ 등이 실제 병원 내 수술실의 모습 그대로 재현돼 있다. 의료진의 원활하고 효과적인 교육·훈련을 돕기 위해 자사 제품뿐 아니라 타사 제품도 구비해 놓았다. 김 센터장은 “MIC에서는 의료진에게 필수적이면서도 맞춤화된 다양한 트레이닝 기회를 제공한다”며 “아시아 전반에 걸쳐 국내 의료진의 의료 기술을 공유하는 허브 기능도 하고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대한내시경복강경로봇학회 형우진 이사장, 대한외과학회 이강영 이사장,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 김대연 회장 / 메드트로닉 제공
◇전문가들 “로봇 수술 계속 늘어… 교육·훈련, 급여 문제 해결 필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로봇 수술의 현재와 수술의 미래’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분야에서 로봇 수술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외과학회 이강영 이사장은 “대장암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최소 침습 수술의 약 10%가 로봇 수술”이라며 “고난도 수술에 정밀한 의료기기를 사용하려 하고 있고, 새로운 로봇 수술기가 계속 나온다면 추가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 수술 계속 활성화되려면 급여 문제 해결과 보다 많은 교육·훈련 기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한내시경복강경로봇학회 형우진 이사장은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과 비교하면 한국은 로봇 수술 도입 초기에 로봇 수술이 급격하게 늘다가 현재는 조금 정체된 상황”이라며 “보험 급여 문제가 가장 큰 이유로, 환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을 고려하기 전에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로봇 수술을 선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 김대연 회장은 “산부인과의 경우 개원가에서도 로봇 수술을 시작했다”며 “일부는 로봇 수술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거나 경험하지 않고 기기를 바로 구매하기도 하는데, MIC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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