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포고령 1호부터 심각...위헌·불법 따져보니
[선대식 기자]
▲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퇴진과 구속 수사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앞에서 언론현업단체(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의회, 한국기술인연합회) 주최로 열렸다. |
ⓒ 권우성 |
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원천무효이고, 중대한 헌법 위반이자, 법률 위반"이라면서 자진 사퇴 거부 시 탄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 요건으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내세우고 있다. 하나하나 따져봤다.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
ⓒ 대통령실 |
계엄법 제2조도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이 이 선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이견을 찾기 힘들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는 담화문에서 야당이 다수당인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실체적 발언이 아닌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조차도 "요건에도 맞지 않는 위법한, 위헌 비상계엄 선포"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에서 "과연 지금의 상황이 헌법이 말하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지 우리는 말로서 대통령을 반박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라고 일갈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들이 투입되고 있다. |
ⓒ 유성호 |
설사 요건이 갖추어져 비상계엄이 선포된다고 해도 헌법기관인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킬 수는 없다. 이는 사실상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헌법 77조 3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계엄법 역시 계엄사령관의 특별조치권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특별조치권은 국회에는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헌법 77조 5항은 국회에 계엄해제권을 부여하고 있을뿐더러, 계엄법 13조는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면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보장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령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결정이 있어야 하는데, 계엄령으로 국회의 활동을 금지해버리면 대통령 자신 외에는 누구도 끝낼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국회, 정당 등 정치활동을 금지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는 위헌이자 위법이며, 그에 기반한 무장 계엄군의 국회 진입은 매우 심각한 불법 행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4일 새벽 국회 본청에 진입한 군 병력이 국민의힘 당대표실쪽에서 본회의장 으로 진입하려 하자,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진입을 막고 있다. |
ⓒ 연합뉴스 |
계엄 선포를 둘러싼 절차적 하자 논란도 크다. 계엄법은 계엄 선포를 할 때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고(3조) ▲계엄의 이유, 종류, 시행일시,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하고(4조)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5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선 심의 단계에서부터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렸는지, 여기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은 국무회의가 진행됐고, 국무위원 다수 반대에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밀어붙였다고 보도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무위원이 몰랐다는 소식도 나오는 등 엇갈린다.
계엄법에 규정된 계엄 선포 공고 내용도 매우 부실하다. 특히 윤 대통령의 담화문 어디에도 이번 계엄의 종류(비상계엄 또는 경비계엄)가 무엇인지, 시행지역이 어디인지, 계엄사령관이 누구인지가 나와있지 않다.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계엄 선포 직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윤석열 담화에는 그 이유만 있고, '종류', '시행일시', '시행지역'은 없다"면서 "계엄사령관 포고령에 관련 내용이 있지만, 이 공고는 계엄사령관이 해야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내용으로 해야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회 통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4일 오전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표결에 부치기에 앞서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다"라며 "대통령의 귀책 사유"라고 밝혔다.
▲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군들의 난입으로 인해 훼손된 시설들을 살펴보고 있다. |
ⓒ 유성호 |
하지만 국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된 시간이 4일 새벽 1시1분인데, 윤 대통령이 군 철수 담화를 밝힌 시간은 4시26분이고,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된 시간은 4시30분이다. 계엄령 선포(3일 밤 10시27분)부터 국회의 해제 결의안 통과까지 약 2시간34분이 걸렸는데, 그 이후부터 실제 해제되기까지 3시간29분이 걸린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측은 새벽 시간에 국무위원을 소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십여명 규모의 국무위원이 190명 국회의원들이 봉쇄를 뚫고 모이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렸다는 건 이해하기 쉽지 않다. 특히 계엄이라는 비상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계엄군이 점령을 시도한 국회앞에서 시민들이 집결해 계엄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이 국회 담장에 올라가 있다. |
ⓒ 권우성 |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계엄군이 점령을 시도한 국회앞에서 시민들이 집결해 계엄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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