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삼쩜영] 어쩌다 아이들에게 '비상계엄'을 설명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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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육아삼쩜영'은 웹3.0에서 착안한 것으로, 아이들을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가치로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 부산, 제주, 경기 가평,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 여섯 명이 함께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기자말>
[임은희 기자]
간밤에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잘 준비를 하다 멈추고 새벽 네 시까지 뉴스를 보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시민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무장 군인들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안으로 진입하는 장면을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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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계엄군이 점령을 시도한 국회앞에서 시민들이 집결해 계엄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
| ⓒ 권우성 |
국회의 가결안이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침묵했다. 속보를 기다리던 나는 결국 밤을 새웠다. 밤새도록 카카오 단톡방과 소셜미디어로 국내외의 사람들과 소통했다. 아침으로 호박죽을 끓였다. 함께 늦은 시각까지 TV를 시청하며 분노했던 배우자는 피곤한 표정으로 출근했다.
'종북세력 척결', '여당의 예산 삭감', '의료 공백' 등을 이유로 모든 여당을 적으로 규정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어이없는 사태에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인데도 이 나라의 직장인들은 꾸역꾸역 지친 몸을 이끌고 출근했다. 왜 하필이면 화요일이고 수요일이었을까. 분노에 분노가 더해졌다. 학교 알리미를 통해 공지가 떴다. '오늘 학교는 정상 운영됨을 알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과 아침을 먹으며 간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2·12 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 선언까지 있었던 일들을 시간 순으로 말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가 말했다.
"그런데 북한은 아무것도 안 했네? <서울의 봄>에서도 아무것도 안 했었는데. 잘 참아줘서 고맙다 그치?"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종북세력 척결'을 들으면서도 북한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에 아이 말을 듣고 간담이 오그라들었다. 한국이 종전국이 아닌 휴전국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았는데 아이 덕에 상기할 수 있었다. 경찰과 군인이 많았는데도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국회의사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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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로 국회 앞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한 시민 함께 분노하고 연대한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의 모습 |
| ⓒ 임은희 |
"그럼 우리도 영웅이야?"
당연하다고 말했다. 학교에 가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말도 덧붙였다.
"엄마, 학교는 정치 발언 금지라서 쌤들은 우리가 정치 이야기를 하며 의견을 물어도 '선생님은 말할 수 없어요.' 이런다고."
교사들의 정치 발언이 금지인 것을 잊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친구들과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국가에 살고 있으니 마음껏 떠들라고 했다. 물론 쉬는 시간에만 말이다. 아이의 손을 붙잡고 네루의 <세계사 편력> 중 딸에게 전하는 생일 축하 편지의 일부를 낭독했다.
너와 나는 다행히도 그 사건을 바로 눈앞에 보면서 이 위대한 드라마 속에서 조금이나마 우리 자신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유를 향한 투쟁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는 너는 행복하다고 나는 말했다.
아이는 싱긋 웃고는 힘찬 걸음걸이로 집을 나섰다. 총칼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용기 있는 시민들, 소셜미디어에서 함께 싸운 국민들과 해외거주민들, 시민들의 도움으로 본회의장에 입성해 전원 가결로 계엄을 해제시킨 190명의 국회의원들, 오물 풍선을 보내긴 하지만 의도에 관계없이 아이 말대로 잘 참아준 북한 덕분에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하룻밤의 일을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었다. 그저 모든 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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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셜미디어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모습 SNS에서는 밤새도록 관련 토론이 벌어졌다. |
| ⓒ 임은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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