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충암파' 이상민 계엄 몰랐나…어제 돌연 울산서 서울행
이상민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이 지난 3일 계엄 선포와 해제 결의를 위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상민 장관 책임 추궁을 시사했다. 국회서 탄핵소추안까지 의결됐지만, 탄핵심판을 통해 복귀했던 이상민 장관은 다시 곤경에 빠지는 분위기다.
與野 일제히 이상민 장관 책임 추궁
4일 행안부에 따르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이상민 장관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 10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가 울산으로 이동해 오후 2시 30분부터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국민통합 김장 행사에 참석하고, 오후 4시 25분부터 울산시청 본관에서 중앙·지방정책협의회를 주재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30분까지 진행하는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 끝까지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회의 도중인 5시경 갑자기 퇴장했다. 이어 예약했던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이 시점을 전후로 국무회의 참석을 요청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오후 8시경 서울에 도착한 이 장관은 같은 날 밤 9시에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여기서 이 장관이 계엄 선포에 동의했는지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계엄 선포를 건의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이에 동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4시 30분경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이 장관은 참석했다고 행안부는 전했다. 역시 여기서 어떤 발언을 했고 계엄 해제에 동의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는 게 행안부의 공식 견해다.
관건은 이 장관이 비상계엄 과정에서 어느 정도 관여했느냐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유튜브 채널 ‘CBS 2시 라이브’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후배인 김용현·이상민 장관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4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책임을 추궁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21인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장관을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이 장관 연루설을 주장하는 배경은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사람이 행안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두 명뿐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이들은 모두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동문이다. 이상민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다. 이 때문에 현 정부에서 충암고를 졸업한 인물들은 ‘충암파’로 불린다.
지난 9월엔 이 장관이 국군방첩사령부를 방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상민 장관이 올해 봄 방첩사를 방문해서 부대 현황 간담회를 가졌다”며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충암고 출신인 데다, 충암고 (출신) 대령·중령을 불러서 버젓이 식사했다”고 주장했다.
3일 밤 청사 폐쇄 명령…4일 2시 해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행안부가 전국 자치단체에 청사 폐쇄 명령을 내렸다는 점에서 이 장관이 미리 계엄 사실을 알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엄 선포일인 3일 밤 11시 40분경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정문이 폐쇄됐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정부청사 당직총사령실에서 유사시에 대비해 청사 출입자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이를 모든 지자체 청사에 전파했을 뿐”이라며 의혹을 반박했다. 이후 “4일 새벽 2시에 당직총사령실 재지시에 따라, 지자체 청사는 출입통제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지했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장관이 직접 비상계엄에 연루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탄핵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직접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장관이 여기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편 국회는 2022년 12월 이태원 참사 책임을 이유로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가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2023년 2월 국회는 이 장관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국무위원·장관 탄핵소추안 가결 사건이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을 통해 헌법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직무 정지 상태였던 이 장관은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장관 직무에 복귀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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