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가짜뉴스 현실화…풀리지 않는 의문, 윤통은 왜?
여소야대 상황서 무력감 고조도 영향
대통령실이 석 달 전 야당 측에서 제기한 '계엄령 준비 의혹'을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지만, 결국 현실화하면서 후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충암고 1년 선배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직접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 들게 된 배경이 주목된다. 현 정권의 '계엄 시도'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의 과거 발언도 회자되며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4일 대통령실은 전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날 해제 뒷수습에 여념이 없는 분위기다. 물밑에서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향후 대응 등을 위한 해법에 머리를 맞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은 출입 기자들의 전화에 대응하지 않고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마주친 한 참모진은 "아무것도 해줄 말이 없다"면서 최대한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 참모진마저 알지 못했던 윤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만 친윤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예상 밖 승부수를 띄운 데에는 김건희 여사·정치브로커 명태균씨를 둘러싼 국민적 의혹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거야에 막혀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는 국정 현실에 대한 피로감과 불만이 켜켜이 쌓인 결과라고 보고 있다. 국회가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에 대한 탄핵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하는 데 대한 반발이 극도로 발현된 것이란 시각이다. 그간 윤 대통령은 행정안전부 장관,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국방부 장관 등 야당의 잇따른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가 마비되고 있다는 우려감을 표출해 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27분께 비상계엄을 해제하면서도 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와 잇단 탄핵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를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회가 4일 본회의를 열고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검사 등 검사들의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다는 점에서 비상계엄 선포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 민주당의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는 사태를 더욱 촉발한 '트리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감액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일 민주당을 향해 "입법 폭주에 이은 예산 폭주이자, 민생을 외면한 다수의 횡포로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내수·수출이 부진하고, 양극화가 점차 심화하는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되레 줄어든 감액 예산안을 받아들면서 분노가 폭증했다는 전언이다. 야당이 대통령실·관저 이전 관련 부실 감사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감사원장의 탄핵을 추진하려는 점도 무력감을 더했을 것이란 얘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지나 후반기를 맞으면서 의료개혁을 포함한 4대 개혁 등 추진 성과를 높여야 하는데 여소야대 상황에 막혀 속도가 붙지 않는 현 상황에 분노를 느낀 것"이라면서 "지속되는 탄핵의 고리를 끊고, 야당의 폭주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참모진마저 알지 못했던 윤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에 여야를 막론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당을 사실상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비상계엄 선포라는 극단 카드를 꺼내든 윤 대통령은 되레 탄핵 역풍을 맞을 '최악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비상계엄 선포에서 해제까지 6시간이 긴박하게 흘렀지만 국민적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으로 정부가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한 상황인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은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예정된 일정을 미루고 참모진과 함께 수습 방안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 예정이었던 ‘마약류 대응 상황 점검회의’ 일정을 순연했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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