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일 현실인가요?"…급작스러운 비상계엄에 밤잠 설친 시민들[르포]
시민들 밤잠 설쳐·불안한 기색
"2024년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맞나 하는 생각에 한숨도 못 잤어요."
4일 오전 7시30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씨(20)는 "어젯밤 하늘에 헬기가 날아다니는 영상을 보고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며 "헌법에 명시된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묵살하고 국회에 군인이 들이닥치는 상황을 보고 이건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10시30분께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으로 출근길 시민들은 아직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4일 오전 1시께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할 때까지 약 2시간 30분 동안 긴박하게 흘러간 군·경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느라 밤잠을 설쳤다는 이들도 많았다. 직장인 유아영씨(27)는 "뉴스 생중계로 국회에서 군인과 시민이 대치하는 걸 지켜보느라 밤새 잠을 한숨도 못 잤다"며 "여의도로 매일 출근하는데 군인과 경찰이 이쪽으로 몰리는 것을 보고 혹시나 아침에 위험한 상황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됐다"고 전했다.
경기도 고양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김모씨(52)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새벽까지 깨어있다가 두 시간도 못 잤다"며 "윤 대통령이 법조인 생활을 오래 했었기 때문에 합법적인 계엄령이었는지, 상황에 대한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했을 텐데 그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밤 긴박한 대치가 벌어졌던 국회 정문은 아침까지도 노란색 형광 제복을 입은 경찰과 시민들의 대치로 긴장감이 맴돌았다. 삼엄한 통제 속에 국회 정문으로는 차 한 두 대만이 간신히 드나들고 있었다.
국회 인근에서 근무하는 김모씨(56) "버스 기사가 갑자기 KBS 정류장과 국회의사당역 정류장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안내하며 전역인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전 승객을 하차시켰다"며 "오늘 일찍 안 나왔으면 회사에 늦었을 것 같다. 여기서 20분은 걸어야 하는데 빨리 가야 할 것 같다"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앞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대다수였다. 직장인 김모씨(50)는 "어제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는 뉴스를 보고 잠이 안 와서 오전 4시30분께 잠들었다"며 "이렇게 된 이상 어제부터 사실상 임기가 끝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퇴를 알아서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직장인 손예은씨(26)도 "어제 저녁에 일찍 잠들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계엄령 기사를 확인하고 영화 '서울의 봄' 아니냐는 이야기를 가족들과 나눴다"며 "6시간 만에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간 것이 당황스럽고, 이번 일로 인해 국민들의 마음은 이미 결정이 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한지현씨(35)는 "어제 있었던 비상계엄은 언론 자유를 막고 본인의 의견과 반대되는 것이라면 종북 세력, 반국가 세력으로 만드는 대통령의 독단적인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준 결과였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지지율이 저조하지만, 앞으로는 탄핵 시위가 더 빠르게 번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전했다.
한편, 노동계와 시민사회도 44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6시간 만에 철회한 사태에 대해 내란죄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정권 퇴진 시까지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며 "내란범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윤 대통령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사수하는 길에 주저 없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또한 "대통령 권한을 남용하고 헌정을 유린한 내란죄를 저지른 범죄인"이라며 "이제는 탄핵의 시간이다. 계엄선포 자체가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과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헌법 위반 윤석열을 지금 당장 파면하라"며 "반헌법적 계엄 동조 국민의힘 의원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비상계엄령 선포는 헌법과 국제법에 명백히 위배되는 행위"라며 "비상사태는 어떠한 경우에도 인권의 행사를 제한하거나 탄압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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