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활동 금지까지…헌법·계엄법 다 어긴 '6시간 계엄'

김준영, 최서인 2024. 12. 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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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하면서 ‘6시간 계엄 사태’는 막을 내렸지만, 계엄 선포 절차의 적법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헌법 77조)라는 계엄 요건이 성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위헌·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우선 지난 3일 오후 10시 23분 시작한 6분가량의 대통령 긴급 담화 생방송을 통해 선포된 비상계엄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서 나왔는지부터가 불분명하다. 헌법 89조와 계엄법 2조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자 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국무회의가 없었다’거나 ‘비공개 국무회의가 있었다’는 등 설만 무성하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국무회의가 없었다면 비상계엄 선포 역시 무효이자 위헌”이라며 “비상계엄을 전제로 군 병력을 움직인 고위 장성은 충분히 파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엄 선포를 전제로 계엄군·공수부대의 국회 진입 등 군·경찰 공무원의 움직임을 지휘한 행위 모두 위법 후폭풍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무회의가 있었다면 국무위원들에 대한 조사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법상 계엄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 상황에서 계엄에 동의했다면 헌법 위반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계엄을 선포할 때는 그 이유·종류·시행일시·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계엄법 3조)는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것은 윤 대통령 담화 약 1시간 후인 오후 11시 25분쯤이었다.

또 계엄법 4조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通告)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생방송 담화 형식이 통고에 해당하는지를 두고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회 수장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4일 새벽 본회의에서 “대통령이 국회에 통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추경호 원내대표)는 말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 계엄군이 탄 헬기가 착륙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계엄 선포 이후에도 위헌·위법 소지가 적잖게 발견된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계엄사령부 포고령 내용이 대표적이다. 헌법은 계엄 상황에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77조)고 규정하지만, 입법부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는 헌법 조항(77조),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는 계엄법(13조) 등을 통해 입법부 활동을 보호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이 단지 선언에 그친 게 아니라, 현장에서도 일부 실현됐다는 점이다. 특전사 공수부대원 등 무장한 군 병력은 여야 대표실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면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 진입했고, 경찰은 의사당 담벼락을 둘러쌌다. 이들은 유리창을 깨거나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국회의원과 보좌진과 격하게 대치했다.

김영옥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다음 날인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런 모습은 각 언론사 카메라에 모두 담겼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위해 경내에 들어서려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경찰을 향해 “어떤 XX에게 이런 명령을 받았나. 너희 전원 공무집행방해죄에 내란죄야”라고 소리치는 모습도 담겼다. 이 의원은 이후 페이스북에도 “국회의원이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는 것을 막거나 계엄 해제 표결하는 것을 방해하면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라고 썼다.

4일 새벽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진입 중 경찰과 대치한 장면. 사진 JTBC 캡처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포고령 1호에 국회 정치 활동을 중지시킨 건 대통령의 권한 범위나 헌법·계엄법 위임 범위에 없다”며 “명백히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12·12 군사반란 및 5·18 내란’ 사건 재판 때도 국회의원 등원을 방해해서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대법원에서 나온 적 있다”며 “이번 경우엔 내란 미수로써, 차후 형사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계엄 후폭풍도 거셀 전망이다. 계엄 해제 직후 “계엄을 해제해도 내란죄를 피할 수 없다. 즉시 하야하라”(박찬대 원내대표)고 주장한 데 이어, 직후 긴급 의원총회 결의를 통해 “즉각 퇴진하지 않을 경우 탄핵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통과된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 192명에 더해 여당에서 8명만 이탈하면 충족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본청 출입구를 지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김준영ㆍ최서인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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