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막걸리 살인사건 재심 첫 재판... '수사권 남용' 당시 검사 증인 소환키로

김형호 2024. 12. 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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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지적 장애 부녀,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 검찰 "유죄 선고해야"

[김형호 기자]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광주고등법원 청사. 2024. 11. 27
ⓒ 김형호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당시 수사와 공소 유지를 담당했던 강남석 전 검사가 사건 발생 15년 만에 열리게 된 재심 재판의 증인으로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강 전 검사는 당시 광주지검 순천지청 소속으로 이 사건 재심 결정을 내린 법원으로부터 '피고인 부녀 수사 과정에서 유도신문 등 수사권 남용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범죄를 저지른 검사'로 지적된 인물이다.

광주고등법원 형사 2부(재판장 이의영)는 3일 오후 이 사건 재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법정 피고인석엔 딸 백아무개(40)씨, 부친 백아무개(74)씨, 그리고 이들의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가 자리했다. 맞은편 검사석엔 조재익·김종훈 검사가 출석했다.

재심 대상 판결이 광주고법이 맡았던 항소심 판결이므로 재심 재판은 이 사건 항소심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이날 검찰은 이 사건 원심(순천지원 1심 무죄 판결)은 사실 오인과 법리 오인이 있으므로 항소한다고 밝혔다. 무죄 판결을 내렸던 1심 판결을 깨고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박 변호사는 피고인 백씨 부녀 모두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범행에 사용했다고 검찰이 주장하는 막걸리는 물론 사건 발생으로부터 17년 전 구입해 집에 보관 중이던 청산가리 역시 피고인들이 범행에 사용하기는커녕 구매 사실조차 없다고 박 변호사는 주장했다.

아울러 당시 검찰 수사의 위법성과 절차적 문제도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피고인 부녀는 변호인 조력 없이는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어려운, 요즘 말로 하면 '경계선 지능 장애'를 가진 분들이다. 부친 백씨는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라며 "당시 검찰은 형사사법 절차에 있어 절대적 약자인 부녀를 상대로 허위 자백을 받아내 결국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주장했다.
 재심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3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린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 첫 재판 후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 12. 3
ⓒ 김형호
박 변호사는 "검찰은 집 마당에 누군가 놓아둔 막걸리를 토방(마루)에 올려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죄책감을 가진 부친 백씨의 심리를 이용해 자백을 이끌어냈고,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증거(막걸리 구입처로 지목된 시내로 향하는 차량이 검찰 주장과 달리 주변 CCTV에 담기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영상 자료 등)는 일절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폈다.

박 변호사는 수사를 맡았던 강 전 검사를 비판하면서 "강압 수사, 유도신문, 이간질, 사술을 총동원한 검사, 실적에 눈이 먼 검사"라는 날 선 표현도 쏟아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강 전 검사와 수사관 등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피고인 측 역시 강 전 검사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는 향후 강 전 검사를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피고인 측은 강 전 검사 외에도 10여 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사건 막걸리를 판 인물로 검찰에 의해 지목된 순천시내 식당 주인과 영상 분석 전문 교수, 화학 전공 교수, 당시 검찰 수사관 이아무개씨, 당시 경찰 형사과장 한아무개씨, 또다른 경찰관 김아무개씨 등이다.

박 변호사는 증인으로 신청한 이아무개 검찰 수사관에 대해 "범행 동기로 검찰이 지목한 '백씨 부녀의 부적절한 관계'를 허위 자백으로 이끌어낸 인물"이라며 "검찰은 경찰 제보를 통해 백씨 부녀의 부적절한 관계를 파악했다고 밝혔으나, 확인 결과 이는 허위로 드러났다. 이 역시 당시 경찰관을 증인으로 세워 피고인들의 억울함을 풀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과거 재판에서 검찰이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증거 일체를 감추고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박 변호사 주장을 반박하면서, 향후 재판에서 검찰이 보유한 당시 수사 자료를 모두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2009년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찰청이다. (자료사진)
ⓒ 추광규
재판부는 2월 11일 오후 4시 10분 광주고법 201호 법정에서 공판을 이어간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은 2009년 7월 6일 오전 전남 순천시 황전면 희망근로사업장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나눠 마신 주민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건이다.

사망자 중 1명은 피고인 백씨의 아내이자 딸 백씨의 모친 A 씨(당시 59세)다.

순천경찰이 다수 용의자를 수사 선상에 올려두고 조사를 진행하던 중, 딸 백씨 관련 별개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부녀가 공모한 살인 사건'이라고 판단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가 시작됐다.

곧이어 검찰은 백씨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와 갈등을 빚자 부녀가 합심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범행에 사용된 막걸리(상표명 팔마)는 부친 백씨가 범행 닷새 전인 7월 2일 오후 6시 화물차를 몰고 순천시 풍덕동에 있는 아랫시장 식당으로 가 모두 3병을 구입했으며, 이 중 1병은 백씨 부부가 당일 나눠 마셨다고 검찰은 밝혔다.

남은 막걸리 2병 중 1병에 딸 백씨가 청산가리를 넣은 뒤 7월 6일 새벽 3시 집 마당에 놓았고, 부친 백씨는 같은 날 오전 5시 30분 토방(마루)에 문제의 막걸리를 가져다 놓고 부인 A 씨에게 "누가 막걸리를 가져다 놨네. 일 나갈 때 가져가소"라고 했다는 게 당시 검찰 수사 결과였다.

당시 검찰은 범행에 사용된 청산가리는 17년 전 부친 백씨가 채소(오이) 재배 과정에 쓰려고 구입해 집 주방에 보관 중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검찰 현장검증 장면.(자료사진)
ⓒ 남도방송
검찰은 딸 백씨를 존속살해와 살인,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고, 부친 백씨에 대해선 살인과 살인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으나, 1심을 맡은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1부(재판장 홍준호)는 2010년 2월 이들에게 살인 사건 관련 혐의를 모두 무죄로 선고했다.

이 사건 핵심 증거인 백씨 부녀의 자백이 신빙성이 떨어지는 데다, 범행 동기로 지목된 부녀간 부적절한 관계 역시 살인 사건 범행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1심 법원 판단이었다.

아울러 독살에 쓰인 청산가리 구입 시점에 관한 진술이 오락가락 했던 점, 범행 제안 등 범행 공모에 관한 부녀 진술이 수시로 변경된 점, 17년 된 청산가리가 알갱이 형태로 유지된 점 등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1심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 만으로는 살인 사건 관련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광주고등법원 형사 1부(재판장 이창한)는 2011년 11월 검찰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무죄 판결을 깨고 백씨 부녀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딸 백씨에겐 징역 20년을, 아버지 백씨에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과 달리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원 형사 1부(주심 대법관 김능환)가 2012년 3월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면서 백씨 부녀의 형은 확정됐다.

백씨 부녀는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를 선임해 2022년 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검사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주장과 경찰 초동수사 당시 수집된 이 사건 화물차(막거리 구입을 위해 시내로 부친 백씨가 몰고 갔다고 검찰이 주장한 차) 관련 CCTV자료가 새로 발견된 무죄의 명백한 증거라는 주장을 하며 자신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광주고법 형사 2-2부(부장 오영상·박성윤·박정훈)는 올해 1월 박 변호사의 재심 청구를 받아 들여 백씨 부녀 사건 재심 개시를 결정하고 이들의 형을 집행 정지했다.

검찰이 이에 불복했으나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이날 재심이 시작됐다.
▲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부녀 2009년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피고인 백씨 부녀가 사건 발생 15년 만인 3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첫 재판을 마치고 귀가하는 모습. 이들을 변호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이들 부녀는 장애 판단을 받진 않았으나 경계선 지능 장애를 앓고 있어 검찰 수사에 대응할 능력이 없는 분들이다. 부친 백씨의 경우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라며 "검찰은 강압수사와 유도신문으로 허위 자백을 이끌어내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잘못 된 판결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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