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50개 단지를 13개 구역으로 통합…‘저글링’이냐, ‘두더지 잡기’냐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달 27일 국토부와 각 지자체는 3만6000가구 선도지구 선정 결과를 발표했고 이달 안에 개발 밑그림인 기본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적극적인 행정·금융 지원을 약속하며 팡파르를 울리지만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크다.
첫 입주 후 30년 만에 환골탈태를 시작하는 선도지구 사업은 대역사다. 200만㎡ 부지의 50개 단지 3만6000가구(대부분 아파트)를 헐고 13개 구역으로 통합해 1만9000가구 늘린 5만5000가구 정도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10만4000가구)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주택 수다. 총 사업비가 3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부 때의 4대강 사업비가 22조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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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
3.6만→5.5만 가구 변신 대역사
공공기여 등 사업성 저하 요인
최대 6개 단지 이해 조율도 변수
」
일산 절반 주택 짓는 30조 대역사
성공적인 사업의 관건은 사업성이다. 사업 주체인 주민들이 비용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다.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인 추가분담금을 말한다. 추가분담금은 사업비에서 주민 이외 일반에 판매하는 일반분양분 수입을 뺀 금액이다. 주민이 재건축하기 위해 내놓는 기존 집(대지지분 포함)에 추가로 내는 돈이어서 추가분담금이라고 한다.
사업비는 공사비와 조합 운영비, 제세공과금 등이다. 일반분양수입을 결정하는 일반분양가가 추가분담금을 좌우한다. 1기 신도시가 분양가상한제 규제 지역이 아니어서 분양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지만 시세보다 너무 높이면 분양이 어려울 수 있다. 업계는 대략 3.3㎡당 4000만원을 사업성 분기점으로 본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기 신도시는 고령층이 많아 추가분담금 부담감이 크다”며 “2억원이 넘어가면 사업 의지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도지구 선정 바람을 탄 기존 집값 상승세에 주민들이 속으로 웃을지 모르지만 반갑기만 한 일은 아니다. 분양가를 더 받을 수 있는 반면 공공기여금 증가로 분양가 상승이 고스란히 사업비 감소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기여금은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연면적의 일부로 산정하는 대지지분 땅값이다. 분양 무렵 감정평가를 통해 결정되는데 기존 집값이 오르면 땅값도 상승하는 것이어서 공공기여금이 늘게 된다.
분당은 추가 공공기여금 내야
특히 분당의 공공기여금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분당 선도지구 선정 평가항목에 포함된 ‘공공기여 추가 제공’ 점수가 부지면적 대비 비율에 따라 최고 6점(5%)이었다. 최고 점수를 받기 위해 5%를 써냈다면 부지의 5%를 토지나 감정평가금액으로 환산해 현금 등으로 제공하게 된다. 업계는 5%일 경우 추가 공공기여금을 4000만원 정도로 본다.
오학우 하나감정평가법인 정비사업본부장은 “다른 신도시보다 높은 분양가를 기대할 수 있는 분당의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공공기여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성의 숨은 변수가 재건축부담금이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으로 지역 평균보다 더 많이 오른 집값에 부과되는데 준공 후 현금으로 지자체에 납부한다. 현 정부 들어 대폭 완화돼 면제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래도 마음 놓을 수 없다.
공급 과잉에 따른 미분양 우려도 있다. 정부가 계획하는 2027년 착공 무렵에 일반분양도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증가분인 1만9000가구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지난해까지 5년간 경기도 연평균 분양물량(6만6000가구)의 30%에 달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저렴한 3기 신도시나 지난달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 개발하기로 한 신규 택지 등과 분양 경쟁을 해야 한다. 3기 신도시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분양에 들어가고 2027년 이후엔 신규 택지도 분양 준비에 들어간다. 1기 신도시 중동 주변에 대장지구, 일산 옆에 창릉지구가 3기 신도시로 각각 개발되고 있다. 신규 택지인 대곡지구도 일산 근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기 신도시 재건축 분양가가 3기 신도시 등의 상한제 분양가와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주택 수요가 분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산 재건축 분양가가 3.3㎡당 3500만~4000만원으로 예상된다면 창릉 분양가는 3.3㎡당 2000만원대 초반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 분양이 서울 수요를 끌어들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서울도 이번에 발표된 신규 택지인 서리풀지구와 용산국제업무지구,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용산 한남뉴타운 등에서 상한제 ‘로또’ 단지가 나오고 압구정·목동·여의도 등의 재건축 분양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대지지분은 두배인데 집값은 절반
1신 신도시 선도지구가 분양까지 가는 데에 내부적인 불안 요인이 있다. 내홍 가능성이다. 여러 개 단지를 합친 통합 재건축이어서 선도지구 구역들의 덩치가 크다. 구역별로 1376~4392가구다. 1000가구가 넘으면 한 개 단지를 이끄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여건이 다른 여러 단지가 통합돼 있다. 구역별 단지 수가 평균 3.8개이고 최대 6개다. 한 구역 내에 주택 크기가 같더라도 단지에 따라 대지지분이 다르고 몸값이 차이 난다. 3개 단지를 합친 분당 선도지구 한 구역에서 같은 전용 84㎡ 대지지분이 각각 46㎡, 49㎡, 96㎡다. 단지별 건축 기준인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지상 건축연면적 비율)이 각각 194%, 191%, 97%로 달라서다. 시세를 기준으로 평가된 올해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은 4억5300만원~9억600만원으로 최대 배 차이다. 그런데 대지지분이 가장 큰 집이 아니라 가장 작은 집이 9억6000만원이다. 고층 아파트와 저층 연립, 지하철역까지 거리 등의 차이가 작용한 결과다. 조합 구성을 두고 단지 간 사업 주도권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
정부도 통합 재건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단지 간 임원진 분배 등 통합정비에 필요한 절차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저글링’과 ‘두더지 잡기’ 사이에 있다. 공중에 던진 여러 개의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받아내며 다시 던지는 묘기를 펼칠지,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두더지를 잡는 게임처럼 골치 아픈 문제들을 쫓아다니다 시간을 보낼지 지켜볼 일이다.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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