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호의 직격인터뷰] “트럼프 2기 통상압력, 더 빠르고 강력하고 체계적일 것”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 - ‘트럼프 스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Q : 트럼프 2기 정부의 통상정책이 트럼프 1기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질 점은.
A : “1기 때 해봤으니 트럼프 자신이 뭘 원하고 어떻게 할지 더 잘 알 거다. 준비도 더 됐다고 생각할 것이고 상당히 자신도 있을 거다. 그래서 트럼프 2기는 1기 때보다 훨씬 더 신속하게, 훨씬 더 강력하게 할 것이다. 1기 때처럼 마구잡이로,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할 것이다. 첫 번째 타깃은 무조건 일단 중국이 될 거고, 멕시코·베트남 등 바이든 정부 때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많이 쌓은 나라들이 1차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모든 제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관세는 법 개정 등의 문제가 있어 가능성이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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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타깃 중국…모든 제품 10~20% 보편관세는 가능성 낮아
거래할 수 있는 ‘코리아 오퍼’ 준비하되 지금은 차분히 지켜볼 때
트럼프 통상 압력, 신성장동력 필요한 한국 업그레이드 계기로
」
캐나다보다 멕시코에 강경할 것
Q : 트럼프는 미국과 무역협정(USMCA)을 맺은 멕시코·캐나다에 대통령 취임 첫날 고율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했다.
A : “캐나다와 멕시코는 상황이 좀 다르다. 캐나다와 미국은 경제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캐나다산 수입에 25% 관세를 매기면 미국은 어마어마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을 거다. 양국은 25% 관세 대신에 어떤 딜을 만들어낼 것이다(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주 트럼프의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 트럼프와 만찬 회동을 했다. “트럼프 승리는 퇴보”라고 했던 트뤼도 총리가 의전과 격식을 벗어던지고 2200㎞를 날아가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멕시코에는 실제로 25%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불법 이민이나 펜타닐 마약 등으로 미국 내에서 불만이 많아서다. 중국 등 다른 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우회 경로이기도 하다. 멕시코에 대해선 강경하게 할 것이다.”
Q : 미국 시장 접근에 수수료를 붙이겠다는 트럼프의 발상은 뭔가.
A : “트럼프는 미국 시장에 접근할 권리를 특권(privilege)이라고 여긴다. 바이든 정부처럼 보조금 줘가며 투자를 유치할 필요 없고, 관세 올리면 외국기업이 알아서 들어올 것으로 생각한다. 당근은 필요 없고 채찍만 휘두르면 된다는 거다. 완전히 발상의 전환이다.”
Q : 수수료는 어떻게 붙인다는 건지.
A :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트럼프 1기를 겪어서 어느 정도 트럼프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트럼프는 상상 이상의 것들로 서프라이즈를 던지고 또 그걸 즐긴다. 이런 게 불확실성이고 불안요인이다.”
Q : 트럼프의 보편관세가 실행되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까지 줄어든다고 분석했고, 산업연구원(KIET)은 내년 대미 수출이 8.4∼14.0%(약 55억∼93억 달러) 급감할 것으로 봤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어떻게 전망하나.
A : “보편관세 10% 부과시 수출이 158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보편관세 20%는 현실화 가능성이 작다.”
1930년대 같은 무역전쟁은 없을 것
Q : 미국이 1930년 관세율을 높이는 스무트-홀레이법을 제정해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결국 대공황으로 이어졌는데, 그런 상황까지 안 간다는 건가.
A : “그런 바보 같은 선택까지는 안 간다고 본다. 그 전에 일단 미국 기업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기업가들이 많이 포진해있지 않은가. 트럼프도 기업가 출신이고 일론 머스크도 있다. 우리가 협상전략을 짤 때 기업 쪽에 있는 분들의 의견도 잘 녹여서 할 필요가 있다.”
Q :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이 축소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A : “그렇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굳이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관세를 올리면 어차피 외국기업이 미국에서 사업하려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조금 규모를 축소하거나 폐지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우리 기업들이 진출한 지역 대부분이 공화당 우세주여서 주정부가 연방정부와 각을 세울 수는 있다.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해당 주 출신의 정치인, 노동자, 협력기업과 연대해서 대응해야 한다.”
Q :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은.
A : “FTA보다는 다른 쪽으로 압박할 것 같다. 트럼프 1기 때도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를 내밀었다. 환율조작국 지정 같은 것도 카드로 쓸 수 있을 것이다.”
Q : 미국의 대(對) 한국 무역적자는 한국이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해서 중간재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A : “그렇다. 우리의 대미 투자를 보면 한국에서 조달하는 비율이 60~70%에 달한다. 현지 공장이 한국 제품을 쓰는 게 싸고 효율적이어서다.”
Q : 지난달 한경협이 전직 통상교섭본부장들을 초청해 주최한 좌담회에서 유명희 전 본부장이 “미국 내 일자리 많이 만들어 낸다고 숫자로 설득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대해 ‘가르치려 든다’고 미국 측이 평가했다는 후일담을 들었다”고 했던데.
A : “미국은 ‘그건 됐고 알겠고’ 무역수지 적자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거다.”
Q : 바이든과 트럼프가 대선에서 맞붙었던 2020년 언론 인터뷰에서 “깡패처럼 굴다가 상인으로 돌변하는 트럼프보다는 바이든이 점잖겠지만 원칙을 강조하면서 더 까다로운 것을 들이밀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도 유효한가.
A : “그런 측면이 있다. 트럼프 1기 2017~2018년 한미 FTA 재협상때 미국의 요구 리스트는 40~50개에 달했지만 협상 결과는 픽업트럭 관세 철폐 기간을 연장하고 철강 쿼터(수입할당)를 수용한 정도다.”
트럼프 1기 FTA 재협상의 교훈
유명희 당시 통상교섭실장이 총괄했던 트럼프 1기 행정부와의 한미 FTA 재협상에 정 원장도 통상전문가로 참여했다. 정 원장은 “아직 트럼프가 내놓은 게 별로 없는 만큼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거래할 수 있는 ‘코리아 오퍼’에 무엇을 담을지 우리의 복안을 준비하되 호들갑 떨지 말고 차분히 지켜보는(Wait and See) 게 좋다”고 조언했다.
Q : 연말이다. 올해 재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꼽는다면.
A : “지난달 21일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주요기업 사장단의 성명이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나온 사장단 성명은 기업들이 대내외 복합위기를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민간 경제연구원장을 만나보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아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걱정한다.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 공격 등으로 정상적인 이사회 활동을 저해하는 상법 개정 등 규제 입법은 자제해야 한다.”
Q :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는 재계의 비판에 대해 일각에선 ‘공포 마케팅’이라고 지적하는데.
A : “소송 남발은 이미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 일부 판례에서 합병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인정하면서 2009~2018년 미국 상장사의 1억 달러 이상 M&A 거래의 71~94%에 3~4건의 주주 대표소송이 제기됐다.”
Q : 정부의 노동, 연금, 교육, 의료 4대 개혁은 얼마나 성과를 거뒀다고 보나.
A : “정부의 4대 개혁 목표와 지속적인 추진 의지는 높게 평가한다. 이제 임기 반환점을 돈 만큼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노동개혁은 지난해 ‘주 69시간’ 논란으로 좌절된 근로시간제도 개선 논의가 조속히 재개돼야 하며, 전면적인 근로시간 유연화가 어렵다면 첨단산업의 연구인력만이라도 우선적으로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Q : 정년연장에 대한 입장은.
A : “고령자 고용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신규채용 위축,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임금체계 개편 등 고령인력 고용 여건을 개선하고, 업종·기업별 특성을 고려하여 기업에 선택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엄마 아빠 싸우면 아이는 불안
Q : 정치 현안 탓에 국회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A : “여야가 의견이 다르더라도 토론하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너무 없다. 엄마 아빠가 싸우면 아이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지금 기업은 불안하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미 FTA를 체결할 때 ‘빅뱅’을 말하곤 했다. 외부 충격이 있겠지만 이를 국내 제도개혁의 기회로, 우리 경제 체질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자는 주장이었다. 정 원장은 트럼프 2기의 통상 압력이라는 외부 충격도 성장 동력 부재로 허덕이는 우리 경제에 좋은 충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주 아담 포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이 우리와의 콘퍼런스에서 “미국은 이제 포트리스 아메리카(Fortress America), 거의 요새가 된다”고 했다. 관세로 장막을 쳐서 요새가 된다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FTA라는 소통 채널이 있고, ‘수수료 안 내고’ 이미 투자해 놓은 것도 있다. 트럼프 2기에 어려움도 있겠지만 기회도 있을 것이다.”
◆정철=1965년생. 서강대 경제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시간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를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통상분야를 연구했다. 트럼프 1기 한미 FTA 재협상 때 전문가로 참여했다.
서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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