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미흡한 첨단재생의료 개발 지원… 더 늦기 전 아이들에게 치료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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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에게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말문이 막혔다.
앞을 보지 못하는 딸 아이가 빛을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이 있다.
전통적인 치료나 수술은 증상을 완화하거나 진행을 늦추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첨단재생의료는 다르다.
한국도 2020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을 제정하고 올해 개정했으나,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 중심의 첨단재생의료는 지원이 미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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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보인다는 게 뭐예요?”
딸 아이에게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말문이 막혔다. 하늘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지도, 반짝거리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볼 수 없는 나의 딸은 시각장애인이다.
딸 아이의 세상은 까맣다. 아니, 까말 것이다. 어두컴컴한 세상 속에서 모든 감각을 기울여 한 발자국 내딛고 배움을 얻기 위해 점자를 익히며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쓴다.
앞을 보지 못하는 딸 아이가 빛을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이 있다. 바로 첨단재생의료다. 전통적인 치료나 수술은 증상을 완화하거나 진행을 늦추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첨단재생의료는 다르다. 손상된 세포와 조직 자체를 복구하거나 대체함으로써 근본적 치유가 가능하다. 이는 장기 이식, 조직 복구 등을 넘어 희귀·난치질환, 소아암, 면역유전자세포 치료 등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다.
첨단재생의료는 의료 기술 발전을 넘어 인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연구, 유전자 치료 등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김정훈 서울대병원 소아안과 교수팀은 2021년 유전자 교정 기술을 확보했고 동물실험을 통해 세계에서 처음 4세대 프라임 기술로 병의 원인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다. 또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와 유전자 편집 기술은 세계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기술은 세계 최고이나, 우리나라 임상 인프라와 지원 정책은 갈 길이 멀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6년부터 첨단재생의료 치료제 지정 및 신속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 의약품청(EMA)도 2007년부터 첨단의료제품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2020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을 제정하고 올해 개정했으나,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 중심의 첨단재생의료는 지원이 미비하다.
먼저, 환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치료받으려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유전자세포치료센터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초기 연구부터 임상까지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연구 자원의 중복과 분산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려면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예산 결정권을 가진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다. ‘국민의 일상이 정책 수립의 출발점임을 명심해야한다’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처럼 기재부는 아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들의 일상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치료를 기다리는 아이들 중에는 하루하루 시력을 잃어가는 아이도 있고 내일을 기다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아이도 있다. 하루가 시급한 아이들임에도 예산 문제로 치료의 기회조차 사그라들고 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어른으로서 희귀·난치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주어 최소한의 세상이라도 살게끔 해주길 소망한다. 그리고 기재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가 예산 기획과 투자를 효율화하고 과감히 지원해서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이지영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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