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변화 없던 ‘간유리 결절’, 10년 뒤 커질 수도… “검진소홀 안돼”
커지지 않아 검사 소홀히 한 순수형 뒤늦게 자란 연구보고 최근 발표
첫 발견 당시 7㎜ 넘은 경우라면 10년 이상 꾸준한 검진으로 관리를
건강검진 흉부CT검사가 보편화되고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폐에서 ‘간유리 음영 결절(혹)’을 찾아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CT영상에서 주변보다 뿌옇게 보여 마치 반투명 유리와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결절 크기가 3㎝ 미만인 경우 해당된다. 간유리 결절이 처음 발견되면 대부분 ‘폐암의 씨앗’이 되는 게 아닌지 불안해한다. 하지만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설사 폐암으로 확인되더라도 대부분 초기인 경우가 많아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추적 관찰을 하며 결절 크기 및 모양 변화 여부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면 된다.
간유리 결절의 유형은 두 가지다. 내부에 덩어리 같은 진한 부분(고형)이 섞여 있는 ‘혼합형’이 순수하게 뿌연 음영으로만 이뤄진 ‘순수형’에 비해 추후 크기가 커지고 폐암 진행 확률이 보다 높다.
문제는 대개 3~5년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다가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경과 관찰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10년간 크기 변화가 없던 순수 간유리 결절이 뒤늦게 자랄 수 있다는 연구 보고가 최근 나왔다. 오랜 기간 자라지 않더라도 암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추적 검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됨을 시사한다.
간유리 결절은 일반 흉부X선으로는 안 보이고 CT를 찍어야만 알 수 있다.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한 저선량CT를 활용한 국가폐암검진을 받거나 다른 이유로 흉부CT를 찍던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간유리 결절은 초기 폐암에서 보일 수 있지만 폐렴, 결핵의 흔적이기도 하다. 폐가 조금 수축돼 있거나 일시적 염증, 상처, 섬유화(딱딱해짐) 등도 원인이 된다. 육류(간·천엽·육회 등)를 날것으로 먹는 습성이 있는 아시아 지역에선 일부 기생충 감염과 관련한 간유리 결절이 생길 수 있고 경과 관찰 중 저절로 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간유리 결절이 보였다고 해서 모두 폐암인 것은 아니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엄상원 교수는 2일 “폐에 간유리 결절이 있다는 결과를 듣고 환자들 대부분은 암 공포로 많이 놀라지만, 진료를 통해 직접 CT영상에서 크기와 모양을 확인하고 결절의 자연 경과, 치료, 예후에 대해 설명 들으면 막연한 불안감은 사라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처음 간유리 결절이 발견되면 2~3개월 뒤 흉부CT검사를 통해 결절의 지속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단순 염증성 원인에 의한 결절은 두세 달 안에 없어진다. 사라지지 않고 지속 관찰되는 것들은 발견 당시 크기, 순수형 또는 혼합형 여부, 현재 크기와 모양 등을 종합해 3개월~1년 간격을 두고 CT검사를 추가 시행하면서 경과를 지켜본다. 도중에 커지거나 내부 음영이 진해지면서 고형 부분이 새로 생기거나 기존에 있던 덩어리가 커지는 경우 폐암일 가능성을 고려해 정밀검사 및 이후 수술적 절제 단계로 넘어간다. 엄 교수는 “계속 남아있는 순수 간유리 결절은 직경이 15~20㎜ 이상, 혼합형 결절은 고형 부분이 6㎜ 이상 혹은 전체 크기가 15~20㎜ 이상이고 병변의 위치가 ‘쐐기 절제술(삼각형 모양으로 절제)’로 제거 가능한 경우 수술을 고려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국내외적으로 순수 간유리 폐 결절의 성장과 암화(癌化) 관련 추적 관찰 연구는 5년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전 세계에 보고된 가장 오랜 기간 추적 관찰을 통해 10년까지 변하지 않고 안정적이던 순수 간유리 결절이 10년 이후에도 커질 수 있음을 확인한 국내 연구논문이 국제 학술지 ‘흉부(Chest)’ 최신호에 발표됐다.
삼성서울병원 엄상원 교수·남현승 임상강사팀과 강북삼성병원 김보근 교수팀은 1996년 6월~2006년 9월 저선량 흉부CT검사를 받은 89명에게서 확인된 순수 간유리 결절 135개를 대상으로 2022년 7월까지 변화 과정을 살폈다. 전체 연구기간 25년, 추적 관찰 중앙값만 193개월(16년)에 달한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53세로 현재 흡연 중인 사람이 39.3%, 담배를 피운 적 없는 사람이 33.7%, 금연한 사람은 27%였다.
연구 결과, 전체 135개 결절 중 23개(17%)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8개(34.8%)는 관찰 시작 후 5년 내, 12개(52.2%)는 5~10년 사이에 커졌다. 문제는 관찰한 지 10년이 지나 자란 3개(3.9%)다. 순수 간유리 결절이 10년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다 크기 변화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커진 기간이 가장 긴 것은 179개월(약 14.9년)이었고 나머지 2개도 각각 133개월(11.1년), 135개월(11.3년)이었다.
연구팀은 “커진 결절 23개 중 15개는 수술로 절제했고 모두 ‘비소세포폐암(선암)’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남은 8개의 결절 중 2개는 방사선 또는 양성자 치료를 시행했다. 커졌으나 치료 기준을 만족하지 않은 6개는 경과 관찰 중으로, 추후 더 커지거나 음영이 증가할 경우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고려될 수 있다.
연구팀은 또 결절이 커진 경우 첫 발견 당시 크기가 평균 7㎜로, 크기 변화가 없던 경우(5㎜ 미만)보다 큰 편이었던 걸 감안하면 발견 때 7㎜를 넘을 경우 10년 이상 꾸준한 검진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엄 교수는 “추가 연구를 통해 순수 간유리 결절 중 자라서 조기 폐암으로 진행할 가능성 큰 고위험군을 좀 더 세밀히 찾아낸다면 환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잠재우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CT검사로 인한 방사선 노출 등도 고려해 진료 의사와 잘 상의해 개인마다 적절한 간격의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최근 초기 폐암 대상 양성자 치료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 병원 양경미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나이, 전신상태, 기저 폐질환 등으로 수술이 어려운 경우 암 부위에 일반 방사선보다 높은 방사선량을 집중 전달해 정상 폐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며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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