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시니어·청년세대 어떻게 품어야 하나?

임보혁 2024. 12. 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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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회포럼, 코로나 이후 목회 방향 모색
시니어세대엔 사역의 장을 제공하고
청년세대와는 소통에 중점둬야
교회 본질인 말씀·소그룹 교제 강조도
미래교회포럼이 2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백석동 하나교회에서 연 제18차 전국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난 한국교회가 교회 내 청년·고령 세대를 아우르기 위해서는 어떤 목회가 필요할지를 모색하고, 앞으로 추구해야 할 목회의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포럼이 열렸다.

미래교회포럼(대표회장 권오헌 목사)이 2일 충남 천안시 천안시 백석동 하나교회(오병욱 목사)에서 제18차 전국포럼을 개최했다. 포럼 주제는 ‘새로운 목회를 준비하라!’였다.

이날 포럼 강연자들은 고령 세대에는 사역의 장을 제공하고 청년세대와는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성경 말씀에 집중하며, 교회 공동체가 소그룹별로 유기적으로 돌아가도록 이끄는 교회의 본질도 다시금 강조됐다.

포럼에서는 초고령화 사회와 마주한 한국교회에 필요한 시니어(고령)세대 교인 사역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김진양 목회데이터연구소 부대표는 관련 강의에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의 결과로 2024년 현재 약 28.9%에 이르는 한국교회 내 60세 이상 교인의 비율이 2050년쯤이면 약 43.9%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김 부대표는 “고령 교인의 행복이 교회의 행복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교회가 고령 교인을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사역과 봉사의 주체로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대표는 이어 “노년기 삶의 문제를 다룬 설교나 교육 등 시니어세대는 자신의 영적 성장을 위한 교회의 다양한 지원을 바라고 있다”며 “소그룹 사역을 통해 고령 교인 간 소통과 공감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인문학 강좌나 문화탐방과 같은 시니어세대를 위한 교회의 주중 프로그램 질을 높여나갈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단순히 교회 내 고령 교인뿐 아니라 지역사회 내 고령자를 위한 사역에도 관심을 두는 등 사역을 ‘투 트랙’화 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김진양 목회데이터연구소 부대표가 ‘초고령 사회와 시니어 목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청년사역연구소장을 맡은 이상갑 산본교회 목사는 20~40세대를 품을 수 있는 목회의 방향성을 12가지로 나눠 제안했다. 그중 핵심은 성경 말씀이라는 본질에 집중한 공감과 소통의 목회이다. 이 목사는 “요즘 청년세대는 자기 생각을 중요시한다”며 “설득의 과정에서도 지속해서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소통하며 공감을 사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목사는 또 청년세대는 새로운 것과 변화를 갈망하기도 하지만, 성경 말씀이라는 본질 또한 갈망한다고 했다. 이에 그는 “성경 말씀의 본질을 깊이 파고들되 이를 현실과 연결하는, 우리 삶의 자리와 연결하는 메시지를 목회자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도와 양육, 섬김이 선순환하는 목회도 필요하다. 그는 “단순한 제자훈련 프로그램만으로는 사람을 바꾸지 못하더라”며 “공동체가 자생할 수 있도록 일꾼이 세워지는 프로세스를 세워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목사는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며 맹목적이지 않고 성경적인 고민을 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며 “사람의 눈치가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을 의식해 성경을 삶으로 소화하는 교회가 돼야 하며, 말이 아닌 삶으로 교인들을 가르치는 목회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는 항상 그 시대에 맞게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는 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기본과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문화는 부드러운 수용성을 가질 때 복음은 그 시대 속에서 꽃을 피우고 향기를 토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상갑 산본교회 목사가 청년세대 목회의 방향성에 관해 강연하는 모습.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대표회장이기도 한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와 한국소그룹목회연구원 대표인 이상화 서현교회 목사는 각각 맡은 교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성도 교육, 소그룹목회에 관해 강연했다.

2022년을 기점으로 지 목사가 현재 집중하는 목회의 방향은 ‘교회 안의 작은 교회’(Ecclesiola in ecclesia, 에클레시올라 인 에클레시아)로 축약된다. 성경 말씀을 따르는 삶을 살아내는 교인들의 교회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 중심에는 성경 묵상집 ‘동네세메줄성경’이 있다. 동그라미, 네모, 세모, 메모, 줄긋기의 각 첫 글자를 딴 이 묵상집은 지 목사가 직접 구상해 2022년 펴냈다. 왼쪽 면에는 성경 본문이, 오른쪽 면에는 빈 면으로 구성돼 오직 성경 말씀에만 집중해 묵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 목사는 ‘동네세메줄성경’의 출간 계기를 밝히며 “종교개혁에서 정통주의와 경건주의를 거쳐 근대의 계몽주의와 복음주의로 이어지는 흐름을 공부하면서 ‘말씀이 삶이 되는 것’이 교회 역사의 중심을 흐르는 하나님의 섭리임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던 2020년 늦가을 기독교의 본질과 교회 존재의 근거 그리고 목회자의 본분이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삶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임을 처절하게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가 이날 '말씀삶공동체'를 추구하는 교회의 사역 사례를 전하고 있다.

지 목사는 “2022년 말씀 묵상의 토대 위에 교회를 다시 세우겠다고 선언한 이후 신앙생활의 중심에 ‘말씀묵상’을 놓고 모든 목회 구조를 단순화시켜가고 있다”며 “전 교인이 ‘동네세메줄성경’으로 날마다 말씀을 묵상하고 교회 내 말씀묵상 소그룹인 ‘7인 소그룹’에 참여하도록 권면하고 있다”고 했다. 지 목사에 따르면 그 결과 40여 명의 교회 당회원 모두 ‘동소훈’이라는 교회 자체 말씀 묵상 훈련에 참여했으며, 주일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의 약 90% 정도가 ‘7인 소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지 목사는 “현재 말씀묵상 소그룹 인도자 500명을 세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500명의 묵상 소그룹 리더들이 ‘교회 안의 작은 교회’를 섬기며 사역하는 교회, 평신도 목회가 살아 움직이는 교회, 그리고 코로나19 같은 상황이 다시 와도 흔들리지 않는 교회 공동체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상화 목사는 각종 관련 리서치 결과를 인용, 분석해가며 소그룹 목회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개신교인 성도’ 그리고 ‘소그룹 참석자’가 한국사회 일반 국민이 인식하는 사회적 고립도 평균 지수보다 훨씬 낮다”며 “‘2023 한국교회 소그룹 실태조사’결과 소그룹사역이 성도들의 신앙성숙과 교회성장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이상화 목사가 분석한 역동적인 소그룹사역이 나아갈 방향은 정기적인 리더훈련과 체계적인 소그룹 편성에 있다. 그는 “매주 리더교육을 하는 교회가 성장한다”며 “정기적인 리더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그룹 편성의 경우 연령대나 비슷한 관심사별로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상화 서현교회 목사가 '소그룹 목회'를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

이 목사는 무엇보다 “‘닫힌’ 소그룹이 아니라 항상 ‘열려 있는’ 소그룹을 유지하라”고 제언했다. 이른바 ‘빈자리 전략’이다. 소그룹 내 구성원이 언제든 채워질 수 있도록 빈자리를 의도적으로 만들고 공동체가 함께 이를 채워나가도록 이끄는 것이다. 이 목사는 “소그룹 구성원들이 항상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나도 이 모임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인도하라”며 “무엇보다 성경 말씀이 중심이 된 소그룹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저녁까지 이어진 포럼에서는 윤영근(할렐루야교회 시니어목회연구소) 이정규(시광교회) 구빈건(사랑이꽃피는교회) 목사가 각각 시니어목회, 2030목회, 소그룹목회를 주제로 실질적으로 목회 현장에서 이뤄지는 사례를 발표했다.

천안=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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