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 R&D 투자 늘었는데 생산성 감소… 투자 효용 회수 비율 낮아
2일 업계에 따르면,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바이오제약 R&D 생산성 혁신을 위한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R&D 생산성은 R&D 성과를 높이거나 낮추는 주요 요인을 평가하는 뼈대(프레임워크)를 말한다. 즉, R&D 투자 규모가 증가했음에도, 실제로 투자 대비 효용을 거의 회수하지 못한 것이다.
◇셀트리온, R&D 투자 3000억 이상… 유한양행, 렉라자 효과로 2000억 이상 투자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핵심 제약사들의 R&D 투자 비용이 전년 대비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한 기업은 3128억원 규모의 셀트리온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9개월 R&D 투자 금액이 3000억원을 넘는 곳은 셀트리온이 유일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대비 17% 증가한 2601억원의 R&D 비용을 투자했다.
두 기업을 제외한 국내 제약사들의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유한양행의 R&D 투자 규모가 2011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유한양행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마일스톤 재분배로 인해 R&D 투자 규모가 증가했다.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의 R&D 투자 비용도 늘었다. 대웅제약의 1~3분기 투자 규모는 약 1713억원으로, 유한양행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매출 대비 R&D 투자의 비중만 놓고 볼 경우 18.3%로, 유한양행(12.8%)보다 높았다. 한미약품 또한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고 있음에도 전년 대비 12.8% 증가한 1537억원 규모의 R&D 비용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R&D 성과,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결정… 임상시험 성공률 하락 등 원인
반면 투자 규모가 증가했음에도, 실제로 기업들이 투자 비용을 효용으로 회수한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R&D 생산성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인한 수익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감소했다.
R&D 생산성을 산출하는 지표로는 5가지 요소를 고려한다. 이는 ▲규모(출시 신약 수, 파이프라인에 있는 임상시험용 신약 수, 적응증 수) ▲성공률(신약 후보 물질이 임상 1상부터 승인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된 확률) ▲가치(신약당 최대 매출, 총 파이프라인 가치) ▲속도(신약의 평균 출시 기간 중 개발 단계별 기간) ▲비용(매출 대비 R&D 지출, 자산당 R&D 지출)이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이 5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제약·바이오 업계 상위 1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R&D 지출과 신약 수익 사이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오히려 R&D의 성과는 주로 연매출 10억달러 이상의 일부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결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R&D 생산성이 저조한 이유로는 ▲임상시험 성공률 하락 ▲신약 개발 비용 상승 ▲파이프라인 감소 등이 지목됐다. 이외에도 잠재력이 높은 질병이나 특정 표적 위주로 개발이 집중돼 파이프라인 경쟁이 심화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주요 오리지널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로 바이오시밀러 보급이 증가한 점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효과적인 자산 전략 세우고, 변화 대응해야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R&D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8가지의 필수 전략을 제안했다. 이는 각각 ▲효과적인 자산·프로그램 전략 ▲투자 최적화 ▲프로세스 간소화 ▲외부 협력 강화 ▲AI·머신러닝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차별화된 인재 모델 수립 ▲공급업체와의 파트너십 간소화다. 특히 미래 블록버스터 의약품 창출을 위한 라인과 적응증 확장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자산 전략의 점진적인 수립과, 초기 위험 투자 의사를 빠르게 결정하기 위한 조직·시스템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김지예 연구원은 "R&D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수고, 이를 이룬 기업만이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기업은 증가하는 외부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전환이 요구된다"며 "여러 기업들이 파이프라인 재조정, 역량 강화, 신규 파트너십 구축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에 성공하면 R&D 생산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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