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백종원 나오면, 채널 못 돌려” 지역상권 회복 강조한 尹
“내수 진작? 지원보다 ‘소비심리 진작’이 중요”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라는 것은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사회입니다. 제일 중요한 게 소비입니다. 소비가 안 되면 기업이 투자할 수 있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2일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연 30차 민생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우리가 정말 이 소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내수 진작이라고 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 대해 여러 가지를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거기 가서 돈을 쓸 수 있게 소비를 진작하는 것을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여러 지원책보다 민간의 소비심리 회복이 궁극적으로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이날 민생토론회에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부담을 호소하던 배달앱 수수료의 감면 방안, 노쇼(예약부도)와 악성댓글 등 4대 피해 구제 방안이 발표됐었다.
윤 대통령은 “대수비(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제가 지난번에는 ‘양극화 타개가 우리 후반기 국정운영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했고, 오늘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이 중요하다’고 해서 이 자리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그 중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가 소비심리를 진작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소비 심리를 억누르는 규제라든가 제도는 과감하게 혁파하는 것이 민생을 살리고 소상공인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등 경제선진국은 소비 진작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윤 대통령은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소비는 안 좋은 것이고 저축이 미덕’이라 했지만 과거에 그랬다”며 “조그마한 공장 하나 지을 돈이 없을 때에는 ‘저축이 미덕’이라 했지만 지금은 ‘소비가 미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과거 연말인 12월에 미국 뉴욕 출장을 가본 경험을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각지에서 온 이들이 인산인해를 이뤄 택시가 가지도 못하던 때였는데, (누군가가) ‘연말이 되면 그동안 못한 소비를 다 하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연말에 하는 소비라든지 카드 사용 대금은 소득세 과표에서 감면해준다”고 덧붙였다.
내수·소비 활성화와 연결되는 지역 상권 살리기의 방책으로는 사람들을 불러모을 재미가 언급됐다. 윤 대통령은 “재미가 돈이 되고, 재미가 경제가 되고, 재미가 민생이 된다”며 20여년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대성당을 직접 보고 떠올린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도로도 댐도 항구도 아닌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당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었을지 생각해 봤다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결국은 ‘사람을 모이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로마의 큰 성당이 단순히 하나님만 모시는 것이 아니라, 이것 자체가 그 나라 그 도시의 경제를 일으키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소비를 살릴 지역 상권 기획이 민간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발언에서는 “백종원씨는 민간상권 기획으로 예산 시장을 확 바꿔놓았다. 이런 일을 담당할 민간상권 기획자를 앞으로 1000명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저도 텔레비전을 켰다가, 백종원 선생이 나와서 음식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시골 바닷가에 가게를 리노베이션 해주는 것을 보면, 재밌어서 다른 채널로 돌리지를 못한다”며 백씨를 한차례 더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가 열린 충남 공주에도 대통령실 인근의 ‘용리단길’처럼 로컬 상권이 계속 형성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 참석에 앞서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전향적인 내수·소비 진작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향적’ 대책의 주문의 의미에 대해 “실물경기 지표가 좋지 않으므로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내수·소비 진작 정책을 마련하라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내수·소비 진작 대책은 내년 초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미국의 연말 소비 세제 혜택을 언급한 만큼, 각종 소득공제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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