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수신료 다시 통합징수, 野주도 통과…"국민 대상 실험하나"

월 2500원인 KBS 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분리해서 내도록 한 ‘분리 징수’ 제도가 6개월여 만에 원점으로 돌아갈 상황에 처했다. 거대 야당이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규정한 방송법 시행령의 상위 법령 개정을 밀어붙이면서다. TV 수신료 같은 생활 밀착형 정책마저 정쟁에 휘말려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김현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엔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해 이를 행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KBS는 1994년부터 한국전력에 수신료 징수 사업을 위탁해 전기 요금 납부 청구서에 합산하는 방식으로 수신료를 월 2500원씩 받아왔는데, 이 같은 ‘결합 징수’로 되돌리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에선 지난해 7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한국전력이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당시 정부는 지난해 3월 9일부터 한 달간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국민참여토론을 진행해 의견을 수렴했고, 투표 참가자 가운데 약 97%가 분리 징수 방식에 찬성했다. 이후 약 1년 동안 실무 준비를 거쳐 올 7월부터 본격적으로 분리 징수가 시행됐다. 30년 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의 강행 처리로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제도는 6개월 만에 조기 종료될 상황에 처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해 온 민주당이 수신료 제도를 ‘공영 방송 장악 의도’로 규정하며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이날 “수신료 분리 징수가 졸속으로 추진된 배경에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 탄압과 방송 장악 의도가 분명히 있었다”며 “돈줄을 옥죄는 방식으로 KBS를 장악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폐지를 주장했다.
여당과 정부는 “억지 논리”라고 반박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TV 없는 가정이 많다. 결합 징수 때 부당 징수되는 금액이 월평균 12억 원을 넘었다”며 “KBS1·2 TV를 합쳐서 시청률이 15%도 나오지 않는데, 모든 국민에게 전기료와 합산해서 결합 징수한다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말했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도 “KBS 수신료 분리 징수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결합 징수를 도입하면 정부 정책 신뢰도 저하와 국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민주당이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도입하려 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017년 4월 분리 징수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청자의 납부 선택권 보장을 위한 법안”이라고 소개했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소속 노웅래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같은 취지였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정책 급변침이 박장범 KBS 신임 사장 부임에 맞춰 박 사장 반대편에 있는 KBS 내 민주노총 산하 단체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과방위 소속 여권 관계자는 “수신료 징수 방법 변경이 짧은 시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처리해 버릴 사안은 아닌데, 관련 논의가 충분했는지 의문”이라며 “국민의 공영방송 수신료 선택권이 실험 대상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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