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벼랑끝 대치에 반도체법·연금개혁·민생법안 ‘올스톱’

임성빈 2024. 12. 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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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정치적 대치가 벼랑 끝으로 치달으며 주요 민생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뿐 아니라 첨단 산업 지원과 연금 개혁 등 중‧장기 과제도 정쟁 속에 휩싸여 정체된 상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에 발의된 기업 지원 확대 등 산업 관련 법안 등의 처리는 여야 갈등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미뤄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정체된 경제 법안이 ‘반도체 특별법’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보조금 등 재정 지원 근거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제외(화이트 칼라 이그젬션)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을 정기국회 안에 통과시키려 했다. 그러나 야당은 장시간 노동에 따른 건강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노동계 반발에 따라 여당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반도체 특별법은 결국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관가 “결국 여야 정치적 거래에 달려”


2일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 뉴스1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산업 육성 대책을 내놓고, 국회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서 산업 지원의 보조가 맞아야 하는데, 지금은 여야 갈등 상황으로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법안마다 왜 처리가 필요한지 국회에 설명하고 있지만, 결국 여야 간 ‘빅딜’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기업 이사회에 주주 충실 의무를 부과하는 상법 개정도 그렇다. 정부‧여당은 상법을 고치는 대신,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주주 이익 보호 노력을 명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최근 “공개 등록된 회사만 규제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추가 협상 여지도 있다.

여야가 이미 합의했던 민생 법안도 처리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13일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전력망 특별법 ▶추서 계급에 따라 각종 예우와 급여를 제공하는 군인·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 ▶위기 청년 전담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위기청년지원법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1억원으로 올리는 대부업법 개정안 ▶건축물 구조부 변경 때 허가권자에게 구조 안전 확인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건축법 개정안 등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날까지 실제 처리된 법안은 아직 없다. 내년 재정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1%대 성장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는데, 경제 법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서 경제정책의 손발이 하나씩 묶이는 형국이다.

국민연금 개혁과 같은 장기 과제는 더 어렵다. 정부가 지난 9월 보험료율을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는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국회에서는 협의체 구성 단계에서부터 지지부진하며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추산에 따르면 연금 개혁이 늦어지는 지금도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는 하루 약 885억원씩 쌓이는 중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야당이 ‘치킨 게임’을 벌이며 각종 법안 처리·개혁안 논의를 지연하고 내년 예산을 깎았는데, 여야 중 한쪽이 양보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내년 경제 성장은 더 큰 불확실성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트럼프 2기’ 등 대외적 불확실성까지 예고돼 있는데, 외국에서 한국의 이런 불확실성을 보고 투자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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