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엔대 재진입한 엔화 값…‘엔케리’ 청산 공포도 커진다

김남준 2024. 12. 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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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세를 보이던 엔화 값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다수 글로벌 통화당국의 흐름과 반대로 일본은행(BOJ)이 이번 달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금융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엔 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고수익 해외 자산에 투자)’ 청산이 또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주 만에 140엔대 재진입한 엔화 값


2일 한국은행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달러 대비 엔화 값은 전 거래일 대비 1.68엔 상승(환율은 하락)한 149.78엔을 기록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40엔대까지 오른 것은 지난 10월 21일(149.54엔) 이후 6주 만에 처음이다.
김경진 기자

엔화 값은 올해 상반기엔 계속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하지만 BOJ가 지난 4월에 이어 7월에도 깜짝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160엔대까지 떨어졌던, 달러 당 엔화 값이 140엔 초반대까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해외에 나가 있던 엔화 투자 자금도 급속히 회수됐다. 일본 통화당국이 장기간 낮은 금리를 고수해 온 탓에, 그동안은 저렴한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엔화 값 상승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해외에 투자할 유인이 줄게 된 것이다. 실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역풍에 지난 8월 5일에 한국을 비롯한 일본·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큰 폭으로 빠지는 ‘블랙 먼데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이후 BOJ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엔화 값 상승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도 진정됐다.


“물가 오름세에, BOJ 금리 인상 확률 32→60%”


최근 심상치 않은 엔화 값 상승은 BOJ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커지면서 나왔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지난달 일본 도쿄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BOJ의 목표 물가 상승률(2%)을 웃돌았을 뿐 아니라 시장 예상치(2.1%)도 상회한 숫자였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자 이번 달 예정돼 회의에서 BOJ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게 됐다. 이에 앞서 BOJ는 지난 3월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고, 7월에는 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한 바 있다.

실제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자들이 이번 달 초 32%였던 BOJ의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현재 60%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도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률이 2%를 향해 착실히 올라간다는 확실성이 커지면 적당한 타이밍에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정(금리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우치 도에이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도 마이니치신문에 “달러엔 환율이 1달러당 155~160엔 범위에 들어가면 외환당국이 물가 상승을 우려해 환율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때 정부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BOJ의) 추가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추가 청산 가능한 자금만 305조”


만약 이달 BOJ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고, 이에 따라 지난 8월처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급격히 이뤄질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AFP=연합뉴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현재 전체 엔 캐리 트레이드 추정 잔액은 506조6000억엔(약 4730조2255억원)이다. 이 중 금리 인상 등으로 청산될 가능성이 높은 자금은 32조7000억엔(305조3558억원)으로 분석됐다. 전체 추정 잔액 대비 비율은 높지는 않지만, 금융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충분한 규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추가로 이뤄지면, '탈 코리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원화 약세가 심화하고, 증시가 하락압박을 받는 요인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흐름이 글로벌 금융 사이클에 대한 주요 동인(main driver)은 아니지만, 그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amplifier)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흐름이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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