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증' 발급 안 한다고? '종이' 못 버리는 일본인들 싸늘 [줌인도쿄]
우편엽서, 팩스 사용이 여전히 활발한 일본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디지털화인데요. 2일 일본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한 뉴스가 바로 건강보험증의 신규 발급 중단입니다. 종이로 된 건강보험증을 이날부터 발급하지 않고, '마이넘버 카드'에 탑재시키겠다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병원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느냐. 바로 마이넘버 카드를 활용하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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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 나선 일본
일본은 디지털화를 위해 지난 2016년부터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식별번호를 개인별로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등록이 된 사람들에겐 12자리의 변호가 부여된 마이넘버 카드를 발급 받도록 한 겁니다. 작은 칩이 부착된 이 카드를 발급한 사람들은 10월 말 기준 일본 전체 일본 인구의 75.7%. 일본 정부는 마이넘버 카드에 건강보험증을 통합시키고, 나아가 내년 3월부터는 운전면허증도 통합하도록 했습니다.
그간 일본 병원을 방문하면 종이로 된 건강보험증을 제시해야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약국도 마찬가지인데요. 병원에서 처방전을 주더라도, 처방전에 있는 건강보험증 정보와 같은 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합니다. 처방받은 약을 하나하나 기재하는 ‘약국 수첩’도 사용하는 곳이 많고요.
하지만 종이 문화를 없애고 마이넘버 카드에 등재된 건강보험 정보로 병원을 이용하면 많은 것들이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병원과 약국 입장에선 이용자가 어떤 약을 처방 받았는지,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지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중복 처방 같은 사고도 막을 수 있고요. 약국 수첩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벗어나기 힘든 '종이 문화'
마이넘버 카드에 건강보험증을 탑재한 ‘마이나 보험증’은 이점이 많지만 일본 정부는 종이 건강보험증도 최장 1년간 사용하도록 했는데요. 재미있는 건 마이넘버 카드가 없는 이들을 위한 보완책인데요. 건강보험증 신규 발급은 안 하지만 ‘자격 확인서’를 발급하겠다고 한 겁니다. 카드 형태의 건강보험 자격 확인서를 자택으로 송부해 보완하겠다는 건데, 마이넘버 카드 이용이 불편한 어르신 등을 위한 조치입니다.
일각에선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이나 보험증 이용률이 15.6%에 불과해섭니다. 마이넘버 카드를 발급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보험증 연계 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결국 세금을 들여서 ‘자격 확인서’를 국민에게 발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디지털화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다시 ‘서류’로 보완하는 일들이 이어지는 겁니다.
마이넘버 카드와 보험증 연계에 대한 불만도 있습니다. 마이넘버와 건강보험 자격자의 정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섭니다. 지난해 6월 마이넘버 카드에 동명이인의 정보가 잘못 연결되기도 하는 등 개인정보 유출 등 사례가 7300건 이상 발생했습니다.
일본은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한데요, 그러다 보니 이 사건은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지지율을 떨어뜨리기도 할 정도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마이너 보험증’ 이용률이 저조하다 보니 정부마저 나섰는데요. 이날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마이나 보험증 메리트(장점) 등을 전해 이용 촉진을 도모하는 동시에 마이나 보험증을 이용할 수 없는 분들도 확실하게 보험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갈 생각”이라고 전했습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마이넘버 카드를 통한 일본의 디지털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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