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 파행'에 엉뚱한 유탄?…‘軍 간부 처우 개선 예산’ 올스톱 우려

이근평, 이유정 2024. 12.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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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 드라이브에 정쟁과는 관계없는 군 초급간부 처우 개선 예산이 엉뚱한 유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가 해당 예산 대부분을 증액안에 걸어놨기 때문이다. 방위력개선비가 주류를 이루는 감액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증액안 통과로 간부 처우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당초 계획에 먹구름이 낀 모양새다.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제13차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퇴장 속에 정부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뉴스1

실제 2025년 국방예산 정부안을 보면 간부 처우 개선과 관련된 예산을 온전히 담지 못한 채 지난 9월 국회에 제출됐다. 올해 5260억 원에서 내년도 7863억 원으로 49.5% 오른 간부 주거시설 관련 예산 정도가 눈에 띈다. 여기엔 초급간부를 위한 노후 간부숙소 개선과 ‘1인 1실’ 확보에 6048억원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봉급 인상, 당직근무비 현실화 등 간부 처우 개선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항목은 예산당국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국회 논의를 통해 확정하는 것으로 미뤄놨다고 한다.

군 당국은 간부 처우 개선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보고 국회 설득 작업에 나섰다.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등 병사 처우 개선에 집중하다가 간부 처우 개선 문제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군심(軍心)이 엄중하다는 논리다. 군문을 떠나는 인원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현상이 이를 보여준다. 2022년까지 한 해 7000여명 수준이었던 전역 간부 수는 지난 해 9500명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국방위에서 여야 합의로 간부 처우 개선이 담긴 증액안을 도출해 지난달 국방위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 심사자료’를 작성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당직근무비의 경우 현행 평일 1만원, 휴일 2만원이었던 금액을 평일 5만원, 휴일 10만원까지 늘려 모두 883억2600만원이 반영됐다.

중·소위, 중·하사 봉급을 6% 인상하기 위한 150억4400만원 증액안도 담겼다. 간부 특수지 근무수당 역시 현행 12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돼 18억6000만원이 증액됐다.

돈 내고 훈련 받는 간부들의 상황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작전·훈련 간 간부급식비’에서도 증액이 이뤄져 695억3400만원이 포함됐다. 또 장병 급식비 부문에선 500억원을 늘리기로 했다. 예산당국이 현행대로 하루 급식 단가 1만3000원을 유지할 것을 주장해 정부안에는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국회가 나서 이를 1만50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사가 잦은 간부들의 화물 운임 비용도 현실화하기 위해 255억800만원을 증액하고, ‘입주청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예산 298억원을 처음 반영하기도 했다.

초급간부 지원률 제고를 위한 경제적 지원에도 공을 들였다. 여야는 학군후보생 생활지원금을 한 달 18만원에서 36만원으로 늘리는 데 127억1900만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본관 중회의실에서 열린 '24년 국방예산집행점검 회의'에서 김선호 국방부 차관과 국방부 관련부서 국장, 각 군 기획관리참모부장, 국군재정관리단장 등 국방예산 관련 주요 직위자들이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반기 국방예산 신속집행 계획 및 추진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방부


간부 처우 개선에 투입되는 예산이 상당한 만큼 방위력개선비에선 감액이 불가피해졌다. 북한의 드론에 대응하는 대드론 통합체계 예산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100억2000만원을 제출했지만 99억5400만원이 깎였다. 주파수 대역 확보 등 문제로 당장 내년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에 군 당국도 삭감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국방부는 국회에서 발목이 잡힌 국방예산 증액안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며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소관의 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등 여야가 대치하는 예산과는 성격이 다르고 올해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세부 항목의 액수를 조정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군 당국자는 “간부 처우 개선에 필요한 증액 예산은 여야 의원들 대부분이 동의한 것”이라며 “감액안을 놓고서도 여야는 물론 정부도 비교적 원만히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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