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 파행'에 엉뚱한 유탄?…‘軍 간부 처우 개선 예산’ 올스톱 우려
야당의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 드라이브에 정쟁과는 관계없는 군 초급간부 처우 개선 예산이 엉뚱한 유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가 해당 예산 대부분을 증액안에 걸어놨기 때문이다. 방위력개선비가 주류를 이루는 감액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증액안 통과로 간부 처우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당초 계획에 먹구름이 낀 모양새다.
실제 2025년 국방예산 정부안을 보면 간부 처우 개선과 관련된 예산을 온전히 담지 못한 채 지난 9월 국회에 제출됐다. 올해 5260억 원에서 내년도 7863억 원으로 49.5% 오른 간부 주거시설 관련 예산 정도가 눈에 띈다. 여기엔 초급간부를 위한 노후 간부숙소 개선과 ‘1인 1실’ 확보에 6048억원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봉급 인상, 당직근무비 현실화 등 간부 처우 개선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항목은 예산당국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국회 논의를 통해 확정하는 것으로 미뤄놨다고 한다.
군 당국은 간부 처우 개선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보고 국회 설득 작업에 나섰다.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등 병사 처우 개선에 집중하다가 간부 처우 개선 문제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군심(軍心)이 엄중하다는 논리다. 군문을 떠나는 인원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현상이 이를 보여준다. 2022년까지 한 해 7000여명 수준이었던 전역 간부 수는 지난 해 9500명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국방위에서 여야 합의로 간부 처우 개선이 담긴 증액안을 도출해 지난달 국방위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 심사자료’를 작성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당직근무비의 경우 현행 평일 1만원, 휴일 2만원이었던 금액을 평일 5만원, 휴일 10만원까지 늘려 모두 883억2600만원이 반영됐다.
중·소위, 중·하사 봉급을 6% 인상하기 위한 150억4400만원 증액안도 담겼다. 간부 특수지 근무수당 역시 현행 12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돼 18억6000만원이 증액됐다.
돈 내고 훈련 받는 간부들의 상황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작전·훈련 간 간부급식비’에서도 증액이 이뤄져 695억3400만원이 포함됐다. 또 장병 급식비 부문에선 500억원을 늘리기로 했다. 예산당국이 현행대로 하루 급식 단가 1만3000원을 유지할 것을 주장해 정부안에는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국회가 나서 이를 1만50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사가 잦은 간부들의 화물 운임 비용도 현실화하기 위해 255억800만원을 증액하고, ‘입주청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예산 298억원을 처음 반영하기도 했다.
초급간부 지원률 제고를 위한 경제적 지원에도 공을 들였다. 여야는 학군후보생 생활지원금을 한 달 18만원에서 36만원으로 늘리는 데 127억1900만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간부 처우 개선에 투입되는 예산이 상당한 만큼 방위력개선비에선 감액이 불가피해졌다. 북한의 드론에 대응하는 대드론 통합체계 예산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100억2000만원을 제출했지만 99억5400만원이 깎였다. 주파수 대역 확보 등 문제로 당장 내년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에 군 당국도 삭감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국방부는 국회에서 발목이 잡힌 국방예산 증액안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며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소관의 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등 여야가 대치하는 예산과는 성격이 다르고 올해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세부 항목의 액수를 조정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군 당국자는 “간부 처우 개선에 필요한 증액 예산은 여야 의원들 대부분이 동의한 것”이라며 “감액안을 놓고서도 여야는 물론 정부도 비교적 원만히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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