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왜 하냐고요?···그들이 거기 있으니까” 인★ 3대장을 만나다
“짧더라도 오래 여운 남을 콘텐츠, 쉽게 공유될 콘텐츠 치열하게 고민”
흔적(痕迹). 어떤 현상이나 실체가 지나간 뒤 남은 자취를 뜻하는 말이다. 신앙에도 흔적이 남는다. 대화하고 교제하며 남기는 언어와 행동에도, 섬기고 나누는 동안 주고받는 비언어적 정서에도 신앙의 결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관통하며 크리스천 청년들의 일상에서 신앙 흔적이 가장 많이 남겨진 곳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그 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이었다. 크리스천 청년들의 삶과 신앙, 비전을 응원해 온 갓플렉스(Godflex)는 그들의 일상 신앙과 가장 활발하게 소통해 온 기독교 인스타그램 계정 대표 주자 3인방을 한 자리에 초대했다. 세 계정이 그동안 걸어온 길목에는 이 시대 크리스천들을 향한 고민과 그들이 남긴 신앙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참석자: 박요한 예스 히 이즈 대표
황예찬 교회친구 다모여 대표
추진주 러브 그로우 레터 편집장
진행: 최기영 기자
‘SNS 활용’ 사역의 존재 이유
△박요한=여러 온라인 플랫폼 중 인스타그램을 선택한 이유를 물을 때마다 ‘그들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곤 한다. 다음세대의 관심이 어디에 집중돼 있을까.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SNS라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답이 명확해진다. 그곳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추진주=길거리에 나가 전도를 하고 콘퍼런스나 집회를 통해 복음을 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 세대라 불리는 이들이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게 휴대폰이고, 그 안에서 주로 소비하는 것이 온라인 콘텐츠라면 그 콘텐츠를 활용해 어떻게든 복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계정 운영의 출발점인 셈이다.
콘텐츠 기획의 핵심 포인트
△황예찬=불특정 다수가 보게 되는 소셜 미디어의 특성상 허용되고 납득되는 ‘선’을 맞추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여기서 실패하면 상처받는 이들이 생긴다. 알고리즘을 고려해 체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도 치열하다. 15초짜리 릴스 하나를 만들 때도 반복해서 시청하는 이용자를 위해 적재적소에 자막을 활용하기도 하고, 짧더라도 여운이 남아 오래 생각할 수 있게 콘텐츠의 몰입도를 높이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박=공유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인스타그램 종이비행기 아이콘 눌러서 친구들에게 가볍게 던지기에 좋아야 한다는 게 초창기부터 예스 히 이즈가 추구해 온 가치다. 기독교인들끼리 주고받기는 좋은데 안 믿는 친구에게 주기에 조금 오그라들거나 뭔 말인지 잘 모르겠는 것들 있잖나. 신앙 없는 사람도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팔로워들이 주변 친구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고민한다.
신박한 콘텐츠의 기억
△황=기독교 콘텐츠를 인스타그램에 시작하던 7년 전만 해도 기독교 판에 유머가 없었다. 말씀 캘리그라피, 신학자들의 명언 같은 류의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 인스타그램에 ‘크리스천 데이트 장소 추천’ 콘텐츠를 올렸는데 하루 만에 팔로워가 3000명 늘어나 1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기독교 본질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콘텐츠를 많이 시도했는데 새롭게 받아들여줬던 것 같다.
△박=예수님 캐릭터가 ‘널 사랑한다’같은 따뜻한 말이 아니라 소위 MBTI ‘T(이성적)’성향의 발언을 하며 신앙생활과 관련해 뼈 때리는 콘텐츠를 시도했었다. 선을 지키면서도 여과 없이 직설적인 이야기를 전했던 것이 오히려 ‘속 시원하다’는 경험을 느끼게 한 것 같다.
△추=찬양 소개 콘텐츠는 많은데 어떤 사람의 ‘플레이 리스트’를 인터뷰 방식으로 소개하는 콘텐츠는 없더라. 일반 매거진에서 길거리 인터뷰하며 맛집, 노래 등 개인 취향을 소개하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의외로 반응이 터졌던 콘텐츠는 내가 맘에 드는 휴대폰 케이스 사려고 고민했던 과정을 소개한 거였다. 크리스천 휴대폰 케이스 추천 리스트를 올렸는데 5000여명이 콘텐츠를 저장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뜻밖의 반응 특별한 보람
△황=두 가지가 떠오른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신천지의 집단 감염 확산이 사회적 문제로 주목됐었다. 그래서 ‘신천지 식별 방법’이란 콘텐츠를 올렸고 하루 만에 조회수가 100만 회를 넘기며 화제가 됐다. 그 후로 개인전화, 다이렉트 메시지(DM) 할 거 없이 ‘너 어디 있는지 안다’는 등 협박에 시달렸다. 순교를 각오하고 지우지 않았던 것 같다(웃음).
또 한 번은 지난해에 한 목사님 가정의 자살 사건을 조명했을 때다. 이처럼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개척교회를 도웁시다’라는 모금 캠페인을 했다. 일주일 만에 한 5800만원 정도가 모였고 선교단체를 통해 180여개의 개척교회에 30만원씩을 전달했는데 거기에 달린 댓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목회자 자살 사건을 조명해서 전도의 문이 닫히고 있다’는 거였다.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한 몸이고 연결돼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는데 인식과 이해의 차이로 크리스천에게 상처받는 경우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박=댓글, DM에 반응하며 24시간 멈춤 없이 가동되는 커뮤니티 팀을 통해 사역의 열매가 많이 맺힌다. 가정 폭력, 이혼, 중독 등 자기 교회 교역자들에게도 풀어놓지 못하는 은밀한 고민들, 간절히 복음을 전하고 싶은 친구가 있는데 도와달라는 요청 등이 익명으로 전달되고 드릴 수 있는 도움을 전한다. 처음 미디어 사역을 할 땐, 복음을 전하는 대상자가 눈앞에 없으니까 매일 수치와 통계로만 사역의 성과를 측정하다시피 했었는데 지금은 그와는 비교되지 않는 영적 보람을 느낀다.
△추=오프라인으로 ‘크리스천 개더링’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만난 청년들이 ‘건강한 크리스천 청년들의 만남을 위해 이런 콘텐츠가 꼭 필요했다’고 얘기해주기도 한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콘텐츠를 준비하기가 벅찰 때가 많지만 이런 반응들에 위안을 얻고 보람과 감사함을 느낀다.
청년세대의 변화를 보다
△황=한때 청년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고 흥행도 했다. 그런데 최근엔 이 세대가 ‘즉각적인 해결’을 원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과거 ‘5분 설교’란 콘텐츠를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짧고 임팩트가 있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았다. 요즘은 점점 짧아져서 ‘90초 설교’가 등장했고 60초 미만도 많다. 30초짜리 콘텐츠에 담긴 ‘크리스천이 술 먹으면 안 되는 이유’를 보며 환상적인 해결책을 찾은 것처럼 소비한다. 솔직히 우려스럽다. 분명한 것은 설교는 필수적으로 충분한 빌드업 과정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 그 과정을 오롯이 경험한 뒤 메시지 전체를 받아들여야 신앙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추=충북 청주에 살던 사회 초년생 시절 너무 힘들었다. 한 회사의 품질 관리 직무를 맡았는데 매주 음주를 동반한 회식이 있었고, 회식을 4차까지 하기도 했다. 크리스천으로서 성공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러브 그로우 레터가 당차고 멋지게 살아가는 크리스천 청년들을 소개해 주는 것에 진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에게 위로와 공감도 필요하지만 진짜 멋진 기독교 선배들이 삶으로 예배드리는 모습을 통해 현실을 이겨내고 좀 더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박=수년째 주일마다 라이브 방송을 한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 어김없이 잘 되는 주제 중 하나는 ‘연애’다. 놀라운 것은 사회가 말하는 통계 수치와 청년 세대들과 대화할 때 느끼는 것의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크리스천 청년조차 연애를 간절히 원한다고 말은 하는데 정작 연애는 안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 세대가 자기 자신에게 사랑을 쏟는 풍조에 빠져서 갖고 있는 사랑의 총량 중에 연애에 쓸 것이 없는 게 아닐까. SNS의 성장과도 연관돼 있다고 느낀다. 온라인 상에서 주목 받는 유명 부부의 모습을 보며 완벽한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성경은 사랑을 ‘인내하며 오래 참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진리를 기독교 채널들이 바르게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10일자를 통해서는 후속편으로 ‘인스타, 빛을 지향할 결심’이 이어집니다.
*전체 영상은 유튜브 ‘갓플렉스(GODFLEX)’를 통해 2일 오후 6시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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