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화성시, 시립미술관에 거는 기대

화성시민신문 황정경 2024. 12. 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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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미술관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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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민신문 황정경]

화성시가 드디어 시립미술관(2028년 예정)을 짓는다고 한다. 그림 그린답시고 미술관 언저리를 배회하며 나름대로 미술문화도 즐겁게 소비하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 동네의 시립미술관 건립 소식은 그야말로 희소식이다. 시립미술관이 있다는 것은 이제 좋은 미술작품에서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의 철학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을 배울 곳이 아주 가까워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화성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 없었다. 그나마 미술 전시관이 있는 곳은 동탄아트스페이스와 열린 문화 예술공간 2곳 정도이고 개인 사립미술관으로는 엄 미술관, 소다 미술관 단 2곳 뿐이다. 가까운 옆 도시 수원이나 오산을 비교해 보아도 우리 시의 인구수나 사람들의 문화 수준에 비하면 우리에게 미술관이 매우 적은 숫자임에는 틀림없다.

젊은 화성시에게 문화복지란

화성시는 특히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화성시 평균연령 ), 제조업체 전국1위, 지역내 총생산 1위인 도시다. 이렇게 보니 우리 도시는 일자리가 많아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열심히 일하는 도시처럼 보인다. 게다가 인구 백만을 넘어서 내년도에는 특례시가 확정되었다 한다. 노령화가 만연한 우리나라에서 화성시는 계속해서 젊은 인구가 유입되어 성장하는 도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열심히 일만 하면 좋은 것일까? 일에 집중된 삶으로 인해 번아웃과 공황장애를 곳곳에서 호소하는 우리 주변의 열일 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더 느긋하고 즐거움으로 채워지는 삶도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여유로움과 행복감을 쉽게 느껴볼 수 있는 분야은 문화생활이다. 곳곳에 공원과 편의시설도 생겨나고는 있지만 그러한 생활 편의시설 보다 좀 더 매력적으로 사람들이 핸드폰 밖으로 나오도록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해 보는 성취감 있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 문화이고 그런 문화시설을 확장하는 것이 문화복지 아닐까 한다.

화성시 사람들은 미술 문화 소비를 위해서 가까운 서울로 간다. 예술의 전당,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질 좋은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시는 예나 지금이나 서울이기 때문이다. 문화를 소비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펼쳐놓기 위해서도 서울로 가곤 한다. 우리 도시 미술작가들이 전시회를 열기 위해 가까운 수원을 비롯해 인사동이나 강남, 성수동으로 간다. 서울에는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미술 전시관이 있어서 작품을 발표할 전시 루트도 다양하고 전시관 수도 많아서 그럴 것이다.

우리 시에는 미술관도 적지만 정례적으로 정해진 기획 미술 전시가 다수의 기간을 차지하고 있다. 화성에는 인구수가 많고 그에 비례해 미술인도 많아서 그 미술인들의 니즈를 수용하기에는 미술관이 비좁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시립미술관도, 문화 예술의 전당도 지어진다니 미술에 한 다리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화성시 시립미술관이 개관한다면 하고 싶은 일

개인적인 바람을 밝히자면 빨리 화성시립미술관이 개관해서 좋은 전시를, 가까이에서, 자주, 보고 싶다. 아무리 가깝다 해도 서울까지 가려면 나름 마음을 먹고 나서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보고 싶은 전시도 시간을 내지 못해 놓치는 일도 허다하다.

우리 동네 시립미술관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이나 리움에서 여는 그런 좋은 전시가 열린다면 우선 드는 생각은 오다가다 자주 볼 수 있겠지 하는 기대다. 인근에 살고 있는 친구들도 불러 모을 것 같다. 단톡방에 '이거 보러 갈 사람~!'하고 미술관이 좋은 핑계가 되어줄 테니 말이다. 미술관 가까운 곳에 식사도 예약하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전시명과 연결 지어진 카테고리 안에 친구와도 기념할 만한 추억이 생기겠지..하는 상상을 해본다. 서울에 대형 전시가 오면 친구들과 미술관에서 만나기로 날을 잡던 일이 이제는 우리 동네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일을 정돈된 말로 해보면 수준 높은 전시가 기획, 유치 됨으로서 인근 지역민들을 유입하는 문화여파 효과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길게 보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바라봤으면 한다. 유럽의 문화 유적지, 문화 예술 작품을 보기 위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문화상품을 주축으로 한 여행상품도 많다. 물론 그 지역의 자연환경도 빠질 수 없겠지만 이태리나 스페인, 프랑스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꼭 들르는 곳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참 부럽다. 긴 역사 내내 축적된 문화유산과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잘 조성되어 있는 양질의 문화환경은 그 도시의 품격을 높여주고 장점을 강화시켜주는 것 같다.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아파트~' 가수 로제가 우리나라 아파트 게임송으로 빌보드를 울리듯이 K컬쳐가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을 보면 영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시립미술관에 따른 부차적인 효과

교육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미술관은 아주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파리에서는 18세 이하는 미술관 무료, 유럽연합에 거주 중인 25세 이하 학생, 건축학교나 미술학교 학생도 무료라고 한다. 이런 제도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문화 예술 자원을 잘 활용해 품격 있는 미래인을 키우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미술관 문턱이 낮아 학생들이 언제나 드나드는 곳이니 아이들의 문화지수는 자연스레 올라가고 문화적 소양이 풍부한 인물로 자라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주도하며 사는 곳은 문화적 역량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아이들이 편안하게 자주 드나드는 미술관이 있다면 문화 예술을 매개로 한 교육 기회의 확대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MOMA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인근 학교에 연결된 교육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열어 수준 높은 예술체험을 지역의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교육을 통해 전하고 있다. 그곳 학생들은 학교 미술시간을 미술관에서 보내면서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수준 높은 작품을 직접 보고 느끼는 수업을 받는 것이다.

우리도 미술관이 열린다면 미술관의 미술 전시가 다양한 예술체험과 교육으로 연결될 것이고 거기에 정기적이고 상시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더한다면 우리 지역의 학생들도 직접적인 문화체험을 통해 문화소양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시 미술관이 곧 우리 지역 미래의 문화 강성 인물을 지속적으로 키워내는 좋은 매개가 되는 것이다.

"화성지역 작가들에게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주길"

거기에 하나 더 바란다면 시립미술관이 우리 지역의 작가를 유명 작가로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이미 이름난 큰 작가들 즉 유명인의 전시만 유치하는 대형 기획전으로만 운영된다면 지역의 작가들은 소외감을 느낄 것이다. 우리 안에 숨은 보석을 찾는 일은 지역에 터 잡은 우리 미술관에서부터 시작되면 좋겠다. 작가 인큐베이팅은 여러 루트로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지역의 작가들에게 발표의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 작가적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작품 발표뿐만 아니라 레지던시를 운영하거나 작품을 매개로 한 발전적 토론의 장을 열어 역량을 키우는 발판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시립미술관이 주도적으로 작가들을 위해 판을 열어 다양한 방법으로 성장을 독려하면 각자의 방식으로 빌드업 된 작가가 생겨날 것이다. 이런 지역 작가 발굴의 인큐베이팅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현대미술을 주도하는 작가를 배출하는 시립미술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우리 지역의 많은 예술인들에게도 우리 도시가 '시민의 삶을 응원하는 복지도시'임이 확실히 각인될 것이다. 그 물결을 타고 행복한 문화인들이 주도하는 융성한 문화가 활성화되는 도시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지역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부터 문화를 주도적으로 일으키고 키워나가야 든든한 문화 지지대가 자리할 것으로 믿는다. 우리 도시가 일터, 삶터, 쉼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진정한 삶의 터전'이 되려면 문화가 지닌 힘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화성시립미술관이 일, 삶, 쉼이 공존하는 화성시에 건강한 문화의 숨을 불어 넣어주었으면 한다.
 황정경 미술작가
ⓒ 화성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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