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민주당 사과 없으면 어떤 협상도 없다"
[곽우신, 유성호 기자]
▲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을 찾아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려는 것에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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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이 도래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2025년도 예산안 감액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에 반대한 것이다. 당초 우원식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의 회동을 주재하고 얽힌 실타래를 풀어보고자 했으나, 국민의힘 측의 반발로 무산됐다. 결국 우원식 의장은 이날 예산안 상정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관련 기사 : '협상 더 해라' 우원식, 예산 처리 일단 숨고르기)
여당은 민주당이 앞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 예산안의 감액안을 단독 의결한 데 대해 거세게 반발하며, 이후 야권에서 원하는 증액안 협상도 시작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예산 심의 및 의결권을 가진 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감액할 수 있지만, 항목을 신설하거나 증액하는 것은 예산 편성권을 가진 정부의 몫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비공개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날짜와 관계 없이 민주당의 (예산안 감액안 단독 처리) 사과와 철회가 우선"이라며 "그게 없이는 (12월) 10일이 아니라 20일이라도 그 어떤 협상에도 임하지 않는다는 게 확고한 입장"이라고 못을 박았다. 법정 시한이 도과하더라도 '선 사과, 후 협상'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취지로, 우원식 의장이 제시한 '10일' 기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을 찾아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려는 것에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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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감사원장 및 검사 탄핵소추안과 함께 "감액된 예산안만 야당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수가 많다고 처리한 것 대해서도 매우 유감스럽다"라며 "사실상 국가 운영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다는 강한 항의 말씀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우원식 의장은 '지금 국회가 매우 경색된 상황이고, 여야 합의가 잘 안 이뤄져서 어쩔 수 없다'고 말씀했지만, 그러나 저희 입장에서는 의장이 중심을 잡고 앞으로 국회 운영을 국회답게, 국회가 쌓아온 전통 잘 좀 유지해달라는 당부와 항의가 있었다"라고도 덧붙였다.
특히 "이 상태에서 협상으로 풀 문제가 아니다"라며 "의회의 절차를 심각히 위배한 것이라, 이것에 대해 민주당이 사과하고 처리한 예산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우원식 의장은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라며 오늘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 및 표결할 것인지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의장실 항의 방문에 동참했던 나경원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야당의 깽판 감액 즉각 철회하라"라며 "무도해도 이리도 무도할 수 있을까? 국회의장,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 예결위원장을 모두 차지하고 앉아 탄핵도, 법안도, 국회규칙도, 예산도 마음대로"라고 직격했다.
그는 "발목잡기, 훼방놓기를 넘어서 입법, 사법, 검찰, 감사원까지, 국정마비 체제파괴 만행"이라며 "먹사니즘이니 말만 번지르하게 하지 말고, 제발 '국민 퍼스트' 정신을 갖길 바란다"라고도 꼬집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려는 것과 관련해 “국정마비를 위한 목적만 보이고 디테일에 들어가 보면 앞뒤가 안 맞다”고 비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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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민주당은 우리 국민의힘이 주도한 AI 기본법에는 적극 동의했다. 그런데도 AI 생태계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안정적 전력 공급의 새 희망인 소형모듈 원자로 SMR 관련 R&D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라고 지적했다. "더 답답한 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비효율을 그대로 방치하면서, 지역화폐 비효율은 더욱 키우려 한다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 대표는 "제가 하나 여쭤보겠다. 국민들께 여쭤보고 싶다"라며 "국회의원도, 국회에도 특활비가 배정된다. 저는 그것도 필요한 예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찰에도 국민 여러분의 밤길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특활비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라고 특수활동비 문제를 거론했다.
이어 "정말로, 정말로 나라에 돈이 없어서 이 둘 중에서 한 가지만 선택한다면 국민 여러분은 어떤 걸 선택하실 것 같은가? 국회의 특활비인가? 아니면 경찰의 치안 유지를 위한 특활비인가?"라며 "저는 대부분의 국민께서 경찰의 치안 유지를 위한 특활비를 선택하실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자문자답했다.
"그런데 민주당의 선택은 정반대이다"라며 "민주당의 시각은 국민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데 그치지 않고, 국민들을 볼모로 인질극을 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경찰이 치안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2024년 12월의 목표인가?"라고도 날을 세웠다.
추경호 원내대표 또한 "오늘은 국회 다수당의 이성 잃은 폭주가 민생과 민주주의를 파괴한 날로 헌정사에 길이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민주당이 다수의 위력을 앞세워 폭거로 강행한 정치 보복성 예산삭감으로 민생 고통과 치안 공백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재난·재해에 대한 적기 대응에 많은 어려움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날치기 예산 횡포로 인해 민생·치안·외교·재해 대응 등에 문제가 발생 될, 경우 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특히 "겉으로는 예산 증액을 포함한 협상을 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단독 삭감 예산안을 기획하여 날치기 통과시켜놓고 나서, 역풍이 두려운지 뻔뻔하게도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협상할 수 있다'고 하는 민주당 대표의 이중 플레이는 정부 여당을 우롱하고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처사"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표리부동한 전형적인 이재명식 정치"라는 비난이었다.
'특활비', '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일부 감액 항목 적극 반발
송영훈 국민의힘 대변인은 "사상 초유의 야당 단독 예산 감액안에 대해 '쓸데없는 것만 잘라냈다'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공개적으로 묻는다"라며 특히 네 가지 항목을 문제로 삼았다.
우선 "의료공백 해소와 의료개혁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 민주당에는 '쓸데없는 것'인가?"라며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감액 예산안에는 전공의 지원사업 예산이 무려 1000억 원 가까이 삭감됐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민주당은 대한민국 앞바다에서 석유가 나면 안 되느냐?"라며 "'대왕고래 프로젝트'라 불리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예산 505억 원 중 단돈 8억 원만 남기고 497억 원을 삭감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쯤 되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대한민국 앞바다에서 석유나 천연가스가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는 것.
또한 "민주당은 경찰이 마약 수사를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느냐?"라며 "이번에 삭감된 경찰 특수활동비의 상당수는 마약범죄 수사에 활용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혹 민주당에게는 마약사범을 잡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이 아무리 힘자랑하고 싶어도 그렇지, 대학생의 꿈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의 저금통까지 흔들어서야 되겠느냐?"라며 "민주당은 대학생 근로장학금 예산도 83억 원을, 그리고 취약계층 아동 자산형성 지원 예산마저 21억 원을 깎았다"라고 꼬집었다. "정치가 아무리 비정해도 아이들과 젊은이들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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