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회장으로 선출된 양현종에 주어진 두 가지 과제
[이준목 기자]
한국프로야구 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12월 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KIA 타이거즈의 양현종을 제13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선수협은 프로야구 등록 선수 82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회장 투표를 진행했다. 전임 회장인 양의지와 김현수를 제외한 최근 5년 연봉 순위 상위 20명이 후보로 올랐다. 양현종은 여기서 총 득표율 36%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수 출신이 선수협 회장을 맡은 것은 소속팀 선배였던 8대 서재응(전 KIA) 회장 이후 무려 11년만이다.
양현종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어렵게 선수협 회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현종의 회장 임기는 2년으로 2026년 겨울 정기총회까지 선수협을 이끌게 됐다. 김광현(SSG)과 손아섭(롯데), 오지환(LG), 구자욱(삼성)이 부회장단으로서 양현종을 보좌하게 됐다.
▲ 양현종(오른쪽)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신임회장이 1일 서울시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리얼글러브 어워드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현수 전임회장과 선수협 기를 흔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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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통산 성적은 513경기 2503.2이닝 179승 118패 평균자책점 3.83의 성적을 거뒀다. 현역 최다승이자 송진우(210승)에 이어 역대 2위다. KBO리그 통산 최다 탈삼진(2076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올시즌 우승을 포함하여 KIA가 해태 시절을 제외하고 21세기에 거둔 3번의 우승(2009,2017, 2024)은 모두 양현종과 함께 했다.
양현종은 KBO리그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커리어, 인망 등 모든 면에서 선수들의 대표 역할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임 12대 김현수 집행부에서 부회장단을 역임했기에 선수협 업무도 익숙하다.
하지만 양현종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현역 선수이면서 협회장을 동시에 맡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로 인하여 협회장에 추대되고도 고사한 사례도 많았고, 마지못해 회장직을 떠맡기는 했지만 의욕과 책임감이 부족하여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인재난에 시달린 선수협이 궁여지책으로 고액연봉자와 인지도 높은 스타 선수들 위주로 역대 회장을 선출해야 했던 이유다.
30대 후반의 노장 반열에 접어든 양현종은 은퇴하기 전까지 KBO리그에서 송진우의 최다승과 최다이닝 기록을 추격할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꼽힌다. 양현종은 전성기의 송진우와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 큰 부상없이 선수생활을 이어갈만큼 튼튼한 내구성과 기복없는 성성적이 최대 강점이다. KBO리그 첫 '10시즌 연속 170이닝 이상 투구'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시즌부터 2년간 선수협 회장직을 병행하게 되었던 부담은, 양현종의 신기록 도전에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회장직을 맡고나서 부진에 빠지거나 혹은 이미지가 하락한 사례들도 있기에, 팬들도 자팀의 스타 선수가 회장직을 맡는 것을 내심 우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양현종이 꾸리게 된 새 집행부 앞에는 최근 급격히 달라진 KBO리그 환경과 맞물려 풀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있다. 올해 논란이 됐던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제도를 비롯하여, 내년에 새롭게 도입 예정인 피치클록과 피치컴, 아시아쿼터 확대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ABS와 피치클록은 양현종과 같은 투수들에게 더욱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양현종 본인도 회장에 오르기전인 올해 1월에 "투수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드러낸 바 있다.
양현종은 회장 취임과 함께 "ABS와 피치클록에 대한 안건들을 빨리 해결했으면 한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라며 "KBO와 논의할 게 있으면 최대한 팀 주축 선수들과 의견을 모아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선수협은 당연히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기구이기도 하지만, 팬들의 여론이나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도 고려해야 한다. ABS의 경우, 현장에서는 불만과 반발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팬들 사이에는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아시아쿼터제나 외국인 선수제 역시 선수-구단-팬들의 관점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밖에도 저연차-저연봉 선수에 대한 처우 개선, 팬 서비스와 사회공헌활동 확대 방안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의 주요한 과제들이다.
양의지-김현수 전 회장 체제에서 선수협이 어느 정도 정상적인 시스템을 회복하는데 성공했지만 아직도 갈길은 멀다는 평가다. 무거운 책임을 이어받게된 양현종 신임회장은 다음 시즌 자신의 '대기록 도전'과 '선수협의 건강한 역할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잘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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