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목회자들 "성소수자 축복, 결코 멈추지 않겠다"
[장재완 기자]
▲ 지난 7월 6일 대전 동구 소제동 전통나래관 앞 일원에서 개최된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 '사랑이쥬! 우리여기있어에서 성서대전 소속 목회자들이 성소수자들에게 축복기도를 해 주는 장면(자료사진). |
ⓒ 오마이뉴스 장재완 |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노력하는 개신교 목회자 및 성도들의 모임인 '성서대전'이 2일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퀴어축제에 참가해 성소수자들을 축복한 목회자들을 핍박하고 교단의 징계가 진행되고 있지만 결코 성소수자 축복을 쉬는 죄를 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7월 6일 대전에서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성서대전은 이날 축제의 공동 주최단체로 참여했고, 축복부스를 만들어 성직자의 축복을 받기 원하는 성소수자들에게 기도해 주는 축복식을 진행했다.
그런데 축제 이후 축복식에 참여한 목회자들에게 비난과 공격이 이어졌다. 급기야 기독교대한감리회 남부연회는 남재영 대전빈들공동체교회 담임목사를 재판에 회부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또한 지난 11월 25일에는 기독교한국침례회 임시총회에서 '동성애 지지 행사 참석 및 개최를 금지'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퀴어축제 참가 목회자를 징계할 근거를 만든 것.
"축복해서 정죄당했으나 축복하기를 쉬는 죄를 범하지는 않겠다"
이와 관련해 성서대전은 '퀴어축제 참가에 대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비난과 멸시, 협박으로 슬픔과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을 축복하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성서대전은 '축복해서 정죄(죄가 있다고 단정함)당했으나 축복하기를 쉬는 죄를 범하지는 않겠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대전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로부터 참여 요청을 받은 뒤, 운영위원들은 수차례 찬반의견과 신학적인 견해를 나눈 뒤 참여를 결정했다"며 "우리는 지금도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동성애자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연대하고 축복한 것이 아니다. 성소수자들은 고유하고 특별한 존재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며 자기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존재라 확신한다"며 "우리의 축복은 그들이 하나님께 받은 생명과 기쁨을 충만히 누리길 바라는 사랑과 응원의 표현이며, 기도였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퀴어문화축제 이후 성서대전과 축복식에 참여한 목회자를 향한 비난과 공격이 있었다. 예상 못 한 바는 아니었으나 예상보다 더 저열한 방법으로 맹목적인 미움에 쏟아내는 행태에 몸과 마음이 아팠다"라고 축제 참가 이후 상황을 설명했다.
축복식 참가 목사의 직장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성서대전을 동성애 전파 병균으로 비하하며 후원자를 압박하고, 성서대전 대표 목사를 이단 취급했으며, 끝내 각 교단이 징계 절차까지 밟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이들은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정죄와 미움과 멸시를 받으며 성소수자들이 실제로 겪는 아픔과 슬픔과 두려움을 실감한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동료 목사도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이들이 성소수자에게는 얼마나 무례하고 폭력적이었을까, 그 앞에서 성소수자들은 얼마나 두렵고 막막했을까, 교회 안에서 보고 들은 혐오의 눈빛과 광신의 악다구니에 얼마나 자주 외롭고 괴로웠을까"라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토론했다.
이들은 끝으로 "성서대전은 아프고 미안한 마음으로 이들을 축복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고 책임이라 믿는다"고 강조하고 "축복해서 정죄당했으나 축복하기를 쉬는 죄를 범하지는 않겠다. 성서대전은 다시 뜨거운 마음으로 축복할 그 시간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성소수자에 대한 성서대전의 입장문 전문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성서대전의 입장]
"축복해서 정죄당했으나 축복하기를 쉬는 죄를 범하지는 않겠다"
대전 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로부터 참여 요청을 받았을 때 성서대전 내부에는 망설임과 불안이 있었고 주변의 만류와 반대가 있었다. 성서대전 운영위원들은 수차례 찬반의견과 신학적인 견해를 나누었고 최종적으로 참여를 결정했다. 그 결과 성서대전은 공동주최 단체로 이름을 올렸고, 회원 목회자들은 이 행사에서 성소수자들과 그 가족과 참가자들을 축복했다. 우리는 지금도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성서대전은 동성애자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연대하고 축복한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하나님께 받은 고유한 성향이 있고, 한가지 기준으로 단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삶의 방식이 있으며, 시간 속에서 만들어 간 개인의 역사가 있다. 우리는 성소수자들 역시 고유하고 특별한 존재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며 자기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존재라 확신한다. 우리의 축복은 그들이 하나님께 받은 생명과 기쁨을 충만히 누리길 바라는 사랑과 응원의 표현이며, 함께 드린 기도였다.
우리는 목회 현장에서 만났던 성소수자들을 기억한다. 예수를 주라 고백하며 함께 예배하는 그리스도인 중에, 목사의 축복에 용기를 얻고 저주에 두려움을 갖는 교우 중에 교회를 떠났지만, 여전히 하나님을 찾는 구도자 중에 성소수자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성소수자로서 교회와 목사에게 받은 모멸과 차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신앙인으로서 미안했고,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했으며, 그들의 눈물에서 '이 백성을 위로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들었다. 우리는 그 얼굴과 이야기를 기억하며 축복식에 참여했다.
퀴어문화축제 이후 성서대전과 축복식에 참여한 목회자를 향한 비난과 공격이 있었다. 예상 못 한 바는 아니었으나 예상보다 더 저열한 방법으로 맹목적인 미움에 쏟아내는 행태에 몸과 마음이 아팠다. 축복식에 참가한 회원 목사의 직장에 그를 조사하라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성서대전을 동성애를 전파하는 병균처럼 비하하며 후원자들을 압박했고, 성서대전 대표 목사를 이단 취급하며 비난했다. 끝내 그가 속한 교단은 지난 11월 25일 임시총회에서 '동성애 지지 행사 참석 및 개최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그를 제명할 근거를 만들었다.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정죄와 미움과 멸시를 받으며 성소수자들이 실제로 겪는 아픔과 슬픔과 두려움을 실감한다. 동료 목사도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이들이 성소수자에게는 얼마나 무례하고 폭력적이었을까? 그 앞에서 성소수자들은 얼마나 두렵고 막막했을까? 교회 안에서 보고 들은 혐오의 눈빛과 광신의 악다구니에 얼마나 자주 외롭고 괴로웠을까?
성서대전은 아프고 미안한 마음으로 다시 한 사람을 생각한다. 성서대전은 지극히 작은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며, 이들을 축복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고 책임이라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고 불이익을 감수할 각오로 축복을 전했다.
지난여름 축복을 전했던 그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이 겨울 성탄의 기쁨과 평화를 전한다. 여름에서 겨울로 바뀌는 시간 동안 우리는 아팠으나 그 아픔으로 성소수자의 고통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축복해서 정죄당했으나 축복하기를 쉬는 죄를 범하지는 않겠다. 성서대전은 다시 뜨거운 마음으로 축복할 그 시간을 기다린다.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 성서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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