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감세 정권, 다음 정부는 100조 적자로 시작"

김종철 2024. 12. 2.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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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의 더토크] 재정전문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의 직설

[김종철, 이정민 기자]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이 11월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말 중 하나가 '대목'이다. 대체로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전후로 가장 바쁜 때를 가리킨다. '그'도 요즘 '대목'이다. 매년 이 시기를 전후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는다. 특히 국회가 있는 여의도를 중심으로 여야 정치권이 단골 손님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다. 그와의 약속도 쉽지 않았다. 기자가 우스갯소리로 '대목'에 빗대 "만나기 어렵다"고 하자, 그는 "12월까지만요, 1월부터 농한기예요"라고 답했다. '농한기'는 농사일이 바쁜 농번기가 끝나고 한가한 때를 일컫는다. 매년 9월 이후 연말까지 이어지는 예산정국에 그는 무척 바쁘다.

그는 재정세제 전문가다. 스스로 진보도, 보수도 아닌 말 그대로 '연구자'라고 한다. 그의 주된 관심사와 연구는 '나라살림'이다. 사실 정부 재정과 세제 이슈에 국민 눈 높이에 맞춘 해설을 내놓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정부 예산안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올해 정부가 내놓은 내년 예산안은 677조 원 규모다. 17개 상임위별로 예비심사를 거쳐 올라온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겨졌다. 여당과 정부, 야당 사이에 치열한 '예산 2라운드'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11월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를 열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677조 4000억 원)에서 4조 1000억 원을 감액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수정안에는 대통령비서실, 검찰, 감사원, 경찰청 특활비가 전액 삭감돼 반영됐다. 정부가 4조8000억 규모로 편성한 예비비는 2조4000억 원으로 절반 감액됐다.)

지난 11월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서교동 마당집에서 그와 마주앉았다

- 국회 법사위 등에서 검찰 특별활동비 삭감을 두고, 공방이 치열하더군요.

"(웃으면서) 사실 상임위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금액들은 큰 의미가 없어요. 형식적인 측면이 강하고요. 국회 예결위로 넘어가서, 다시 여야간 협의를 하게 돼요. 물론 국회법상 상임위에서 감액된 예산을 예결위에서 그대로 증액할 수는 없지만…"

- 정부와 여당에선 어떻게든 깎인 예산을 살리려고 하지 않을까요.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본격적인 '주고받기'가 시작되겠죠. 매년 그래왔어요. 예외없이… 물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간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하고요. 예결산 소위원회에서 본격적인 심사를 하는데, 15명 정도에요. 정부에서 내놓은 예산 세부 항목이 9000여개인데, 이 가운데 각 상임위에서 논의된 것과 예결위에서 미리 하기로 했던 것 등 1000개 이내 사업만 논의를 하죠. 나머지 8000개는 정부 원안대로 가는 거예요."."

진짜 예산 심사는… 권한도, 기록도 없는 국회 예결위의 '소(小)소위'
 "예산 소(小)소위가 진짜예요. 이 회의에는 예결위원장(민주)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관계자, 국회 예결위 직원 등 5명이 들어가요. 회의 자체가 비공개이고, 회의록도 남기지 않아요. 전형적인 '밀실 심사'죠."
ⓒ 이정민
- 1000개 세부항목이 여야간 관심 사업들이군요.

"그렇다고 봐야죠. 물론 소위에서 항목 1번부터 1000번까지 논의는 해요. 이것을 '1회독'이라고 하는데, 여야간 합의가 되는 것은 바로 통과시키고, 안 되는 것을 '보류'로 추려서 다시 논의를 하죠. '2회독'으로."

- 몇회까지 논의를 하나요.

"2회, 3회까지 할 것 같죠? (웃으면서) 하지 않아요. '1회독'으로 끝나요. '보류'된 사업 안건들은 대체로 여야가 정치적으로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들인데, 쉽게 합의가 되지 않죠. 자연스레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고, 파행으로 분위기를 잡아가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그는 "이제부터 진짜 예산심사가 시작된다"고 했다. 또 "국회 예결위 심사소위도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대신 "예결위 간사협의체에서 논의를 이어간다"고 했다. 그의 말을 옮겨 본다.

"이것을 '소(小)소위'라고 해요. 심사소위에 '또 다른' 소위를 만들어서 여야간 협상을 하는 거예요. 이 소(小)소위가 진짜예요. 이 회의에는 예결위원장(민주)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관계자, 국회 예결위 직원 등 5명이 들어가요. 회의 자체가 비공개이고, 회의록도 남기지 않아요. 전형적인 '밀실 심사'죠."

예결위 '소(小)소위'에서 다뤄지는 보류 예산 규모는 43조 원 정도로 알려졌다. 용산 대통령실 예비비 4조8000억 원을 비롯해, 검찰과 경찰,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요즘은 거의 사라진 '쪽지예산' 거래나 구체적인 예산 증액심의를 비롯한 여야간 정치적 타협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 연구위원은 "법적 근거도 없는 협의체에서 수백, 수천억 원짜리 사업이 여야간 주고받기식으로 결정되고 있다"면서 "회의 자체를 공개적으로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회의 내용에 대한 기록만이라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참혹한 윤석열 정부... 감세와 '약자복지'의 민낯

- 윤석열 정부가 반환점을 돌았는데, 지난 2년반 정부 살림살이를 평가하신다면.

"한마디로 참혹하죠. 암울하기도 했고… 오로지 '감세'라는 단어만 남는데, 과거 보수정권의 '감세'와 다른 차원으로 문제가 심각해요. 세금 깎아준다면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런데 (정부가) 감세를 하면, 복지나 연구개발에 투자할 돈이 줄어들고, 나라 빚은 늘어요."

- 그런데, 현 정부는 감세를 외치면서도 '약자복지'와 '재정건전성'을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웃으면서) 그러니까요. 얼마나 비상식적이에요. 말이 안되는 것을 무리하게 하다보니까 곳곳에서 문제가 터지고 있잖아요. '약자복지'를 말하면서, '긴급복지예산'을 줄여요. 이 정부는… 긴급복지는 옛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정말 갈 곳 없는 약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건데, 보건복지부가 내년 예산에서 줄였어요."

- 얼마나?

"85억 원을 줄여요. 그런데, 삭감 이유가 더 가관이에요. 복지부 이야기로는 긴급복지 예산 연간 불용액(사용하지 않고 남은 돈)이 200억 원이어서 줄였다는 거예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예산을 줄이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 이정민
- 언뜻 말 그대로라면 '예산이 남아서 줄였다'는 것인데.

"그럴듯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복지부가 거짓말하고 있는 거예요. 불용액 숫자도 틀렸어요. 2023년 불용액 규모는 148억 원이에요. 이 돈이 남은 이유도 처음에 편성한 돈 자체가 부족해서, 다른 사업에서 239억 원을 가져다 쓰고 남은 거예요. 그리고 긴급복지 사업 특성상 돈이 남아야 되는 것이 정상이죠. 왜냐면 (긴급복지) 예산을 다 써버리면, 12월 31일날 갑자기 긴급복지가 필요한 분을 지원할 수 없잖아요."

- '약자 복지'라는 말이 무색하군요.

"(목소리를 높이며) 예산을 줄이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봐요. '불용액'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국민을 속일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무시하는 거죠."

연구개발예산 복원? 총액만 회복, 중소기업 대신 원자력 예산 늘려

- 작년에 과학계 연구개발 예산 줄인 것으로 시끄러웠는데요. 이번에는 복원했다고 하던데요.

"전체 금액으로만 따지면 2023년 수준으로 살아났죠.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어요. 2023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것인데, 그 사이 경제규모나 지출규모가 증가했으니 그만큼 더 올려주는 것이 상식적이죠. 또 내용으로도 중소기업과 탄소중립 등의 연구개발예산은 그대로거나 줄었어요. 대신 원자력과 우주관련 연구개발 예산이 늘었죠."

그는 "글로벌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대비해서 각 나라마다 예산을 집중적으로 늘려가는 추세"라며 "현 정부는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 관련 예산을 매년 줄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뿐만 아니다. 윤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이 지방자치단체라고 했다. 다시 그의 이야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얼마전 자치단체장과 함께 '지방시대'를 강조하던데요. 현 정부들어 지방 교부세가 크게 줄었어요. 2022년에 75조 원이던 것이, 올해는 64조 원 수준으로 깎였어요. '감세 정책'이라면 떠오르는 이명박 정부도 지방 재원 대책을 마련해줬거든요. 국민의힘이 단체장인 지방정부는 대놓고 말도 못하고…"

- 현 정부는 세수가 부족하다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재정건전성도 계속 말하고 있고요.

"세수가 왜 부족할까요?"

- 경기가 사실 안 좋은 것도 있죠.

"물론이죠. 정말 중요한 것은 지난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으로 예산을 편성한 2022년 국세 수입 규모가 396조 원이었어요. 그런데 올해 정부가 예측한 세수규모가 338조 원이에요. 윤석열 정부 2년 만에 무려 58조 원의 세수가 줄어든 거예요. 무려 58조 원요. 보수적으로 추산하는 기획재정부 방식으로 했는데도…"

- 과거 정부에도 이렇게 줄어든 예가 있습니까?

"(고개를 저으며) 역사상 유례가 없죠. 정부 출범 2년 만에 국세 수입이 무려 14.7%(58조원)나 감소한 것은... 자료를 찾아보니까, 코로나 위기 때도 2.7% 줄었고, 2008년 금융 위기 때는 2.8%, 더 멀리 1998년 외환 위기 때도 3% 국세가 줄었어요. 외환위기 당시 세수 감소 폭에 비교하면 무려 5배 가까이 세수가 줄어든 거예요."

"역대 최악의 정권... 다음 정부는 '마이너스 100조 통지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문제는 이대로 가면 다음 정부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면서 "차기 정부에선 세수가 100조 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온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이정민
- 보수정권의 감세론 핵심은,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가 늘고 고용도 늘어서 세금이 증가한다는 이론인데요. 윤 정부는 오히려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고.

"계산을 해보니, 윤 정부 감세정책이 앞으로 2년 반 남은 임기까지 계속된다는 가정 아래 5년 동안 83조7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어요. 이 숫자도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감세 효과를 기본으로 해서 추정한 거예요. 기재부는 세수 결손과 감세는 상관없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는 단호했다. 기획재정부가 이상한 셈법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감세의 효과를 본 예산에 제대로 반영하면 세수결손이 이처럼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감세 효과를) 본 예산에 충실히 반영하지 않으니까, 매년 막대한 세수결손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례없고, 기준도 모호한 감세의 효과는 막대한 세수 감소로 이어진다. 나라 곳간으로 들어오는 돈이 줄어드니, 나가는 돈도 줄이게 된다. 그 피해는 중소 서민과 소상공인 등 약자와 지방 정부가 떠안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 연구위원이 최근 조국혁신당 정책위에 내놓은 '정부별 세법 개정이 현 정부 및 차기 정부에 미치는 세수 효과'를 보면, 더욱 암담하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로 인해 박근혜 정부는 재정이 어려워지자, 복지국가를 내세우며 증세를 했다"면서 "국정농단으로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4년 동안 10조6000억 원의 재정 여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의 증세 혜택이 문재인 정부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 준 증세 효과가 무려 21조8000억 원"이라며 "문재인 정부도 임기 첫해에 소득세 최고세율과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증세를 했지만, 남은 4년 동안 감세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와의 대화는 이렇게 꼬리를 물고 들어간다. 1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목소리 톤은 높지 않지만, 그의 지적은 매우 날카롭다. 그의 시선은 윤석열 정부 이후로 넘어간다. 그는 스스로 "낙관주의자"라고 했다. 하지만 걱정과 우려가 어났다.

"윤석열 정부는 아직까지도 경제이야기를 하면서 '문재인 정부 탓'을 하죠.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이 늘려놓은 재정 여력을 활용하고, 윤석열 정부에게 6조8000억 원의 세수 선물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정부 출범부터 말도 안되는 감세정책을 펴면서, 세수는 역대급으로 줄었고 재정도 크게 악화되고 있어요.

문제는 이대로 가면 다음 정부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수도 있어요. 차기 정부에선 세수가 100조 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와요. 앞서 말했지만, 현 정부 내내 83조 넘게 재정을 날리고, 다음 정권은 '마이너스 100조 통지서' 날리고... 지금이라도, 국회에서 상속세법 등 감세 정부안을 막아야죠. 다음 정권에서 제대로 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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