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홍준표의 수상한 발언, 대통령실의 이상한 침묵 [정기수 칼럼]
“여당 포기하고 민주당과 협상하라”
신평, 이재명이 신의 지킨 예들을 들어 보라
홍준표, 왜 보수당 버리고 이재명과 손잡아야 하나?
극단적으로 한동훈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두 60대 후반 독설가(일명 ‘관종’) 신평과 홍준표가 의미심장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름 앞에 ‘윤석열의 멘토’라는 과거 시제 타이틀이 따라붙는 신평(68)은 난데없이 이재명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 상 크게 올렸다.
“표리부동하지 않고, 실용적 사고방식에 철저하며, 인정을 베풀 줄 알고 신의(信義)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한동훈처럼 그것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그는 이 말을 윤석열 설득용으로 했다. 영수회담 전에 가교(메신저) 역할을 했는데, 이재명 측근 중의 측근이 회담 의향을 전해 달라고 해서 대통령실에 전달했으나 대통령 측이 “속임수가 아닐까 의심을 해” 이재명 변호를 해줬다는 것이다.
이재명은 모종의 반대급부(사법 리스크 관련 요구?)를 제시하며 총리 인준 등을 약속했을 수 있다. 이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신평은 결방(缺放)된 드라마의 줄거리는 빼고 성사 노력 과정에서의 이재명 찬사만을 공개한 셈이다. 자기 역할과 말이 묻히는 걸 참지 못한다.
좌(문재인-이재명-조국)와 우(윤석열)를 넘나들고 상황 변화에 따라 말이 왔다 갔다 하는 그는 인물평과 예언을 특히 즐긴다. 전자는 화려한 수식어로 유명 정치인을 영웅시하거나 막말로 모욕 주기를 서슴지 않고, 후자는 맞는 경우보다 틀리는 경우가 잦다.
예컨대, 이재명이 “죽음보다 더한 가난을 이긴 인간승리 등 남다른 스토리를 보유한 순수한 진보”라 했다. 또 그가 “우리 사회의 약자를 향한 뜨거운 애정을 가진 인간적 장점이 있었기에 그 많은 사람을 일사불란하게 통솔하면서 지금까지 긴 정치 역정을 이어왔다”라고도 했다.
그는 이재명을 띄우며 한동훈을 인간 이하로 취급했다. ‘이재명보다 한동훈이 더 미운’ 용산의 뱃속을 계산한 비교다. 공적 비판을 ‘자기를 키워 준 사람에 대한 배신’, 즉 신의를 저버린 행위로 봤다. 신의에 관한 국어사전의 정의가 바뀌어야 할 판이다.
그는 이준석에 대해서는 “그놈은 잉가이(인간이) 안 된다”라고 윤석열에게 말했다. 인간이 안 될 것이라는 이준석은 금배지를 달았고, (멘토의 코치대로) 그를 쫓아낸 윤석열은 국민적 지지가 바닥이다.
신평에게는 조국도 극찬과 예언의 대상이다. 총선 1년 전부터 “정치 지도자의 두 가지 기본 요건인 정치적 서사(敍事)와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을 갖춘, 인물 좋고 음성 매력적이고 언변 좋은” 그가 무소속으로 당선되면 대권 선두 주자로 급부상, 윤석열 제1의 정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과 합당해 이재명과 경합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 틀렸다. 조국은 지역구 출마가 아닌 비례 대표 정당을 만들어 배지를 찼다. 대권 선두 주자도 윤석열의 제1의 정적도 안 됐다. 조국은 국회를 이미 다 가진 민주당과 합치지도 않았다. 10여 일 후 떨어질 대법 선고만 초조하게 기다리는 신세다.
신평이 이재명 자신도 민망해할 찬사를 늘어놓을 무렵 홍준표(69)도 윤석열이 이재명과 손잡으라는 조언을 했었다고 발설했다. 요새 윤석열과 만난 사람들은 그 얘기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까발리고 있다. 이런 걸 레임덕이라고 하나?
“저래가지고는 내년 초 되면 식물 정부 된다. 그래서 한 달 전에 내가 대통령한테 그런 얘기를 했다. ‘정부도 대통령실도 싹 바꿔라. 쓰잘데기 있는 사람 별로 없더라. 당이 수습이 안 되면 당은 포기해라. 민주당하고 협상해라. 그렇게 해서라도 나라를 정상화시켜라’.”
홍준표가 이 말을 했을 때는 윤-한 갈등이 고조되면서 윤석열이 갈팡질팡 아무나 자기편 들어주는 사람 불러 저녁에 술 한 잔씩 나누던 시절이었다. 홍준표는 노기(怒氣)와 외로움으로 심신이 쇠약해진 윤석열에게 한동훈을 포기하고 이재명과 정치하라고 속삭인 것이다.
수상하고 괴이한 일이다. 두 반한(反 한동훈) 책사들이 왜 같은 시기에 이재명을 칭송하고 그와의 협치를 권했을까? 협치는 그 자체로 절대 나쁘지 않다. 하는 게 좋고 해야 한다. 홍준표의 진의는 협치가 아니다. 한동훈을 고립도 부족해서 유기(遺棄)하라는 책략 아닌가?
국민의힘 친한계 최고위원 김종혁이 두 사람의 이재명 부양(浮揚) 낌새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경고등을 켰다.
“드디어 본심을 드러내는 건가,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인가?”
친한계 전략기획부총장 신지호는 대통령실이 신평에 대해 예전과 다른 태도를 보인다며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지난해 8월 신평이 ‘윤석열 신당 창당설’을 흘렸을 때는 당시 홍보수석 김은혜가 尹-申의 ‘멘토’ 관계를 부인하면서 그의 ‘황당무계 발언’에 대해 경고했었다.
“늘 대통령을 팔고 다니는 신평이라는 인물이 또다시 경거망동하고 있다. 보수 분열을 막기 위해 한동훈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며 윤-한 갈등에 기생하려 한다.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내라.”
대통령실 입장도 입장이지만, 신평과 홍준표는 자기들이 내지른 ‘폭탄 발언’의 근거를 대야 할 것이다.
신평은 수십 년 알고 지낸 심복을 모른다고 한 이재명이 도대체 무슨 신의를 어떻게 지켰다는 것이며, 홍준표는 왜 윤석열이 자기를 대통령 시켜 준 멀쩡한 정통 보수 정당을 내팽개치고 탄핵-특검 폭주 이재명 당과 정권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것인지를 말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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