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논술 '무너진 공정' 도미노…현 고1까지 영향 미친다 [현장에서]

서지원, 이찬규 2024. 12. 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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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연세대학교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소송 취하는 없습니다.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고사 문제 유출 이후 대학을 상대로 한 소송을 주도한 수험생 A씨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연세대가 지난달 27일 “12월 8일 추가 시험을 시행하고 1차 시험(10월 12일)과 추가 시험 중 하나라도 합격하면 선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송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공정성 문제가 불거진 1차 시험 결과가 완전히 무효화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시험 치러도 공정성 논란은 계속된다


수험생들은 가처분 1심 법원의 판단을 ‘불복’의 근거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은 “일부 수험생들에게 문제지가 미리 노출되고, 그 수험생 등을 통해 다른 고사장 수험생들에게까지 시험 문제에 관한 정보가 전달되었을 개연성이 높은 현상이 일단 발생한 이상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는 결론이 달라질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1차 시험의 공정성이 이미 훼손됐다고 법원이 판단했으니, 수험생 입장에선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게 여전히 설득력이 있는 셈이다.
연세대는 자연계열 논술시험지를 찍은 사진에 대해 ″사전 유출이 아니다″며 “사진을 찍은 수험생을 특정했고, 사교육 업체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독자 제공
게다가 그런 수험생의 분노를 연세대의 미온적인 태도가 키웠다. 시험 다음 날인 10월 13일부터 재시험을 발표한 27일까지 46일 사이 “논술 시험의 공정성은 훼손되지 않았다”, “법원의 조속한 판단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세 차례나 밝혔다. 그러는 사이 입시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 논술고사의 최초합격자 발표(12월 13일)일이 다가왔다. 수시 등록은 26일에 모두 끝난다. 교육부는 “입시는 대학의 자율 권한”이라며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단을 빌미로 수험생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듯한 연세대의 태도에 수험생의 불신은 커졌다. 재시험 발표 직후 본안 소송 취하를 검토했던 수험생 측은 네 시간 만에 입장을 바꾸고 본안 소송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김정선 변호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연세대의 방안을 기다렸던 수험생들 사이에서 ‘대학을 믿을 수가 없다, 2차 시험은 말장난일 뿐’이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일부 수험생, “반쪽짜리 추가 시험”


김영옥 기자
2차 시험의 공정성 역시 담보될 수 없다는 게 일부 수험생들의 지적이다. A씨는 2차 시험에 대해 “추가 합격조차 없는 ‘반쪽짜리’ 시험”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수시모집에서는 미등록 인원의 자리를 예비합격자로 메우지만, 연세대는 이번 2차 시험에서 미충원으로 인한 추가합격자를 뽑지 않는다.

입시 학원가에선 2차 시험 최종 합격자가 수십명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이 전형 추가합격자 비율은 120.5%였다. 최초 합격자의 대부분이 등록하지 않아 예비 합격자 312명에게 추가 또는 추추가 합격의 기회가 돌아갔다는 의미다. 불공정성이 큰 1차 시험에서 선발된 학생이 더 공정하게 치른 2차 시험 합격자보다 더 많아지게 되는 불공정한 결과가 남게 된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2년 뒤 수험생 피해도 우려…학원가만 발 빠르게 움직여


파장은 2년 뒤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대학의 과실로 초과 선발을 하게 될 경우 그 규모만큼 차차년도에 모집 정원을 줄이게 되기 때문이다.(교육부 고시 ‘신입생 미충원 인원 이월 및 초과모집 인원 처리 기준’) 재시험을 치른 연세대 자연계 논술에서 올해 100여 명을 더 뽑을 경우, 지금의 고1 학생이 치를 2027학년도 입시에서 자연계열 모집 인원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A씨는 “1차 시험을 무효로 하고 재시험을 치렀으면 2년 후 정원을 끌어올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1차 시험을 정상적으로 잘 치른 수험생들의 반발도 이해되지만, 해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세대가 입장을 명쾌하게 내놓지 못해 의혹을 키워온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정성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역시 학원가였다. 연세대가 추가 시험을 결정한 직후부터 ‘파이널(final) 특강’을 다시 열었다. 수도권 주요 학원가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한 강사는 “연세대의 공지 당일부터 하루에 등록한 학생들의 수강료가 2000만원 규모”라고 했다.

지난 달 2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앞. 뉴스1

서지원·이찬규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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