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는 25~29세, 한국의 3.3배"…日 '출산율 1.2명' 비결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 일본은 1.2명이다. 두 나라 다 떨어져 왔다. 1970년 한국은 4.53명, 일본은 2.13명이었다. 한국은 추락해 왔고, 일본은 서서히 줄어 왔다. 정부가 1.0명 회복을 외치지만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변용찬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두 나라 다 가부장적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고, 보육 환경이 비슷하다. 게다가 일본은 먼저 저출생이 시작됐다"며 "그런데도 우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출산율이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변 박사는 최근 사회정책연구원 주최 '인구 정책 이대로 좋은가' 세미나에서 '한국과 일본 출산율의 특징과 시사점'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변 박사는 20대 여성의 출산율 차이에 주목한다. 지난해 한국의 25~29세 여성 인구 1000명 당 출산 아동은 21.4명, 일본은 69.6명(2022년)이다. 40여년 전 한국(224.3명)이 일본(181.4명)보다 높았으나 지금은 일본이 한국의 3.3배(20~24세 여성은 4.9배)에 달한다. 40여년 동안 한국은 90.5% 줄었고, 일본은 62%만 줄었다.
두 나라의 평균 초혼 연령에도 차이가 크다. 한국 여성은 31.5세(2023년)이지만 일본은 29.7세(2022년)다. 한국은 10년 새 1.9세, 일본은 0.4세 올라갔다. 남성은 한국 34세, 일본은 31.1세이다. 결혼이 늦어지니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이 한국 여성은 33세, 일본은 30.6세로 차이 난다.
특이한 점은 미혼율이다. 일본이 훨씬 높다. 2020년 50세인 여성이 미혼인 비율이 한국은 7.6%이지만 일본은 17.8%에 달한다. 남성은 각각 16.8%, 28.3%에 달한다. 변 박사는 "한국이 일본보다 늦게 결혼하지만 50세까지 대부분 결혼하는 경향이 있고, 일본은 그 반대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혼율 증가세도 한국이 급격하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4.8배, 일본은 3배 늘었다.
법적 혼인이 아닌 커플에서 출생한 아이의 비율도 한국은 급증하지만 일본은 그대로다. 지난해 이런 출생아가 1만 900명으로 전체 출생 아동의 4.7%에 달한다. 10년 전 2.1%였다. 일본은 10년 지나도 2,2~2.3%에서 머물러 있다. 남녀 출생 성비는 한국 105.1명(여아 100명당 남아의 수), 일본은 105.3명으로 두 나라 모두 남아 선호 현상이 사라진 지 오래다.
양성평등 의식은 비슷하게 확산하고 있는데, 이게 출산율 감소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편 할 일은 돈 버는 것, 아내는 가정·가족을 돌보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한국 미혼 여성의 90.2%, 남성의 79,7%가 동의하지 않았다. 일본도 비슷하다. '남편은 바깥일, 아내는 집안일'이라는 주장에 대해 일본 미혼 여성의 86.8%가 반대한다. 미혼 남성도 79.1% 반대 의사를 표시한다.
다만 결혼관을 보면 한국의 미혼 여성의 25.4%가 결혼에 찬성했고, 60%는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답했다. 일본 미혼 여성의 84.3%가 생애 결혼 의향에 찬성했다.
변용찬 박사는 "결혼 비용 낮추기, 주거 지원 등으로 20대의 결혼 장애물을 제거해 초혼 연령을 낮추고, 유(有) 배우자 출산율을 높이며, 혼외 출산을 인정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박사는 "일본은 중앙·지방 정부, 대기업·중소기업, 시민단체가 다함께 저출생 해결에 나선다. 우리도 기업과 시민단체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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