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었는데 못 구했다"…호주 원주민 울린 '거북이 사진' 충격
“이 거북이는 살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5차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에서 지난 26일 만난 호주 원주민(어보리진)들이 한 사진을 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사진 속 거북이는 어망에 칭칭 감겨 있었다. 답답함과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듯했다. 사진을 찍을 당시에 거북이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는지 원주민들은 괴로워했다. 어망 재질이 너무 강해 도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호주 원주민 그룹을 대표해 국제 플라스틱 협약 옵저버(observerㆍ국제 협약 성안 과정을 감시하는 시민)로 참석한 마얄틸리 마리카는, 이 장면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그가 사는 아넘랜드(호주 북부 해안 마을)의 해양 동물들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쫓아가다 쓰레기에 감겨 죽거나, 쓰레기를 먹고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거북이들 사체서 나온 비닐 보이며 울분 쏟은 원주민들
현지인들이 힘을 모아 해안가 정화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해류를 따라 밀려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감당하는 건 역부족이라고 한다. 그들은 “주로 인도네시아에서 온 쓰레기가 많고, 한국에서 온 어획 도구와 포장재도 간혹 줍는다”고 했다. 또, “오염이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며 “큰 해양생물 외에도 조개, 해파리 같은 작은 생물도 플라스틱을 먹는데, 이 모든 게 또다시 우리의 입속으로 들어온다는 게 정말 실감이 난다”고 덧붙였다.
“암ㆍ다낭성 난소 증후군 진단…플라스틱 영향 추정”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보건 의료 단체인 ‘해로움 없는 보건 의료’(Healthcare without Harm) 소속 카일라 패트리아스 베르네즈는 올 한 해 자신의 친구와 가족 여럿에게서 암이 발병했다고 전했다. 여성의 경우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보건의료학을 전공하고 의료 기술 분야에서 종사해오던 그는 “주변인들의 불운이 플라스틱에서 나온 유해물질의 영향일 것이라고 생각해 6개월 전 비영리 기구에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족이 사는 구체적인 지역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는 “가족과 친구들이 사는 해안가가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유해물질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플라스틱 오염과 질병의 인과관계는 다수의 연구 결과로도 증명됐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이 토양이나 바다에서 분해되면서 납, 카드뮴, 비스페놀A 같은 발암성 유해물질이 발생하고, 다량 유해물질 발생 인근 지역 주민이 이로 인해 생식기 질병이나 암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녀 취재하다 플라스틱 오염과 기후 문제 관심
국제 플라스틱 협약 취재차 부산에 머무는 그는 “2022년 해녀 문화를 취재하기 위해 거제에서 머물 당시 남해의 아름다운 바닷속에 들어갔다가 플라스틱 쓰레기가 떠다니는 모습을 보고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거제는 해변도 바다도 매우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는 곳이지만, 바닷속은 해류에 따라 쓰레기가 고이는 곳이 있기 때문에 일부 지점에서 쓰레기를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에도 부산 출장을 앞두고 남해 바다에 들어가 플라스틱 쓰레기 정화 활동을 했다고 한다. 또 “2년 전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부산 영도 쪽에서 많은 쓰레기를 봤고, 어망과 쓰레기에 둘러싸인 조개들을 위해 쓰레기를 꺼냈다”고 덧붙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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