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속 편의점도시락 드신 포크레인 기사님의 선물 [아살세]

신은정 2024. 12.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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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폭설 저녁 거른 채
밤샘 제설작업 포크레인 기사님
끼니 때우려 온 편의점서 친절받고
30분간 제설 작업 큰 선물
관련 영상 172만 감동
경기 화성시에서 부모님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소희씨가 지난달 28일 갑작스러운 폭설에 편의점에서 오도 가도 못하다(왼쪽), 손님으로 온 한 포크레인 기사님이 해준 제설작업으로 말끔해진 도로(오른쪽)를 촬영한 장면. 김소희씨 제공

‘친절은 돌고 돈다’라는 말을 얼마나 믿으시나요. ‘잘해줘 봤자 나만 호구 된다’라는 생각이 들만한 경험을 가지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그러나 여전히 우리 주변의 많은 이들이 무심코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며 이 세상의 온도를 조금씩 높이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던 지난달 28일 늦은 저녁 이야기입니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소희(30)씨도 작은 호의를 베풀고 과분한 답례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런 경험을 가족들 단톡방에 처음 올렸다가, 더 많은 이들이 봤으면 하는 마음에 당시 모습을 편집해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소희씨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편의점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돕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너무 큰 선물을 받았다”며 “폭설 속에서 인류애를 충전했다”고 감격했습니다. 소희씨가 올린 영상은 2일 오전 기준 172만 재생수를 기록하며 “포크레인 기사님도 멋지지만 먼저 호의를 베푼 당신도 멋져요” 등의 댓글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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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부터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됐습니다. 소희씨가 일하던 편의점이 있던 경기 화성시도 마찬가지였다는데요. 원래대로라면 소희씨는 아버지와 오후 4시쯤에 업무 교대를 해야 했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산업단지 외딴 도로에 있는 편의점엔 화물차나 중장비 차량을 모는 기사 손님이 30%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소희씨는 차량 손님을 위해 주차장에 쌓인 눈을 치워보려고 했지만 꽝꽝 언 땅에 삽은 금세 부러졌습니다.

경기 화성시에서 부모님의 편의점인 CU화성독정로드점에서 일하는 김소희씨가 지난달 28일 갑작스러운 폭설에 편의점에서 눈을 치우려다가 삽이 부러진 모습. 김소희씨 제공

그런 와중에 포크레인 한 대가 편의점 주차장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소희씨는 어설픈 제설 작업을 내려놓고 매장에 들어가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한눈에 봐도 피곤해 보이는 중년 남성은 라면과 도시락을 사면서 “먹고 갈 수 있냐”고 물었다네요. 저녁 시간을 놓쳐 끼니를 챙기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요. 편의점 밖에 음식을 먹을 수 있던 자리가 원래 있는데, 많이 내린 눈 때문에 그 공간은 쓸 수 없게 망가졌습니다. 소희씨는 물건이 쌓인 테이블을 치운 뒤, 자신이 앉았던 카운터 의자를 기사님에게 양보합니다. 편의점에 앉아 잠깐 허기를 채운 기사님은 편의점을 나가면서 “눈 좀 치워드릴게요”라고 말하셨다고 해요.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 하나 내주시겠지’하고 짐작하고 따뜻한 커피를 뽑아 나간 소희씨는 주차장을 돌면서 눈을 다 치우던 포크레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경기 화성시에서 부모님의 편의점인 CU화성독정로드점에서 일하는 김소희씨가 지난달 28일 갑작스러운 폭설에 편의점에서 오도 가도 못하다, 손님으로 온 한 포크레인 기사님이 해준 제설작업으로 말끔해진 도로(오른쪽)를 촬영한 장면. 김소희씨 제공

눈 치우는 영상에 잠깐 비춘 차량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중장비 차량을 모는 최동재(51)씨는 “별것도 아닌 일인데 뭘 그러냐”며 쑥스러워하셨습니다. 30분가량 편의점 앞 너른 주차장과 인근 오르막까지 말끔하게 치워주셨는데 말이죠. 알고 보니 기사님은 전날 저녁부터 이날 저녁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제설 작업에 동참했다고 하는데요. 밤샘 작업에 피곤할 법도 했던 순간이었겠지만, 삽으로 눈을 치우려던 직원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고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울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준 마음이 감사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전엔 아무렇지 않게 주변을 돕던 일인데 요즘 세상이 삭막해져서 특별해 보이는 것일 뿐”이라며 “저부터라도 작은 친절을 베푸는 일을 주저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소희씨는 뜻밖의 제설 작업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려고 편의점에서 이런저런 간식을 챙겨서 기사님에게 드렸다고 하네요. 기사님은 “돈을 바라고 한 것도 아닌데 뭘 이런 것까지 주냐”며 오히려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그날 기사님의 제설 작업 덕분인지, 편의점엔 손님이 많이 찾아왔다고 하는데요. 소희씨는 “깨끗하게 치워진 주차장 덕분이 아닐까 싶다”고 웃었습니다. 소희씨에게 선행에 대한 평소 생각을 묻고 들은 답변을 독자님들에게도 꼭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기사를 읽어보신 독자님도 오늘 만나는 그 누군가에게 ‘돈이 들지 않지만, 값을 매길 수 없는’ 그 친절이라는 선물을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 친절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저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이니깐, 가게에 들어오시고 나가시는 분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처럼 진심으로 인사를 건네는 것처럼 말이에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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