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매직’ 예산시장, 임대료 폭등…상인들 “문닫을 지경”

신진호 2024. 12. 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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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예산시장이 재개장한 첫날인 지난해 4월 1일 시장에서 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장옥마당에 관광객이 붐비고 있다. [사진 예산군]

“주변 점포는 30만원이라는 데 (저희 가게를 비롯해) 몇 곳은 매달 200만원을 내고 있답니다. 아직은 그럭저럭 지내고 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에서 만난 상인 A씨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여름 입주한 그는 1년 새 임대료가 50만원 넘게 올랐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 못해 점포를 아예 시장 밖으로 옮긴 상인도 있다.

이른바 ‘백종원 매직’으로 전국적 명성을 얻은 충남 예산시장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논란에 휩싸였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 낙후지역이 활성화하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나 기존 상인이 밀려나는 현상을 뜻한다. 상인들은 “백종원 대표식 영업 전략에 따라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서비스에도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월세가 계속 오르면 결국 음식 가격이나 상태(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시골 평범한 장터에 불과하던 예산시장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덕에 매년 35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충남 예산이 고향인 그는 인근 삽교읍에 곱창특화거리를 조성하고, 맥주 페스티벌을 여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처럼 예산시장 역시 젠트리피케이션 영향을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백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백 대표는 지난달 19일 “말도 안 되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붙어서 땅값(임대료)이 들썩거리면 저희는 안 들어간다”며 “통째로 시장을 놔두고 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당장 돈을 벌자는 게 아니라 미래 성장을 보고 시작한 사업”이라며 “다 같이 그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경리단길과 신사동 가로수길 등을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로 꼽는다. 예산시장도 임대료가 계속 오르면 기존 상인들이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임대료는 개인적인 거래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여하기도 쉽지 않다. 관할 기관인 예산군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동일한 면적의 점포 임대료를 건물주가 임의대로 어느 점포는 30만원, 다른 점포는 200만원을 받는다고 해도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예산군 관계자는 “며칠 전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임대료로 점포당 150만원 정도 받는 사례가 있었다”며 “어렵게 활성화한 예산시장이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군(郡) 차원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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