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봉에 선 공직사회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잊지 말아야 [정년 연장⑨]
목표는 공공 넘어 민간 시장 확대
시행착오 거치며 기준점 만들 필요
결국 신호탄은 공직사회가 쏘아 올렸다. 저출산 초고령 사회가 이미 가시화한 만큼 정년 연장 문제를 더는 뒤로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공무직 정년 연장을 통해 고령 인력의 경제 활동 지속이 낳는 문제와 한계 등을 살필 예정이다. 최종 목적이 민간 시장으로의 연착륙인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하고 그로 인한 시행착오를 잘 조율할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가 소속 공무직 근로자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행안부는 지난달 14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을 개정 시행했다.
정년 연장 대상 공무직은 행안부가 직접 고용한 정규직 무기계약직 근로자다. 전국 정부 청사에서 환경 미화와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 등 2300여 명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정년 연장을 일종의 신호탄으로 여긴다. 시작은 공무직에 한정되지만, 결국에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내년께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 진입이 확실시된다. 초고령 사회 진입은 0.72명에 그치는 낮은 출산율과 함께 한국 경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손꼽힌다. 경제 활동을 할 청년은 줄어들고 사회적 비용을 많이 쓰는 노인은 급증하는 사회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년 연장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순항할 수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청년층 고용 기회 축소다. 고령층 근속 기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청년층 일자리 감소와 직결한다.
기업의 인건비가 부담도 실존하는 문제다. 고임금 고령 노동자를 계속 사용하면 재정적 부담을 피할 수 없다. 육체적 노동을 요구하는 경우 체력, 기술적 한계로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신규 인력 조달이 줄어들면서 조직의 혁신성도 정체도 우려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용 불평등 문제도 염려 대상이다. 정년 없이 고용되는 비정규직이나 파견 근로자 등은 상대적으로 정년 연장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 불평등이란 사회적 갈등 요소가 심화하게 되는 셈이다.
이밖에 정년 연장은 기존 직장 내에서만 경제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년 연장과 함께 재취업 교육 등 고령 노동자들이 은퇴를 미리 준비할 기회가 필요하다.
정년 연장이 불러올 현실적 문제로 인해 그동안 정부와 기업, 노동 사회는 다양한 정책적 의견을 교환해 왔다. 정년 연장과 함께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 성과급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식이다. 임금피크제 적용이나 직무 재설계·재교육을 통한 노동시장 적응성 강화 등도 마찬가지다.
행안부를 시작으로 정년 연장은 공직사회 전체로 확산할 게 분명하다. 민간 사회로 번지는 것도 머지않았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다른 선택지가 없다. 방법 차이는 있겠으나, 더 오래 일하도록 해야 하는 상황은 불변이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5월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을 통해 정년 연장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60세 이후 65세까지의 계속 근로 방식을 정년 연장 외에도 ‘계속 고용’ 및 ‘재고용’ 등의 형태도 가능하게 해 기업에 유연한 방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직무급 임금체계와 임금피크제 도입 시행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감소가 지나치게 높아 기존의 생활 수준을 하락시킬 정도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정년 연장에 관한 논의에서 가장 유력한 방향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법적으로 규정된 60세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높이는 방법과 법적 정년은 유지(60세)하되 정년퇴직자를 기업이 다시 고용(재고용)하는 형태다.
정년 연장 문제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직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사회적으로 ‘필요성’은 이미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상태고, 특히 공공부문에서 실제 연장을 추진하는 만큼 그 과정과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시장에 맞는 ‘표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전문가들은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함부로 가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란 서산대사의 한시처럼 이번 공무직 정년 연장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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