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는 현 시점에서 왜 필요한가

이재환 2024. 11. 2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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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환]

연말이면 지역화폐 정부 지원과 효과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현장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전자는 새로울 것 없이 되풀이되는 논란 때문이고, 후자는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확산되기 때문이다. 먼저 살펴보자.

지역화폐는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한다?

'지역화폐 정부 지원은 재정 여력이 충분한 지자체에 더 많은 국가 재원이 투입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마침 JTBC가 팩트체크를 하였다. 결론은 '대체로 사실로 보기 어렵다'였다. 그대로 인용해 본다.

현행 지역사랑상품권법 제15조 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사랑상품권의 활성화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판매·환전 등 운영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안부의 내부지침에 따르면 현재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해선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규모에 따라 지원 규모를 3개 유형으로 분류하여 정한다. (아래 표1 참조)
▲ <표1> 지자체별 차등 지원 분류 행안부 자료
ⓒ 행안부
예를 들어 서울과 경기, 성남 화성 등 재정 자립도가 높은 곳엔 지원하지 않고, 일반자치단체는 2%, 그리고 인구감소 지역엔 5%를 지원한다. 상대적으로 재정 상태가 건전한 곳에 대한 국비 지원 규모를 줄이고, 지역 인구가 적어 세수입이 적은 곳엔 좀 더 많은 지원을 해 온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아도 국비지원을 받아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형평을 갖춘 지원체계가 이미 적용되고 있다.

지역화폐는 지자체 고유권한이라 정부 지원을 할 수 없다?

이 주장은 지역화폐 정부 지원 불가 논리의 핵심이었다. 역시 JTBC가 팩트체크를 했다. 결론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였다. 역시 그대로 인용해 본다.

그동안 정부는 지역화폐의 정부 지원이 지자체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강제하고, 스스로 결정해서 추진해야 할 자치사무를 통제하는 것으로 봤다. 그 근거로 지방재정법 제20조에서 '지자체의 관할구역 자치사무에 필요한 경비는 그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한다'는 내용을 들고 있다.

지방자치권에 관한 헌법 조문을 살펴보자. 헌법 제117조 제1항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JTBC가 헌법을 가르치고 있는 법률가에게 문의한 결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은 고유한 권한이 아니라 헌법 영역 내에서 국가로부터 나오는 권력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학계에서도 대부분 인정된 학설이며 지역적 사무에 대해 자치입법권이 우선한다는 주장은 소수라고 덧붙였다.

즉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규정은 헌법에 의한 것이며 조직화된 국가의 한 부분으로서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결국 자치사무의 범위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고, 이는 입법자인 국회의 권한이란 취지이다.(헌법 제40조)

정부의 설명대로면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일이 지자체의 고유한 자치사무라는 취지로 이를 법률로 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지만 헌법이 정한 자치권의 본질상 이런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예산 신청 범위에 따른 것이고 최종적으로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상품권 발행을 강제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했다는 것도 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경제 교류가 줄어 국가 경제에 해?

실제로 강원 양양을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해당 지자체에서만 사용하고 다른 지자체에서 못 쓴다면 인근 지자체로 유출되는 소비가 줄어들고, 이렇게 되면 인접 지자체는 손해라는 논리이다. 심지어 지자체 간 경제 교류가 줄어들면서 국가 경제에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역시 지역화폐 무용론의 핵심 논리였다. 몇 해 전 한 국책기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리포트를 발표한 후 지역화폐 반대론의 대표적인 근거가 되어왔다.

그런데 지역화폐를 왜 도입하였는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저해 요인 중에 부의 중앙집중이 크게 자리 잡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100만 원을 소비하면 내가 속한 지역 외로 절반 가까이 빠져나가는 역외유출을 조금이라도 줄여 지역의 소비는 지역에서, 지역의 부는 지역에 남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지역화폐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역외 유출로 빠져나간 부는 어디에 쌓이고 있었는가. 옆 지자체인가, 서울·수도권 집중인가.

이같은 현실에서 지역화폐가 지역에서만 사용되니 이를 반대한다는 것은 결국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경제 균형발전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소비의 부가 집중되는 것과 지역에서 순환되는 것, 과연 과연 어떤 것이 경제에 더 해가 될까.

영세 소상공인 지원은 지역화폐보다 온누리상품권이 더 낫다?

지역화폐는 연 매출 30억 원 이상 업체는 가맹점이 될 수 없다. 경기도는 연 매출 12억 원 이상 제한이다. 시흥시는 여기에 대기업 프랜차이즈도 가맹점이 될 수 없다.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모든 전통시장과 등록된 상점가에서 사용 가능하다. 매출이나 대기업 프랜차이즈 등의 업종기준이 특정 업종을 제외하고 사실상 없다. 그러다 보니 최근 국감에서 올해 급격히 늘어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중 66.3%가 고소득 업종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형 부정유통 적발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은 영세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두 정책이 시너지를 낼 충분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상생할 궁리는 안 하고 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최근의 상황은 우려스럽기만 하다.

지역화폐는 특정 정치인의 작품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난 1996년 충북 괴산에서 시작되었다. 2010년대부터 시작된 온누리상품권보다도 먼저이다. 최근 특정 정치인이 만든 것처럼 이야기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지역화폐 정부지원과 효과에 대한 논란에 대해 살펴봤다. 알려진 많은 부분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의 무대에서 지역화폐는 그저 정쟁의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지역화폐는 민생 경제 분야에서 가장 효과 높은 재정정책임이 증명되고 있다. 정치색을 막론하고 민생 현장에 밀착된 대부분 지자체에서 지역화폐 정부 지원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근 <헤럴드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 일반·휴게음식점 통계를 분석한 결과, 17개 시도 중 12개 곳에서 폐업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비율 역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63만 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854만 4000명)의 19.7%를 차지했다. 자영업자 비중 20%선이 깨진 건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소상공 자영업자의 쇠퇴가 이제 체감을 넘어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적절한 재정 정책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여파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민생을 생각한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역화폐에 대해 제대로 살펴봐야 할 때가 왔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재환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은 인권연대 운영위원입니다. 이 글은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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