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한미군, 킬체인 '스텔스 F-35A' 20대 첫 한반도 배치 추진
주한미군이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의 한반도 상시 배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위협 증강 시나 훈련을 위해 미 F-35A가 일본 등에서 한반도로 날아온 적은 있지만, 주한미군 소속으로 해당 기체가 한국에 정식 배치되는 건 처음이다. 정식 배치가 완료될 경우 한국 공군이 보유한 F-35A를 포함, 해당 기체 79대가 한반도에서 북한은 물론 중국을 겨냥한 작전을 수시로 펼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8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한·미는 미군의 F-35A 20대를 군산 공군기지에 들여오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군 관계자는 “미 F-35A의 군산 배치는 한국의 F-35A와 상호운용성에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여러 변수가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상호운용성이란 한국의 F-35A 2차 도입분이 군산기지에 배치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공군은 2026년부터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F-35A 2차 도입분 20대가 미군 F-35A와 같은 기지에서 운용될 경우 정비·유지와 작전적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미의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되면 한반도에 배치되는 F-35A는 79대로 늘어난다. 현재 한반도에 배치된 F-35A는 39대다. 한국 공군이 2019~2021년 순차적으로 40대를 도입했는데, 2022년 1월 조류와 충돌해 1대가 퇴역했다. 이들 기체는 모두 청주기지에서 운용되고 있어 유사시 적 타격으로부터 생존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산 배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1개 전투비행대대는 통상 20대 규모로 구성한다. 이미 도입한 39대에 공군의 2차 도입분 20대 등 한국의 3개 대대에 주한미군이 상시 배치할 20대 등 1개 대대를 더하면 F-35A를 총 4개 대대로 확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의 F-35A 도입은 대북 억제력을 위해 공중전력 강화가 필수적인 한국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해야 하는 미국이 뜻을 함께 한 결과로 해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각종 미사일로 전술핵 발사 플랫폼을 다변화한다는 건 제거해야 할 타격 목표가 늘어난다는 의미”라며 “압도적인 공중전력으로 북한의 시도를 무력화할 필요가 있다고 한·미가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3축 체계 중 유사시 선제타격 개념의 킬체인(Kill Chain) 능력과도 직결된다. 최대 속력 마하 1.8, 전투행동반경 1093㎞인 F-35A는 북한 전역을 작전 범위로 삼고, 전략 목표를 일거에 타격하는 막강한 스텔스 공격력을 지니고 있다. 북한 수뇌부가 가장 무서워하는 무기로 꼽힌다.
특히 최근 미국은 B61 계열 중력폭탄 등 핵탄두 운반과 투하가 가능한 이중목적항공기(DCA)로 F-35A를 활용할 수 있도록 승인해 핵억제 효과가 더 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B-2 같은 대형 전략폭격기에서 한계로 지적된 핵투발의 은밀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2기의 정부효율화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F-35 같은 유인 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이 아직 있다”며 높은 유지비용 등을 비판했지만, 아무리 드론이 현대전의 대세라고 해도 F-35A급의 유인 전투기를 대체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군 안팎에선 북한의 방공망 강화 움직임도 주한미군의 F-35A 상시 배치 추진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의 요격체계가 향상되면 미사일 침투 성공률이 떨어질 수 있어 공중 전력 증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4월 반항공(지대공) 미사일 별찌-1-2형을 시험발사하는 등 그간 열세에 놓여있던 방공망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의 S-300, S-400 미사일을 본 따 번개 계열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해 온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으로 급격한 기술 향상을 이룰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러시아가 북한에 취약한 평양 방공망을 보강하기 위해 관련된 장비와 대공 미사일 등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F-35A 보유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도 될수 있다. 중국이 사실상 내해(內海)라고 주장하는 서해 인근에서 미군의 최신예 전투기가 작전을 펼치는 건 그 자체로 중국을 향한 무력시위 성격을 띨 수 있다.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미 함정의 진입을 막고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중국의 해양 팽창 정책을 직접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7월 주일미군 F-16을 36대를 F-35A 48대로 대체한다는 현대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F-35A가 한반도에도 대거 배치되면 주일미군뿐 아니라 주한미군도 대중 압박에 활용하는 전략이 본격화할 수 있다.
‘탱크 킬러’로 불리는 주한미군의 A-10이 내년 퇴역하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오산기지의 24대 A-10 빈자리를 군산기지의 F-16으로 메우고, 군산기지에 F-35A를 배치한다는 게 미 측의 계획으로 읽힌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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