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는다"…친한∙친윤, 당원게시판 휴전론 확산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국민의힘에서 휴전론이 확산하고 있다. 거대 야당의 특검·탄핵 공세가 밀려오면서 “이러다간 다 죽는다”는 위기감이 확산한 것이다. 이런 인식은 친윤계와 친한계, 중립성향 의원 모두가 마찬가지다. 그러나 갈등이 워낙 벌어져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참석 의원들에게 “당원게시판 관련 대외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대 의견은 없었다. 의총 뒤 취재진과 만난 추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에서 여러 상황을 정리하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며 “일종의 냉각기를 두고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과 당직자 모두 대외적 의견 표명을 자제해달라고 말씀드렸고 대부분 의원이 동의해주셨다”고 덧붙였다.
당에선 추 원내대표의 발언 전후로 확전 자제를 얘기하는 의원들이 늘었다. 다음 달 10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거야의 상설특검 추진 등 악재가 겹겹이 쌓인 상황에서 적전 분열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친윤계 영남 재선 의원은 “보수 분열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진영 전체가 붕괴했던 경험을 의원들이 공유하고 있다”며 “갈등 확산보단 단일대오 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위기관리 실패로 김 여사 특검이 통과되는 것은 나부터 반대”라고 했다. 중립 성향의 한기호 의원은 최근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 방에 “군대에서 ‘적전 분열’이란 말은 가장 큰 악담”이라며 “반성하고 단일대오로 가자”는 글을 올렸다.
다만 이런 ‘휴전 제안’으로 장외 신경전까지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전날 TV조선 유튜브에서 김 여사 고모가 작성한 한동훈 대표 비방 글을 언급하며 “김 여사 고모가 ‘벼락 맞아 뒈질 집안’, ‘한 씨 본가 처가 4대를 멸하자’, ‘금수만도 못한 자’, 이런 얘기를 써놨다”며 “이건 말이 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신지호 부총장 역시 같은 날 채널A 유튜브에서 김 여사 고모의 실명을 공개하며 “저주의 표현을 쓰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사적 통화에서 (한 대표에 대해) 욕설하는 것을 저희가 다 알면서도 문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친윤계인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2017년 비공개 맘카페에서 (한 대표의 부인인) 진은정 변호사가 ‘특검에 꽃바구니를 보내자’는 여론을 만들었다가 해당 맘카페에서 퇴출됐다”고 썼다. 당내 휴전론에 대해서도 그는 28일 “당원게시판 사태를 그냥 덮어두자?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친한계가) 이제 김건희 특검법 가지고 협박까지 한다”며 “하는 짓이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적었다. 1998년 "조폐공사 파업을 검찰이 유도했다"고 말했던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이 한 대표의 장인이다.
당내 갈등을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연동하는 발언마저 나왔다. 친한계 정성국 의원은 전날(27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예전 같으면 한 대표가 (김여사 특검에) ‘반헌법적 요소가 있어 우리가 절대 받을 이유가 없다’고 강하게 말했을 것 같은데, 이번엔 뉘앙스가 약간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친윤계 권성동 의원은 28일 “만에 하나 당원게시판 문제를 특검과 연계시키는 것은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날 것이며,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경고했다. 한 대표는 자신이 ‘김 여사 특검법 처리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제가 한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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