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대잔치... 정부, 금융회사, 전문가 모두 한패다
사회와 경제를 움직이는 혈관인 금융의 사회성을 회복하고 대안적인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사회적금융연구원’은 11.27일 국회에서 한국 사회적금융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이글은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으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 사회적금융(social finance)의 현주소와 전망을 소개할 예정이다. <기자말>
[문진수 기자]
[기사 수정 : 28일 오후 2시 3분]
금융시장에서 탈락/배제된 이들을 일으켜 세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신용구제(credit relief)라고 한다. 신용구제는 두 가지 길이 존재한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이루어지는 공적 채무조정,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를 통한 사적 채무조정이 그것이다. 전자는 진입장벽이 높지만, 개선 효과가 크다. 후자는 법원에 비해 효과는 낮지만, 신속성과 다양성을 갖추고 있다.
정부가 사적 채무조정을 위해 설립한 기관이 서민금융법을 근거로 만들어진 신용회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이다. 서금원은 휴면예금관리재단의 후신(後身)이다. 5개 시중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생명보험사(23개), 손해보험사(11개)가 공동으로 출자해 만들었다. 서금원과 신복위는 공적 기관이지만, 금융회사가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뜻이다.
신복위는 어떤 방식으로 채무를 조정할까. 채권자 즉 5천 개가 넘는 협약기관의 50% 이상이 '탕감'에 동의해야만 조정이 가능하다. '채권자' 중심이다. 조정 후 다시 건강한 금융 소비자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기 지원이나 사후관리 프로그램도 헐겁다. 회전문을 통과하는 것처럼, 다시 부채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정부는 늘 빚을 늘리는 정책을 펴왔다. 공적 보증기관을 통해 신용을 보강하고 은행 문턱을 낮춰 대출을 확대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대증요법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한계가 있다. 빚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건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 산소호흡기를 떼면 회복 능력이 없는 이들은 빚의 수렁으로 더 깊게 빠지게 된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 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수는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4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가계부채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 수치다. 이들 대다수가 자영업자다. 빚의 총량은 계속 늘고 있다.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2분기 기준 753조 8000억 원으로, 불과 석 달 사이에 1조 원이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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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대출 /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비교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24.6) |
| ⓒ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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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의 든든한 동반자? 은행의 배신 MBC PD수첩 |
| ⓒ MBC |
은행들이 벌어들인 돈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모두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금융위기가 닥치면 정부는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하한다.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은행을 살리는 것이다. 이것이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금융회사의 민낯이다. 그런데 시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 앞장서야 할 정부는 이런 시장 금융의 약탈성을 용인, 방조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예일대의 쉴러(R.Shiller) 교수는 '금융 자본주의는 인간의 발명품이지만 아직 미완성 상태'라고 말한다. 나아가 '분명한 건 지금 상태로는 부족하다는 것이고 따라서 더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금융 시스템이 우리 삶에 폭넓게 스며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금융이 선하게 쓰일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덧붙이는 글 | 문진수 기자는 사회적금융연구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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