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국제 플라스틱 협약과 담배꽁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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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부산에서 지난 25일부터 열리고 있다.
이처럼 담배가 플라스틱 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면서 전 지구적으로 추진되는 플라스틱 조약과 WHO 국제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협약의 마지막 정부 간 협상인 이번 부산 회의에선 다른 굵직한 이슈에 묻혀 담배로 인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듯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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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부산에서 지난 25일부터 열리고 있다. ‘플라스틱 스모그’로 불릴 정도로 심각한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해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적 관리에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177개 참여국의 입장차로 합의가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이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후 최대 규모의 환경회의다 보니 당사국 대표뿐 아니라 그린피스를 비롯한 수많은 환경단체도 옵서버로 참관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담배규제 관련 전 세계 NGO단체연합인 GATC(Global Alliance of Tobacco Control)도 있다. 한국에선 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가 유일하게 가입해 활동 중이다.
국제적 환경회의에 웬 담배규제 NGO가 관여하느냐고 하겠지만 사실 담배꽁초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매년 약 4조5000개의 담배꽁초가 버려진다. 개수로 볼 때 가장 큰 단일 유형의 쓰레기다. 근래 사용이 늘고 있는 액상·궐련형 전자담배 기기들도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제조되며 일회용 액상 전자담배는 한 번 쓰고 마구 버려지는 실정이다. 담배로 인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매년 52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조사도 있다.
담배꽁초는 그 자체로 미세플라스틱의 온상이다. 담배필터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성분으로 만들어지는데, 담배필터 한 개에 1만2000개 정도의 가는 플라스틱 섬유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생분해되는 데는 10년 이상 걸린다. 그 과정에 토양과 해양, 대기 등으로 흘러들어가고 종국에는 인간의 밥상에 오를 수 있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담배는 입에 물고 피우는 과정에서 필터 속 미세플라스틱이 몸에 직접 유입될 위험성이 높고 버려지면 생태계를 순환하며 인체에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은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조명되고 있다. 체내 염증 유발, 조직·기관 손상 및 기능 저해, 장 손상, 뇌신경 독성 및 행동 변화, 정자와 새끼 수 감소 같은 생식 독성, 발달 지연, 대사 장애, 면역체계 변화, 난청 유발 등 인체 대부분에 영향을 주고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담배가 플라스틱 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면서 전 지구적으로 추진되는 플라스틱 조약과 WHO 국제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2005년 발효된 FCTC는 담배제품의 설계, 마케팅 금지, 경고 문구, 불법 거래 방지, 환경 보호 등 다양한 규제를 포괄한다. FCTC는 한국을 포함한 183개국이 협약 당사국으로 참여 중이다. WHO는 플라스틱 오염 감소와 공중보건 증진을 위해 담배필터와 일회용 전자담배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또 담배산업의 정책 개발 참여를 엄격히 배제한다. 그런데 플라스틱 협약 초안 중 일부 조항에는 민간부문 참여를 허용하고 있어 담배산업의 영향력을 확대시킬 우려가 제기된 상태다. WHO는 올초부터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이런 내용이 논의되고 반영돼야 한다는 방향으로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협약의 마지막 정부 간 협상인 이번 부산 회의에선 다른 굵직한 이슈에 묻혀 담배로 인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듯해 유감스럽다. 후속 협의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FCTC와 목적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강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흡연자나 국민도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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