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있는 곳에 '신데렐라 배' 띄운 세종시
[김병기 기자]
▲ 세종시는 지난 15일부터 오는 12월 1일까지 ‘세종이응다리 달빛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 세종시 |
세종시는 지난 15일부터 오는 12월 1일까지 '세종이응다리 달빛배'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유람선은 달빛배 10대, 신데렐라배(사진) 5대 등 15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용금액은 달빛배 3만 원, 신데렐라배 3만 5000원이다. 현재는 시 예산 없이 전액 민간투자사업으로 운영되지만, 환경단체들은 세종시가 직접 예산을 투입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종환경운동연합, 장남들보전시민모임,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세종여성은 27일 발표한 긴급 논평을 통해 "세종시는 철새를 내쫓으며 배를 띄우는 사업을 당장 멈춰라"라고 촉구했다.
▲ 세종시 장남들에 찾아온 큰고니 떼 |
ⓒ 김병기 |
▲ 올해 장남들을 찾아온 흑두루미 부부 |
ⓒ 세종환경운동연합 |
이들은 특히 "세종시가 15대의 배를 띄우면서 철새나 보호종들의 서식에 영향이 있는지 기초적인 조사나 전문가의 의견을 구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라면서 "겨울 진객이라 불리는 큰고니가 세종보 개방 이후 해마다 금강의 세종시 구간을 찾고 있는데 세종시는 아무런 영향조사나 대책도 없이 배 띄우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더 심각한 것은 시범운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 데 있다"면서 "세종시 예산까지 투입할 태세다, 이용하는 시민들은 편의시설과 이벤트를 요구하고 있어 금강 둔치는 각종 시설과 행사로 개발 압박을 받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시끄러운 유원지가 될 우려가 크기에 철새와 야생생물들에게는 최악의 환경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최민호 세종시장에게도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세종보 재가동을 염두에 두고 배를 띄우고 금강 도심 구간을 관광 유원지로 만들려 하고 있다. 순천시는 순천만의 흑두루미를 위해 전봇대를 뽑고 먹이를 공급하고 있고 타 지자체 또한 큰고니와 흑두루미, 큰기러기 등 철새를 보호하면서 생태 관광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리는 금강을 죽이는 세종보 가동에 앞장서고 철새 보호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시장을 원치 않는다. 지금이라도 철새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금강의 난개발과 자연성을 훼손하는 관광공원 사업을 중단하길 바란다."
▲ 세종 이응다리 상류 합강습지를 찾은 노랑부리저어새 |
ⓒ 세종환경운동연합 |
"지금 이응다리 인근인 장남들과 금강에는 흑두루미(멸종위기2급)와 큰고니가 월동하고 있고, 인근 합강에는 황오리 300여 마리가 번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뿐인가? 세종보 상류와 합강 일대는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한국재갈매기, 독수리, 비오리, 쇠오리, 가창오리, 흰꼬리수리, 황조롱이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철새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오고 있다.
철새들은 계속해서 이동해 오고 있다. 금강에는 수달과 너구리, 삵 등 많은 야생생물들이 서식하고 있기도 하다. 장남들과 합강, 세종보 상류는 그야말로 수달 보호지역이고 철새보호구역이며 멸종위기종 보호구역으로 생태 보전지역인 셈이다."
환경시민단체들은 "2020년 체코 자연보호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물새, 맹금류, 까마귀 등은 불꽃놀이의 음향 및 시각에 모두 반응하며 특히 폭발 당시 음향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고 인용하면서 "두 번의 대규모 불꽃쇼는 빛과 소음 공해에 취약한 멸종위기 동물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들은 "이미 많은 국가와 도시가 기존에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관광산업과 축제에 대한 반성으로 자연성을 회복하는 생태관광과 환경을 생각하는 축제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세종시가 타 도시에 모범이 되는 정책을 펼치기는커녕 오히려 후진적인 정책을 따라 하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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