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속에 서울시 자율주행버스 타보니…"1~2대 더 운행해 주길" [데일리안이 간다 101]

허찬영 2024. 11. 2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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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부터 서울시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 'A160' 운행…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영등포역 왕복
27일 폭설로 인한 기상 악화로 자율, 수동주행 병행…"센서 예민해 자율주행 시 수시로 급정거 우려"
시민들 "아침 청소 노동자들에게 정말 요긴한 버스, 생각보다 안 느려…과속하지 않는 운행도 만족"
많은 시민들이 입석 탑승 불가에 당황…"오해 없도록 홍보 필요하고 안전 위해 승객이 감수해야"
27일 새벽 기점인 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에 정차한 서울시의 자율주행버스 'A160'.ⓒ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서울시가 지난 26일부터 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에서 출발해 영등포역까지 50㎞를 왕복하는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 'A160' 운행을 시작했다. 환경미화원과 일용직 근로자, 경비원 등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많은 시민들이 환영하고 있는 가운데 "1~2대 더 운영해 달라"는 요청도 쇄도했다.

데일리안은 폭설이 쏟아지는 27일 새벽 3시 10분쯤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A160 버스의 기점인 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를 찾았다.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전례없는 궂은 날씨였지만 이른 새벽부터 A160 버스를 타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거주하는 이모(20)씨는 기자에게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도 A160 버스가 정차하지만 기점부터 탑승해 보고 싶어 이곳까지 오게 됐다"며 "대중교통을 좋아하는데 집 근처에 자율주행버스가 다닌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눈이 많이 와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씨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A160 버스가 광역환승센터에 도착했다. A160 버스의 외관은 일반 시내버스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자율주행버스임에도 운전석에는 운전자가 탑승해 있었다. 현행법상 운전자석에는 운전자가 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자율주행버스 'A160'에 탑승 중인 시민의 모습.ⓒ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이날 A160 버스는 기상 악화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도로 상황에 따라 자율주행과 수동주행을 병행했다. A160 버스 운전사는 "운행 전날 일기예보를 보고 자율 혹은 수동주행 여부를 결정한다. 오늘은 눈이 많이 내려 수동주행 위주의 운행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자율주행 센서가 예민하다 보니 (눈을 장애물로 감지해) 수시로 급정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버스를 이날 처음 타본다는 문 모(64)씨는 "인천 송도로 일을 나가는데 작업 시간에 맞춰 나가려다 보니 이 버스를 타게 됐다"며 "이전에는 160번 버스를 타고 출근했는데 30분 더 빨리 오는 버스 노선 덕분에 출근길에 여유가 생겼다. 너무 만족스럽고 편하다"고 전했다.

도봉구청 정류장에서 탑승한 장 모(58)씨는 "대리운전 일을 마치고 집에 가기 위해 버스에 탔다. 원래는 N번버스(심야버스)를 주로 이용했다"며 "(자율주행버스가 일반 버스에 비해) 느리다고 하던데 막상 탑승해 보니 괜찮은 것 같다. 과속하지 않고 일정 속도로 운행하는 점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 빌딩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한다는 이 모(63)씨는 "어제 뉴스를 보고 이 버스가 다니는 걸 알았다. 버스에 타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집에서 나왔다"며 "회사원들이 오기 전에 청소를 마쳐야 하다 보니 될 수 있으면 최대한 일찍 출근하려 한다. 새로운 버스 노선을 신설해 준 점은 너무 감사하지만 1~2대 정도 더 운행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전했다.

27일 새벽 운행 중인 A160 버스 내부는 승객들로 가득 차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운행 시작 40여분이 지난 새벽 4시 10분쯤 강북구 미아동 일대에 들어서자 버스 내부는 승객들로 붐볐다.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길음뉴타운 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했을 때는 22개의 좌석이 승객들로 가득 찼다. 만석이 되면서 몇몇 정류장에서는 버스에 타지 못하는 시민도 있었다. A160 버스는 안전을 고려해 입석이 철저하게 금지되고 있고, 좌석버스처럼 빈자리가 없으면 승객을 태우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미처 알 지 못했던 시민들은 당황하며 "다른 버스는 서서 가더라도 태워주지 않느냐. 몇 정거장 안 가서 곧 내릴텐데 그냥 타면 안 되느냐"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승객은 "입석이 안 되는 건 나도 지금 알았다. 이런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며 "그래도 시민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하니 어느 정도는 승객들이 감수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율주행버스가 마포대교를 건너고 있는 가운데 버스 운전사는 핸들에서 손을 떼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이날 새벽 3시 30분쯤 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를 떠난 A160 버스는 5시 15분쯤 종점인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승하차 시 별도의 비용은 내지 않았다. 이용 요금은 당분간 무료지만 내년 하반기 중 유료화되며 요금은 조조할인을 적용해 1200원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새벽 시간대 승객이 많은 혼잡노선에 대해서는 자율주행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 상계∼고속터미널(148번 단축), 금천(가산)∼서울역(504번 단축), 은평∼양재역(741번 단축) 3개 노선을 신설하고 추후 10개까지 확대 운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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